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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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랑인입니다. 잘들 지내시고 계시지요. 유랑인은 골골거리면서 감기에게 몸을 허락하느냐 마느냐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만 ....... 견딜만 합니다. 겨울은 그렇게 견디면서 지내야 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감기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안도현의 < 외롭고 높꼬 쓸쓸한>이라는 책입니다. 다들 한 번은 들어보신 제목일테고 첫 장에 세 줄 긁적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장을 울리게 만든 문장입니다. 한 번 읊어볼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이십대의 새파란 청춘을 입고 살 적입니다. 저러한 문장은 멋모르는 하룻강아지들의 머리통을 부수어 버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문장이었답니다 버려진 희끄무레한 연탑입니다만 저 여탄의 생을 반추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십시요. 무릎을 탁치게도 되지만 섬뜩하기도 한 문장이지요.

 

그렇게 새파란 청춘의 한 시기는 가고 이제 청춘도 아니고 장년도 아닌 그 틈바구니에서 읽는 <연탄 한 장>은 그 때는 몰랐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텍스트는 그래도인데 읽는 독자에 의해서 변형되고 재구성된다는 말을 유랑인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 유랑인이 하지 않았어도 어느 호서지방의 유명한 생각꾼이 말입니다. 한 번은 했을 것 같습니다. 유랑인이 읽은 기억이 나거든요 - 딱 그 짝입니다. 이렇게 들립니다.

 

"새파란 청춘들아 늙어버린 어른들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 생각해봐라 어른들이라고 너희들처럼 새파란 청춘이었던 적이 없었을 것 같으냐"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어디선가 나쁜 소년이  서 있다가 한 마디 합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나쁜 소년이 서 있다 중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허연, 민음사) 나쁜 소년은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에 연탄은 억울하다는 듯이 한 마디 던지는 겁니다. 함부로 차지 말라고 말입니다.

 

이 시첩에 묶인 시들을 쓸 때 안도현은 세상과 불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공유할 수 없는 국가권력 앞에서 엎드러 지내기보다는 고개를 들어 잘못된 것을 잘못되다 말하는 것을 택했던 시인에게 삶은 그리 쉬웠을리 만무하다.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연탄 한 장)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은 사실 "삶이란 나 자신을 으깨는 일"이라고 고백합니다.(연탄 한 장) 삶은 자신을 으깨어 기꺼이 연탄한 장 되고 싶었던 시인은 연탄이 타오르는 것처럼 한 번은 타오르고 싶다고 " 나도 언젠가는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밀어 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라고 고백하빈다. 시류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는 말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곳곳에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 세상 소풍와서>의 전문을 한 번 볼까합니다. 

 

  "완주군 동상면 들어가는 입구에 / 저 밤나무 무성하게 풀어놓은 / 밤꽃냄새 / 퍽 징하네  사아보려고 기를 쓰며 /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것들은 / 다 저렇게 남의 코를 찌르는가 보네 / 인간도 / 가장 올 헤맨 자의 발바닥이 가장 독한 냄새를 풍기는 법 /  나는 이 세상에 소풍와서 / 여태 무슨 냄새를 풍기고 있었나 / 단단한 밤 한 톨 끝내 맺지 못하더라도 / 저물어 하산하기 전까지는 자네한테 말고 오늘 나 자신한테 말야"

 

유랑인은 이 시를 읽으면서 엉뚱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생각했습니다. 천 시인이 돌아가리라 잘 놀다 왔다고 말하리라고 읊었던것 같은데 말입니다.안 시인은 세사에서 나 자신이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말입니다. 무슨 냄새든 하나는 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귀천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이미지라면 이 세상 소풍와서는 아래로 아래로 침강하는 이미지입니다. 천시인은 하늘에서 잘 쉬고 있으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안도현 시인은 <붕어>라는 시에서 붕어의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붕어의 내면과 외부에서 붕어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너무나도 다른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저는 허연 시인의 <도미>라는 시를 생각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도미가 가끔 펄떡거리면서 삶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두 시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이후에도 시를 쓰면서 살아냅니다. 세상을 견디면서 말입니다. "내 삶이 때아니 홍수로 피해를 당하는 건 / 솔직히 겁났던게  사실.(홍수) 이지만 '이리저리 머리채를 잡힌 채 전전긍긍하면서도 / 기어이 , 버티는 것은 /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 버티는 것을 / 이제 막 꼼지락꼼지락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나무들에게 / 보여주어야 할"(나무) 것들이 자ㅏ나는 세상을 살아냅니다. 새로운 싹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 다시 볼펜을 잡아야겠다 (중략) 나는 써야겠다.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 지금 내가 쓰는 시가 밥이 ㅚ고 국물이 되도록 / 끝없이 쓰다 보면 겨울 밤 세 시나 네 시쯤 / 내 방의 꺼지지 않은 불빛을 보고 누군가가 중얼거릴 것이다. / 살아야겠다고 , 흰 종이 위에다 꼭꼭 눌러 / 이 세상을 사랑해야겠다고 쓰고 또 쓸 것"이라고 다짐한다.윤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곳에서 풀어내는 안도현의 내밀한 다짐이면서 흔들림 없이 견고한 세상에 대한 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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