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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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역사가 짧은 나라가 부러워. 외울 게 너무 많아."  
지나온 학창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우리 역사가 역사이기에 앞서 외어야 할 부담감으로 다가오던 시절이 나도 역시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로서의 접근이 아닐 때, 문화가 쌓이고 변천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긴 세월의 역사는 부담이 아닌 존재가치로서 다가오게 된다. 그렇다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 1의 강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의 역사는 어떨까? 

책의 앞부분을 읽으며 콜럼버스가 인도라고 생각했던 아메리카 대륙에 착륙하면서 행했던 학살의 잔인함에 우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침략과 정복의 역사 속에 인디언들의 울분과 희생이 있었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정도일 줄이야. 콜럼버스 일행에게 달려와 인사하며 여러 물건들을 가져와 교환하려 했던 순박한 아라와크 인디언들은 뒤이어 부족의 씨를 말릴 정도의 참흑한 역사가 펼쳐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황금을 가져오라는 스페인인들의 명령을 황금이 없는 까닭에 이행할 수 없었던 아라와크 족은 손목이 잘리는 형벌을 당하며 죽어갔고, 고통스러움에 독극물로 집단자살을 했다고도 한다. 25만명의 인구가 불과 한 세기가 지났을 때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서구인들의 잔인함을 알게 되는데, 정작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 정복에 대해 야만을 문명화시킨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깨알만큼도 없었고, 무자비하고도 이기적인 행동은 어느쪽이 야만족인지 알려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인디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 개척기는 북쪽으로 멕시코와 충돌을 빚으며 새로운 영토를 얻어냈고, 거대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까닭에 흑인들을 데려와 노예로 삼는 사태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흑백갈등의 원인이 된다. 당시 존경받는 링컨대통령조차 흑인의 인권에 대해 그리 깊은 인식을 하지는 못했던 듯 싶다.
--이 분쟁에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연방을 보존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도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반대롤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p121)--

미국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은 타민족뿐만이 아니다. 서민계층 역시 미국 정치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자유주의 국가라고 알려진 미국이지만, 그들의 철저한 보수성과 상위계층 위주의 정치적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여전히 국방비를 감축하려 들지 않으며, 엄청난 국방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대통령들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사색을 하기보다 스스로의 자리 보존에 연연해 왔고,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국방예산을 증대시켜 왔다. 

세계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기엔 이기적이고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나라 미국. 
미국이 행한 정치적 행동 속에서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약소국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며 배후 지원을 막기 위해 엉뚱하게도 라오스와 캄보디아에까지 폭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폭격으로 죽고 다친 민간인들의 희생은 글로 쓰긴 간단하나,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을 수많은 사연과 아까운 목숨, 그들 가족의 슬픔은 어떻게 달래려나.

그러나, 또다른 나라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휴머니즘에 입각한 지구촌 리더의 역할을 하리하곤 기대되지 않는다. 차후 그 역할을 중국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 하는데, 성화 봉송을 둘러싸고 티베트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지나친 민족의식을 볼 때, 그 시기가 온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의 운명은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외교와 정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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