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 - 그림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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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만난 팀 보울러의 작품이다. 처음 읽었던 '리버 보이'의 인상이 워낙 강했던 탓에 다른 작품을 읽을 때에는 약간의 낯설음이 존재한다. 비슷한 맥락과 분위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다른 작품에서까지도 '리버 보이'를 만나고 싶은 내 욕심인 것 같다.

'스쿼시'는 아들을 제1의 스쿼시 선수로 키우려는 전직 스쿼시 선수인 아버지와 그아들 제이미와의 갈등을 소재로 삼았다. 아버지는 제이미를 다룰 때 용기를 북돋우거나 제이미의 상태를 배려하지 않았고, 폭력과 강제의 방법을 사용하여 반항심을 북돋운다. 책을 읽는 청소년들 중에는 '스쿼시'라는 용어 대신 '공부'나 그 밖의 낱말을 대입하여 자신의 처지와 공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주변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기대치와의 차이와 압박의 정도가 심할수록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변혁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그 상황의 부당함을 안정되지 못한 방법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제이미도 다르지 않았다.

제이미가 우연히 만난 소녀는 임신한 몸으로 누군가에 쫓기고 있었다. 소녀에게서 자신의 방황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낀 제이미는 두발벗고 소녀를 도우면서도 그것을 남을 돕는 행위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녀를 어려운 지경에서 구해내어 새로운 모습의 희망을 보는 것은 곧 자신의 미래와도 같다고 느낀 것이다. 소녀는 제이미의 고민과 갈등을 안 후, 자신들을 그림자라고 부른다. 빛의 한가운데에 있지 못하고 음지를 떠도는 자신들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소녀를 도울 수 있었던 건, 스파이더와의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이미와 스파이더의 우정, 또한 소녀와 제이미의 교류는 어른들의 주고 받는 이해관계와 차원을 달리 하는 무한한 믿음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제이미를 믿게 된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음에 따라 소녀를 감싸주고 포용해주지 않은 가족의 존재를 알게 된 제이미는 분노를 분출하며 스쿼시 시합에 임해 호쾌한 승리를 거둔다.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진행된 스쿼시 시합에서 맥을 못추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제이미의 내부에 있던 스쿼시 선수로서의 자질은 아버지에 의한 강요의 시합에서는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치뤘을 때 기꺼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주변의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아버지는 깨달음에 눈을 뜬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어 아내까지 슬픔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이제서야 이해한다. 사람은 평상시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상태에선 자신의 흐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쉽사리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파동과 요동침이 남에게 생채기와 아픔을 주고 때로는 죽음으로 내몰고 나서야 잘못을 깨닫는 후회의 동물이다. 뒤늦게 통한의 눈물을 흘려도 엎어버린 양동이일 뿐이지만, 반성과 새출발이 있기에 타인의 희생이 허무하지만은 않다. 제이미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기꺼이 용서하고 안아드린다. 

'스쿼시'는 그림자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리며, 가족간의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다. 더불어, 책 속의 내용과 같은 아픔과 희생없이 갈등을 이겨내길 바라는 팀 보울러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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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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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력이 가득하다고 소문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한 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책'이라는 존재가 새삼 고맙다. 지은이와 나는 전혀 안면도 없고 어쩌다 만나도 친구가 되기엔 나이차도 많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생각과 느낌, 순간의 감정까지도 공유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인가 가슴 속으로부터 울컥 치미는 감정을 발견하고 그들이 느꼈던 것에 맞장구를 치면서, 나는 인도에 발 한번 떨어뜨리지 않고도 멋진 간접 체험을 완수할 수 있었다.

