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 한마디 : 연인을 공유하는 자매.
▷ 두마디 :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 추천대상 : 자극이 필요한 분들.
▷ 이미지 : 막.
▷ 깔때기 : 내 연인이 나를 누군가와 공유하려 한다면?.
▷ 색깔 : 소설/사랑/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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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정사는 조금도 달콤하지 않았다. 달콤하진 않았지만 편안했다. 믿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는것이다. -131p.

나는 발견했다. 사람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면 그 존재를 통해서만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177p.

당신이 없는 동안, 나는 멍청이가 돼 있엇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냐. 했어. 다 했어.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가 된 것 같았어. 이제야 겨우 인간으로 돌아왔어.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피가 흐르기 시작하고 그리고 - ...(중략)...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당신을 만났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나를 만난 기분이야. 돌아온 사람은 당신인데,나도 돌아왔구나 싶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81p.

하지만 다르게 만들려면 우선 부서뜨려야만 해.
사와코의 말에 다부치는 웃으며, 간단해요, 라고 말했다. 부수는 건 간단해요. 아깝다는 생각만 안 하면 되는 거죠. -217p.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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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평단에 뽑아 주신 아독방 @a_dok_bang 과 소담출판사 관계자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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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내가 많이 접한 적 없는 작가의 작품을 볼 때는 더욱 더 그러한데, 나는 좀 움츠러드는 편이다. 마치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방어하는 듯한 자세로 담력테스트를 하는 기분이랄까. 가만 보니 집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두어권 있는 것 같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안타깝게도 두 작품 다 뭔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독후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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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적 없는 일본이나 아르헨티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배경 묘사 읽는 걸 꽤 좋아하는데 책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독성은 좋았고, 소재는 파격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작품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 뒷이야기를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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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공유하는 자매. 이게 만약 남여성이 바뀌었다면 아마 쌍욕을 먹었겠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래서 설정을 모두 내려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감정만 집중해보자. 그랬더니 좀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가장 공감 안가는 캐릭터인 미카엘라. 어쩐지 정이 안간다. 대신 다쓰야의 입장에 굉장한 몰입을 보였다. 이유가 뭘까.나는 왜 주인공인 자매도 아니고 자매가 공유한 다쓰야에게 이입해서 이 책을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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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정말 궁금하다. 다른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등을 배제하고 그냥 그 감정 자체로 궁금하다. 그 동안 동시에 여러명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 이야기는 낯설다. 게다가 공유당하는 대상의 감정은? 그 감정은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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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별사탕 내리는 밤>인가? 책 표지만 보고 있자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연상될법하다. 하지만 내용은 동화와는 거리가 멀고도 험하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는데 원제도 동일하다. 몇 페이지쯤 읽다보니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부인도 이 사실을 안다. 그런데 부인은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이쯤되면 제목만 보고 설레었던 나의 동심이(너에겐 동심같은거 신생아때부터 없었다!!)파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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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공유한다는 설정 자체부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으나, 가히 파격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 옛날 읽고 멘붕이 왔던 <내 남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얘기한다. '넌 뭐지? 얘 구역의 농약은 나였는데?' 하는.
불륜, 혼전임신, 미혼모, 근친상간(형부와 처제 사이) 등 온갖 자극적인 양념이 버무려진, 내게 있어 이 작품을 음식으로 표현해보라면 '뱀구이' 정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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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를 잠시 내려두고 다시 바라본다.
카리나는 미카엘라에게 '이민자로써 낯선 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눈치' 를 가르친다. 오롯이 믿고 기댈수 있는 서로를 형성한다. 그러한 마음과 환경은 '변명의 여지없이 아주 나쁜 그녀들' 을 만들어낸다. 어떠한 유혹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증명해낼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은 연인을 공유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에게 서로만이 온전하다는 것을 '연인의 공유'라는 형태로 확인하는 것.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변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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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젤렌의 사랑 또한 설정을 내려놓고 바라본다. 아직 어리고 싱그러운 그녀의 사랑표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순도 100%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나 조건을 배제한 감정. 그와 만나는 시간만을 진짜 시간으로 간주하는, 자신의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어찌보면 지극하게 흔한 사랑.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가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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