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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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콜센터
저자
김의경
출판
광화문글방
발매
2018.11.15.

20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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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심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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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콜센터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

▷ 두마디 : 자기 감정은 스스로 해결합시다.

▷ 추천대상 : 나는 감정노동자다 생각하시는 분.

▷ 이미지 : 전화기.

▷ 깔때기 :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 색깔 : 소설/장편/사람/인생/사랑/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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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회를 주신 #아직독립못한책방 과 #광화문글방 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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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다섯명 젊은이들의 시점으로 콜센터의 일상이 선조적으로 그려진 소설이다. 강주리로 시작하여 강주리로 마무리 하였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등장인물 모두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진상 고객'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뉴스에서 잠시 흘러가는 모양새로 들려왔던 콜센터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충격이었고, 예전에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친구가 잠깐 생각이 났다. 유독 예민한 성격이고, 외강내유였던 친구. 일도 사랑도 너무 힘들다던 그 친구에게 '힘든 게 너 뿐만은 아냐' 라며 구박했던 일이 뒤늦게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너 뿐아닌 타인' 이 아니라 '너 뿐'인 자신인데. 그건 나도 마찬가였고. 어쩐지 마음 한쪽이 욱씬거려서 몇 년만에 안부 톡을 보냈다. 읽었는데 왜 답이 없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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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진상 고객'들이 하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 무조건적인 갑질.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너는 을이니까 무조건 내가 맞아. 내가 틀려도 맞아.'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저 밑도 끝도 없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쏟아낸다. 만족할만큼의 감정 배설을 하면 안 그럴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되풀이 된다.

모든 문제는 원인을 찾아 꼬인 것을 풀어 해결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진상 고객들의 문제는 대부분 그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에서 골치가 아프다. 이미 낮아질대로 바닥을 친 자존감에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능력마저도 갖추지 못해 남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배출하는 행위는 미성숙하다 못해 매우 미개한 짓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상인거다. 제 일을 스스로 해결못하고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게 진상 아니면 뭐겠는가.

하지만 이런걸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막상 마음은 잘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단 한번이라도 진상짓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회사에서 욕을 먹고, 억울한 마음으로 퇴근을 한다. 집에 돌아와보니 집은 개판이다. 밀린 빨래며 청소며. 저녁 시간이 되어 식탁을 차렸지만 제 때 밥을 먹지 않고 한 눈 파는 아이가 곱게 보일리 없다. 금새 잔소리를 시작하고 아이 눈에서 눈물을 빼야 멈춘다. 그리고 뒤따른 후회. 이걸 서너번 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도윤이로부터 '엄마, 나한테 화났어요?' 라고 물어본 뒤에야 알았다. 나는 애한테 화가 난게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난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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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완벽한 성숙자가 아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숙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삶을 산다. 주고 받고의 삶을 사는 이상, 흐르는 감정은 돌고 돌아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러니 성숙을 향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우리 모두 무사히 늙어 죽을 수 있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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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심의경

#소설 #베스트셀러

#아독방서평단

#책 #book

#독서 #reading

#violetweedreadsbooks

#violetweedreadsbooks2019

그러게 말야. 무릎 꿇어도 좋은 상대는 기껏해야 바다 정도인데. -133~134p.

더 무서운 건 현재에 순응해버리는 거야. (...) 그 행복을 유지하려면 평생 그 안에서만 살아야 할 거야. -139p.

너 지금 감정 낭비라고 했어? 진상한테 퍼줄 감정은 있고 여자에게 쏟을 감정은 없다는 거야? 푸하하하하.... -150p.

형조에게 콜센터는 정류장이었다. 다른 곳에 닿기 이해 잠시 머무는 곳. 다른 곳이란 ‘더 좋은 곳‘이었다. 더 좋은 곳에 가려면 정류장에서 머무적거려서는 안 된다. -152p.

글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번쯤 감정이 흐르는 대로 놓아두고 따라가다 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바로 청춘이라고요. 그곳에서 찾아 헤매던 진상고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더 값진 풍경을 만나고 더 값진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감정 노동을 하면서 낭비되고 소비되어버리는 콜센터 청춘의 시간들, 아무리 애써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시간들. 그 시간을 멈추어보려는 다섯 명의청춘들. 그들의 시간은 이제, 흘러가버렸습니다. -186~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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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없다 -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이다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평등은 없다 -해리 G. 프랭크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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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경제적 평등(과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
▷ 두마디 : 그래서 해결책이 뭡니까.
▷ 추천대상 : 지금 본인이 불평등하다 생각하시는 분.
▷ 이미지 : 저울.
▷ 깔때기 : 나는 평등이 우선인가 자유가 우선인가? .
▷ 색깔 : 경제/사회/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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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경제적 불평등 자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용납하기 힘든 다른 불평등을 유발하는 불가피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8p.

