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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장난 -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ㅣ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이경화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에 맞지 않아 왠지 싫은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성격 탓일까, 훌륭한 인격으로 수양되지 못한 때문일까. 과거에 5년간의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특정직원을 따돌리는 사례를 몇 번 만날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어'란 말로 특정인에 대한 비호감을 쌀쌀한 무관심과 불친절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소 심한 경우엔 한 팀의 일원 모두가 대장격인 사람의 주도로 조직적 왕따를 시키기도 앴다. 동참하지 않는 사람 역시 비슷한 편가르기를 당해야 했었는데, 이 책에 나온 성원이처럼 방관했던 사람이 대다수였다. 책 속 아이들의 지독한 장난과 달랐던 점은 그 양상이 폭력적은 아니라서 조금은 견디기 쉽다는 것 뿐이었다.
살다 보면 싫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이 무관심으로 자라나는 것까지는 잘못이라 할 수 없지만, 직접 나서서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방관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면 그땐 사정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조직적 따돌림과 괴롭힘이 가해질 때 그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을 넘어서서 어떤 행동을 취하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데, 책에서 표현된 것처럼 가해자가 되느냐, 방관자가 되느냐, 아니면 당하는 자의 편을 들 것이냐의 갈림길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인 이상, 그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감당히기 힘든 어려움이다. 당하는 괴로움을 능히 짐작할만 한데도 왕따를 시키는 것은 바로 자라지 못한 엇난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책에서 왕따를 시키는 주요인물인 강민은 그역시 체구가 작았던 시절, 선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엇자라 당했던 그대로 남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혜진이는 왕따에 대처하는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왕따를 당할 때에도 의연하게 대처했고 입장이 바뀌어 준서가 따돌림을 당할 때에는 그를 이미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용기내어 준서의 편을 들어준다.
평소 미국 레슬링에 관심이 없어서 준서가 처한 현실을 상징하는 레슬링에 대한 묘사에 다소 이질감이 들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왕따의 현장을 고발함으로써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