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에 나와있는 16가지 발견 중에는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좀 있는 편이다. '띠무늬 스타킹을 신은 기린'이나 '부활절 성극의 퍼즐을 맞추다', '나를 유혹하는 쌍둥이 롤리타' 등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기보다는 우리가 잘 모르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재미없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흥미있게 보이려는 제목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파헤치는 책들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출간되었다. 궁금증을 자극하고 미처 모르던 것을 발견하는 재미 때문에 독자나 출판사 입장에서 즐기는 소재가 된 것 같다. 이 책은 다른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보다는 그래도 차별화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쾰른 대성당의 완공을 둘러싼 '사라진 설계도의 비밀'은 역사적인 건축물의 도면이 고작 과일을 말리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에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우연히 남은 도면까지 발견되어 길고도 긴 건축과정에 마무리를 짓게 된다. '예술사에 획을 그은 라오콘 논쟁'에서 라오콘이라는 조각상은 생소하기만 했었는데,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격찬을 듣던 작품이라고 하여 관심이 갔고 후에 사라졌던 팔부분의 조각까지 발견된 행운의 조각상이다. 잘 모르던 분야를 알게 되어 반가웠던 내용이다. 

또한, 우연히 사진 현상의 비법을 발견하게 되는 '낡은 장롱 속에서 기다린 행운의 여신'은 장롱 속의 온갖 화학물질을 제쳐 두고 온도계에서 새어 나온 약간의 수은이 카메라의 발명에 공헌하게 된 원료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고대의 물고기를 다룬 '마다가스카르 근해에 나타난 고대의 물고기'와 같은 내용은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 경위나 이후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야만 책으로 나올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에 끼치는 영향의 범위는 작더라도 친근하고 관심이 갈만한 소재라면 읽고 싶어하고, 또 읽고도 후회하지 않을 독자들의 층은 분명 있을 것이다.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아이라 재판소동
데브라 하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기록이란 참 흥미롭다. 오래전 재판의 기록은 현 2008년의 시점에서 기원전 343~34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을 눈앞에서 벌어지듯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대로 귀족 남성들만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 불완전하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민주정치가 발달되었던 고대 아테네에서 벌어졌던 일이라 상당히 오래 전임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재판 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직업창녀로 자라나다가 몸값을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되어 한 남자에게 정착하여 살던 여인 네아이라가 있다. 그녀가 재판에 연루된 것은 함께 살던 스테파노스에게 보복을 하고자 했던 아폴로도르스 때문이다. 아폴로도르스는 그간 여러 소송 문제로 앙금이 깊게 남아있던 스테파노스를 공격하기 위해 그와 한 가정을 이루어 살던 네아이라의 출신성분이 외국인이란 것을 공격한다. 당시 아테네에서는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테파노스와 네아이라가 공식적 부부였음을 증명하려 애쓴 것이다. 네아이라는 아폴로도르스에 의해서 온갖 과거가 까발려지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그당시 여성에게는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폴로도르스가 법정에서 발표하기 위해 작성한 연설문은 고스란히 남아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 연설문 이외의 많은 참고문헌을 이용하여 네아이라의 삶을 통한 당시 사회상을 실감나게 전하며 아폴로도르스가 작성한 연설문 내용의 진위에 대한 생각도 덧붙인다. 

재판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언제부터인지 네아이라 측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누가 재판에서 이겼는지 몹시 궁금해졌지만, 아폴로도르스의 연설 이후에 행해졌을 스테파노스의 반박 자료는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재판의 결과 역시 알 수 없다. 단지 네아이라에 대한 기록이 재판 이후에도 간간히 보이는 것을 보면, 스테파노스와의 삶을 이후에도 이어간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스테파노스의 승리를 점쳐볼 수 있다.

고대 아테네의 결혼 풍습과 여성의 지위, 관련 법률, 잦은 소송이 이루어지던 사회의 모습 등 한 건의 재판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관련 자료를 모아 집필한 저자의 노력으로 코앞에 펼쳐지듯이 지켜본 재판과정은 한 여성의 인생유전과 사회상을 여과없이 전해주는데, 의외로 기원전의 시대와 현 시점의 생활상은 시간상의 거리에 비해 닮은 점이 많아보인다. 인간의 본성은 오랜 세월을 거쳤어도 그대로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역사가 짧은 나라가 부러워. 외울 게 너무 많아."  
지나온 학창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우리 역사가 역사이기에 앞서 외어야 할 부담감으로 다가오던 시절이 나도 역시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로서의 접근이 아닐 때, 문화가 쌓이고 변천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긴 세월의 역사는 부담이 아닌 존재가치로서 다가오게 된다. 그렇다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 1의 강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의 역사는 어떨까? 

책의 앞부분을 읽으며 콜럼버스가 인도라고 생각했던 아메리카 대륙에 착륙하면서 행했던 학살의 잔인함에 우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침략과 정복의 역사 속에 인디언들의 울분과 희생이 있었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정도일 줄이야. 콜럼버스 일행에게 달려와 인사하며 여러 물건들을 가져와 교환하려 했던 순박한 아라와크 인디언들은 뒤이어 부족의 씨를 말릴 정도의 참흑한 역사가 펼쳐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황금을 가져오라는 스페인인들의 명령을 황금이 없는 까닭에 이행할 수 없었던 아라와크 족은 손목이 잘리는 형벌을 당하며 죽어갔고, 고통스러움에 독극물로 집단자살을 했다고도 한다. 25만명의 인구가 불과 한 세기가 지났을 때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서구인들의 잔인함을 알게 되는데, 정작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 정복에 대해 야만을 문명화시킨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깨알만큼도 없었고, 무자비하고도 이기적인 행동은 어느쪽이 야만족인지 알려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인디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 개척기는 북쪽으로 멕시코와 충돌을 빚으며 새로운 영토를 얻어냈고, 거대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까닭에 흑인들을 데려와 노예로 삼는 사태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흑백갈등의 원인이 된다. 당시 존경받는 링컨대통령조차 흑인의 인권에 대해 그리 깊은 인식을 하지는 못했던 듯 싶다.
--이 분쟁에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연방을 보존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도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반대롤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p121)--