도덕의 관점에서 볼 때, 모두가 동일한 몫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도덕의 관점에서는 각자가 충분한 몫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18p.

평등주의의 도덕적 중요성을 과장하는 광범위한 경향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존중에 의한 대우와 평등한 대우 간의 차이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82p.

진정한 꿈은 타인들의 생활 조건이 명하는 것이 이리라, 자기 자신의 삶의 특징에서 나온다.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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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도 안되는 얇은 책이건만 참으로 무겁고 가볍다. 이 쬐깐한 책을 읽다가 앞장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만 몇 번을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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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유명한 대학의 저명한 교수님이 쓰신 책이라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분명히 조목조목 설득력은 있지만 되게 씁쓸하다고 느꼈다.
특히나 이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치고(경제적 평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론적으로 퍼즐을 다 맞춘다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도덕적으로 악이 아니다고 수차례 힘주어 얘기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합리적이고 뭔가 도덕적으로 성숙해야만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만 머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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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경악할만한 구절을 봤는데.

이를테면 음식이나 약을 1단위 가진 사람이 하나도 갖지 못한 사람보다 좀 더 오래 살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기아나 질병을 잠시 연장하기보다는 뻔히 예측되는 고통을 좀 더 빨리 종식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다. -46p.

그러니까, 이 분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당최 당황스럽다.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우선이 아닌가?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존엄사를 택하는 사람도 본인의 의지. 아파서 죽을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더라도 살고싶은 사람도 본인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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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선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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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승님이 불편한 책도 읽어야 된다고 했을 때 입으로는 알았다 해놓고 내내 피했는데 정통으로 맞닥뜨릴 줄이야.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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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기회주신 @a_dok_bang 아독방 주인님과 글담 출판사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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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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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연인을 공유하는 자매.
▷ 두마디 :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 추천대상 : 자극이 필요한 분들.
▷ 이미지 : 막.
▷ 깔때기 : 내 연인이 나를 누군가와 공유하려 한다면?.
▷ 색깔 : 소설/사랑/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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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정사는 조금도 달콤하지 않았다. 달콤하진 않았지만 편안했다. 믿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는것이다. -131p.

나는 발견했다. 사람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면 그 존재를 통해서만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177p.

당신이 없는 동안, 나는 멍청이가 돼 있엇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냐. 했어. 다 했어.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가 된 것 같았어. 이제야 겨우 인간으로 돌아왔어.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피가 흐르기 시작하고 그리고 - ...(중략)...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당신을 만났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나를 만난 기분이야. 돌아온 사람은 당신인데,나도 돌아왔구나 싶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81p.

