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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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구원이라도 받은 듯한 얼굴을 했다. 작은 리액션이지만 이런 순간에 나는 보람을 느낀다."-235

미미여사의 탐정들은 이런 이들이 많습니다. 겉보기에는 너무 평범한 아저씨, 놓치는 단서도 있어서 어딘가 허술해보이는 이들이요. 그래서 오히려 그들을 믿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우리랑 너무 비슷하고 이상한 점들을 하나씩 짚어가는 게 느리다고 꼭 나쁘지 않다는 걸 결국은 알려주니 말입니다. "아빠"상이라면 아실란가요?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도 아빠와 엄마가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이란 건 변함이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요. 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속속 드러나는 세상에서 책에서라도 만나니 반가워지는, 우리의 서툰 스기무라 탐정이 그런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세가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딸이 엄마인 자신을 피해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사위가 만나지도 못하게 한다는 하소연을 가져온 사건 "절대영도", 언니의 남자친구를 결혼식 날 빼앗은 여동생의 딸이 결혼하는 날 생긴 사건 "화촉",스기무라 탐정에게 세를 준 건물주 다케나카 가 손녀를 괴롭히는 무례한 학교친구 모녀의 어처구니없는 사건 의뢰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이렇게인데요.

 

문득문득 사람의 잔인함을 보게 됩니다.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144

어느 정도야 결점이 있으니 인간이지만, 그게 정도가 넘었을때 가까운 사람으로 두지 말아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절대영도"는 연인에게 '설마'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유비라는 여인이 결국은 잔인한 일을 직접 한거나 마찬가지인 사건을 보여줍니다.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 "설마"했던건지,내 남편도 억지로 한것이라는 생각에 움츠린건지 도통 알수가 없는데요. 휩쓸리는 게 인간사이지만 그게 범죄가 될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면서 안타까움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아무리 괴로운 과거라도 그건 당신의 역사예요,어제의 당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당신이 있고,당신의 내일이 있는 거예요.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아요..."-461

너무 다 아는 평범한 말이라 귀에 안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결국 인생이란 단순한 게 답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그다지 나쁘지않고 그다지 괴롭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기만 한 사람은 없는 세상에서 어제의 괴로움을 오늘은 이겨갈 수 있기를 바라고는 있는데요. 인생에 극적인 해피엔딩은 없다는 걸 인정하면 조금은 편해질려나 ... 그리고 세상에서 나를 제일 위하는 게 먼저라는 걸 알게도 됩니다. 그게 너무 지나쳐 이기적이면 물론 안되지만요. 그런 이기적인 이가 주변에 있으면 얼마나 피곤한지,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긴다는 걸 볼수도 있구요.

 

이런 일이 생길줄 몰랐다거나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는 게 우리의 변명인데요. 그래서 사건은 생기는 것일까, 누군가는 보고도 누군가는 언뜻 나쁜 일이라는 게 스쳐갔음에도 눈 한번 감았기에.... 너무 착하기만 하면 안된다는 것같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는 역시나 복잡한 사건이 아님에도 씁쓸해지네요.

 

"당신도 정신 바싹 차리고 힘내요,탐정님."-462

우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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