미국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은 타민족뿐만이 아니다. 서민계층 역시 미국 정치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자유주의 국가라고 알려진 미국이지만, 그들의 철저한 보수성과 상위계층 위주의 정치적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여전히 국방비를 감축하려 들지 않으며, 엄청난 국방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대통령들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사색을 하기보다 스스로의 자리 보존에 연연해 왔고,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국방예산을 증대시켜 왔다. 

세계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기엔 이기적이고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나라 미국. 
미국이 행한 정치적 행동 속에서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약소국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며 배후 지원을 막기 위해 엉뚱하게도 라오스와 캄보디아에까지 폭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폭격으로 죽고 다친 민간인들의 희생은 글로 쓰긴 간단하나,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을 수많은 사연과 아까운 목숨, 그들 가족의 슬픔은 어떻게 달래려나.

그러나, 또다른 나라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휴머니즘에 입각한 지구촌 리더의 역할을 하리하곤 기대되지 않는다. 차후 그 역할을 중국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 하는데, 성화 봉송을 둘러싸고 티베트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지나친 민족의식을 볼 때, 그 시기가 온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의 운명은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외교와 정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툰과학 지구과학 1 미리 끝내는 중학교 교과서
한재필 지음, 주경훈 그림 / 어진교육(키큰도토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면서 만화의 순기능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만화를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동화나 이야기 종류를 만화로 접하다보면 이야기글과 멀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화로 만든 책은 절대 사주지 않았었고, 정보를 알기 쉽게 만화로 옮겨놓은 책만 사주었었다. 가장 먼저 사준 만화는 '먼 나라 이웃나라'로 기억된다.

최근에는 중학교 과정을 만화로 선행학습시키는 책들을 몇 권 읽어봤는데, 거의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이 책, 카툰 과학의 경우에는 아이가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표현을 써가며 굉장히 좋아했다. 아이가 먼저 보고 그 후에 내가 보게 되었는데, 교과 과정을 성실히 전달하고 있어서 재미있다기보다는 '그 만화 잘 나왔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줄거리에 치중한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더 마음에 드는 책인 것 같은데도 아이가 재미있다고 하는 걸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가르쳐주기 때문인 것 같다. 

중학교 과정으로 올라가면서 각 과목의 난도는 갑자기 몇 계단 상승한 느낌이 들 정도로 초등학교 과정보다 수준이 높다. 이 만화책은 만화라고 부르기 미안할 만큼 공부를 시키는 만화이다. 과학과목의 특성상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림, 도표, 사진은 필수인데, 이 책은 만화이기 때문에 일반 교재보다 더 많은 그림이 있어 내용 이해가 잘 된다. 화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암석 형성의 과정을 보면 일반 교재에서 설명으로 풀이한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에 관심있는 초등학생이라면 미리 읽고 관련학습의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우리 아이처럼 중학생인 경우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과정에 대해 공부가 되는 책이므로 역시 유용하다. 책을 보기 전에는 요즘 많이 나오는 중학교 예습 만화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의외로 탄탄한 내용에 만족도가 참 높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독한 장난 -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이경화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에 맞지 않아 왠지 싫은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성격 탓일까, 훌륭한 인격으로 수양되지 못한 때문일까. 과거에 5년간의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특정직원을 따돌리는 사례를 몇 번 만날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어'란 말로 특정인에 대한 비호감을 쌀쌀한 무관심과 불친절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소 심한 경우엔 한 팀의 일원 모두가 대장격인 사람의 주도로 조직적 왕따를 시키기도 앴다. 동참하지 않는 사람 역시 비슷한 편가르기를 당해야 했었는데, 이 책에 나온 성원이처럼 방관했던 사람이 대다수였다. 책 속 아이들의 지독한 장난과 달랐던 점은 그 양상이 폭력적은 아니라서 조금은 견디기 쉽다는 것 뿐이었다.

살다 보면 싫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이 무관심으로 자라나는 것까지는 잘못이라 할 수 없지만, 직접 나서서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방관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면 그땐 사정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조직적 따돌림과 괴롭힘이 가해질 때 그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을 넘어서서 어떤 행동을 취하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데, 책에서 표현된 것처럼 가해자가 되느냐, 방관자가 되느냐, 아니면 당하는 자의 편을 들 것이냐의 갈림길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인 이상, 그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감당히기 힘든 어려움이다. 당하는 괴로움을 능히 짐작할만 한데도 왕따를 시키는 것은 바로 자라지 못한 엇난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책에서 왕따를 시키는 주요인물인 강민은 그역시 체구가 작았던 시절, 선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엇자라 당했던 그대로 남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혜진이는 왕따에 대처하는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왕따를 당할 때에도 의연하게 대처했고 입장이 바뀌어 준서가 따돌림을 당할 때에는 그를 이미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용기내어 준서의 편을 들어준다.

평소 미국 레슬링에 관심이 없어서 준서가 처한 현실을 상징하는 레슬링에 대한 묘사에 다소 이질감이 들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왕따의 현장을 고발함으로써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