하지만 다르게 만들려면 우선 부서뜨려야만 해.
사와코의 말에 다부치는 웃으며, 간단해요, 라고 말했다. 부수는 건 간단해요. 아깝다는 생각만 안 하면 되는 거죠. -217p.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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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평단에 뽑아 주신 아독방 @a_dok_bang 과 소담출판사 관계자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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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내가 많이 접한 적 없는 작가의 작품을 볼 때는 더욱 더 그러한데, 나는 좀 움츠러드는 편이다. 마치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방어하는 듯한 자세로 담력테스트를 하는 기분이랄까. 가만 보니 집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두어권 있는 것 같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안타깝게도 두 작품 다 뭔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독후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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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적 없는 일본이나 아르헨티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배경 묘사 읽는 걸 꽤 좋아하는데 책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독성은 좋았고, 소재는 파격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작품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 뒷이야기를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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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공유하는 자매. 이게 만약 남여성이 바뀌었다면 아마 쌍욕을 먹었겠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래서 설정을 모두 내려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감정만 집중해보자. 그랬더니 좀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가장 공감 안가는 캐릭터인 미카엘라. 어쩐지 정이 안간다. 대신 다쓰야의 입장에 굉장한 몰입을 보였다. 이유가 뭘까.나는 왜 주인공인 자매도 아니고 자매가 공유한 다쓰야에게 이입해서 이 책을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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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정말 궁금하다. 다른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등을 배제하고 그냥 그 감정 자체로 궁금하다. 그 동안 동시에 여러명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 이야기는 낯설다. 게다가 공유당하는 대상의 감정은? 그 감정은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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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별사탕 내리는 밤>인가? 책 표지만 보고 있자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연상될법하다. 하지만 내용은 동화와는 거리가 멀고도 험하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는데 원제도 동일하다. 몇 페이지쯤 읽다보니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부인도 이 사실을 안다. 그런데 부인은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이쯤되면 제목만 보고 설레었던 나의 동심이(너에겐 동심같은거 신생아때부터 없었다!!)파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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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공유한다는 설정 자체부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으나, 가히 파격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 옛날 읽고 멘붕이 왔던 <내 남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얘기한다. '넌 뭐지? 얘 구역의 농약은 나였는데?' 하는.
불륜, 혼전임신, 미혼모, 근친상간(형부와 처제 사이) 등 온갖 자극적인 양념이 버무려진, 내게 있어 이 작품을 음식으로 표현해보라면 '뱀구이' 정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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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를 잠시 내려두고 다시 바라본다.
카리나는 미카엘라에게 '이민자로써 낯선 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눈치' 를 가르친다. 오롯이 믿고 기댈수 있는 서로를 형성한다. 그러한 마음과 환경은 '변명의 여지없이 아주 나쁜 그녀들' 을 만들어낸다. 어떠한 유혹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증명해낼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은 연인을 공유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에게 서로만이 온전하다는 것을 '연인의 공유'라는 형태로 확인하는 것.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변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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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젤렌의 사랑 또한 설정을 내려놓고 바라본다. 아직 어리고 싱그러운 그녀의 사랑표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순도 100%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나 조건을 배제한 감정. 그와 만나는 시간만을 진짜 시간으로 간주하는, 자신의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어찌보면 지극하게 흔한 사랑.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가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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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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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고아인 설이가 상류층 학교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성장이야기.
▷ 두마디 : 아이들은 제어의 대상이 아니다.
▷ 추천대상 : 부모님 및 교육자.
▷ 이미지 : 별.
▷ 깔때기 :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나.
▷ 색깔 : 소설/성장/인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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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그들이 내 부모인 것을 생각하면 나는 이 세상에 둘도 없이 멍청하고 인간성은 거지 같은 쓰레기여야 옳았다. -109p.

어떤 날은 와이파이가 켜지고 어떤 날은 꺼지고, 어떤 날은 스마트패드를 허락하고 어떤 날은 금지했다. 어떤 날은 웃으며 달래고, 어떤 나은 야단치며 빼앗았다. -166p.

그들은 각각 최고의 것을 눈앞에 놓고도 그건 하나도 좋은 게 아니라고 손발을 내저었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177p.

세상에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끝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238p.

곽은태 선생님의 반석 같은 어깨 이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자랐을 시현을 한없이 부러워한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두드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의 어깨 위도 알고 보면 멀미 나게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어깨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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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평단에 뽑아주신 아독방 @a_dok_bang 과 한겨레출판사 관계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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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연일 사람들의 입에서, 인터넷 기사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봐왔던지라 어떤 내용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하여 소서판스카이캐슬이라기에 무슨 내용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긴 했으나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는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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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 가독성이 끝내준다. 앞선 책 <별사탕 내리는 밤>을 읽은 직후 건조기 돌아가는 걸 기다리느라 자정이 넘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중간에 접을수가 없어서 끝까지 다 읽어내렸다. 재미 있고, 눈물 나고, 반성을 이끌어내는 울림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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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다. 어릴 때도 그랬고, 뭔가를 하다가 싫증이 나면 그냥 관뒀다. 나는 섬에서 자라며 자연친화적인 유년을 보냈기에 내 아이도 나처럼은 아니라도 매 순간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도윤이에게도 공부는 강요하지 않는다. (물론 독서는 시시때때로 권유하기는 한다) 나는 행복한 시간으로 보낸 유년을 내 아이에게 스트레스 가득한 시절로 강요하기는 너무 비열한 짓 같아서이다.
물론 걔가 공부를 하고 싶다하면 도와줄 것이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렇지 않다하면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 아이의 장래희망은 계속 바뀌고 있다. 목수였다가,요즘은 사냥꾼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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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설 속 시현이나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이해가지 않았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어차피 타인일 뿐이다. 어른조차도 소화해내게 힘든 스케쥴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부모. 그래서 시현이는 째진눈을 하고 거친반항으로 부모를 대한다. 그게 할 수 있는 소통의 전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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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태 선생은 설이에게 더없이 좋은 사람으로 옳은 말만 하지만, 자기 자식인 시현이에게는 거짓말을 했노라 고백한다. 알면서도 놓치고 있던 그 무엇.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재산이 무엇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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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야무진 설이. 원하지 않았던 부모의 부재가 설이의 탓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죄의 변명은 설이가 오롯이 도맡아야만 했다. 어리석은 어른들로 인해 상처 받은 것은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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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을 소설 <설이> 의 담임 선생을 보며 또 깨달았다. 겁나 쥐어박아주고 싶은데 해맑아서 짜증나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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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모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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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 한마디 : 자신이 미친 걸 아는 작가의 에세이.
▷ 두마디 : 아는 것과 인정하는 것.
▷ 추천대상 : 본인이 좀 미친것 같은 사람들.
▷ 이미지 : 난장판 속의 질서.
▷ 깔때기 : 내 인생 최고로 미친 행동은?.
▷ 색깔 : 에세이/건강/심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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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누구나 옷장 속에 잘린 사람 머리 하나는 넣어두고 산다. 그 머리 는 때론 비밀이고 때론 말하지 못한 고백이며, 때론 조용한 공포이 다. 이 책도 잘린 머리 중 하나이다. -11p.

왜 자꾸 "아무나가 되지 마라.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메시지를 주입시키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이미 믿을 수 없을 정도 로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다. 누구나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다. - 47p.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으니까. 고통이 없으면 위안도 없으니가. 나 는 이토록 거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거대한 행복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쁨의 매 순간을 포착 하고 그 순간을 사라간다. 어둠에서 빛으로, 그리고 다시 어둠으로 가는 밝은 대조를 보았기 때문이다. -125P.

예술가가 되려고 특별한 사립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 그냥 거미집 의 정교한 아름다움을 봐라. 거미들은 엉덩이로도 그런것을 만든다 .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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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여러번 얘기 한 적이 있는데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너 무 상대적이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 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 리뷰는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에 빗대어 적는 리뷰가 될 것이다.
미쳤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에는 보통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두 가지는 미친 점을 안고 있는게 맞다. 하지만 꼭 정신에 이상이 생겨야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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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서양특유의 말투, 비유 등은 나를 오그라들게 만든다. 그 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 도 괜찮다고 느꼈던 것은, 쉴새 없이 쏟아져내리는 정신없음의 향 연 가운데 한번씩 정신 번쩍 들게끔 던지는 날카로움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아무나가 되지 마라, 가장 아무런 사람이 되 어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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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한데, 이 책 읽으면서 새삼 내가 얼마 나 정상(대중이 정해놓은 일반적인 기준)에 가까운 사람인지를 인 지했다. 추천대상에 '본인이 좀 미친것 같은 사람들'이라고 적은 건, 이 책 읽으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정상적인지를 깨닫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이 좀 미친것 같다 라고 스스로 알아차릴 능력이 있다면 그건 미친 게 아니다. 뭐 미쳤다 하더라도 그나마 올바르게 미쳐 있는 거라 생각하면 그만일테다. 근데 또 계속 읽다 보니 이 작가가 그다지 미친게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건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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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어떤 책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자신을 달걀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가 있다. 그는 항상 노른자가 흘 러내릴까봐 걱정이라며 불안해한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그를 고 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불안증세는 날로 심해간다. 어느날 한 의 사가 그의 주머니에 식빵을 넣어주며 얘기한다. '이렇게 하면 당신 의 노른자가 흘러내리지 않을거에요' 그러자 비로소 그 남자는 안 심을 했다는 얘기.(이게 정확한건지 모르겠는데 대략 이런 맥락의 이야기였음).
<살짝 미치면~>의 작가 스스로가 자신에게 그러한 맞춤형 의사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스스로 알아차리기. 그걸 고 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일단 받아들이는 것. 관점을 바 꾸면 의외로 편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가 아니라 경험으로 일깨워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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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이 사는구나.
사는 방식이 다르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란,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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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지 못하고 중간에 접어둔 다른 책을 마저 읽고 싶다면 이 책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큰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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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자의 아버지에게 매우 호감을 느끼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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