젊은 부부 sam과 annie는 무작정 길을 떠났다. 그들이 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그리고 남들도 이미 가고 있는 길인 '하루빨리 돈벌어 큰 아파트 사기'와 '자식 낳아 교육 잘 시키기'를 잠시 뒤로 하고 말이다. 질러가는 길을 두고 잠시 다른 곳에서 한눈 팔다 오겠다는 그들 부부를 주변 사람들은 만류하며 철이 없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당연한 반응이고 걱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작정 쉬려고만 여행의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 결국 빠른 완성에 이르는 축적된 힘을 얻게 된다든가, 아니면 하나의 종교처럼 굳어진 도시인들의 일관된 삶의 방법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었다면 한창때의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았을 테니.

annie는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을 멋들어지게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약점이 있는 본연의 인간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녀의 글에서 공감을 했다면, 그런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고 나 역시 그녀와 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nnie가 A양의 겉모습을 보고 왠지 싫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속물적인 근성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에 쏙 드는 사람도 있지만 왠지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에게 정신이 채 자라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유치한 불친절을 내뿜는 경우가 왜 없을까.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 며칠 후에 당장 여기를 나가자고  sam을 졸랐던 일 역시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일들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숙식도 제공되지 않는 곳에서 진정한 봉사 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존재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작은 철학자 라지와의 만남도 인상 깊었던 일 중의 하나이다. 지은이에게도 물론 소중한 경험이었겠지만 책을 읽는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생각이 다른, 그리고 깊은 라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얘기를 나눈 것은 책이 준 소중한 간접체험이다. 

남들이 다 사는 방식대로의 삶만이 방법의 전부가 아니며, 여러 사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미처 눈을 뜨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참으며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나, 실로 소중한 가치이지 않은 것에도 이와 같은 자세를 너무 남발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10년 걸려 할 일을 3년만에 해치웠다는 것을 자랑삼느라고 앞당겨진 7년만큼의 행복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상을 사는 방법과 '여유'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호쾌하게 웃는 스페인 친구 카를로스와, 부인과 사별하고 캘거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제임스 정의 삶은 우리의 표준적인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담아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세상에 한번 태어나 사는 삶이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감출 수가 없다. 

-2008. 8. 19. sam과 annie의 인도여행에 동승하여 즐거웠던 마음 속 여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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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hop CS3 핵심 활용 비법 400
무라카미 히로코 지음, 임효정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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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학원에서 포토샵을 배웠었지만, 꾸준히 사용을 하지 않는데다가 프로그램이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오래 전 버전에 해당하는 교재를 보기가 좀 힘들어졌다. 포토샵을 사용할 일이 가끔씩 생길 때마다 배운 내용은 이미 잊은지가 오래였고, 의도하는 대로 작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기가 일쑤였다. 마침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이러닝 프로그램의 강의를 들으며 포토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몇 년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교재가 따로 없는 과정이었던지라 배울 땐 재미있었지만 혼자 작업할 때면 앞이 막막한 것이 아무래도 새 교재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 책에는 400가지 상황에 따른 작업 방법이 간단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각 상황마다 한 쪽에서 두 쪽 정도의 분량으로 설명을 마치고 있는데, 매 설명마다 작업의 결과가 나타난 포토샵 프로그램의 사진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어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설명은 상당히 기본적인 부분부터 시작한다. 색상 환경 설정 방법부터 색상 모드, 비트 수, RGB와 CMYK, 해상도, 스캔한 사진으로 새 파일을 만드는 법 등 포토샵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본지식의 측면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학원에 다닐 때 처음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과제를 내어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가르치신 선생님이 있었는가 하면, 색상이나 파일, 레이어와 채널에 대한 개념부터 충분히 학습한 후 실습에 들어간 선생님도 계셨다. 전자의 선생님이 바쁜 일로 수업을 펑크내셨을 때, 후자의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은 우리 반은 선생님에 따라 수업내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에 분개했었다. 당연히 기본적인 걸 알고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르다. 그런 점에서 초보자에겐 이 책의 채도, 명도, 이미지 등에 대한 기본 설명이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책의 대상은 포토샵에 관심을 갖고 본 적이 있었던 초보자나 나처럼 오래 전에 배워 이미 기억에서 희미해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상당 수준의 실력을 갖추어 좀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기법을 찾는 사람들은 이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을 거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레이어, 레이어 마스크, 필터, 텍스트 효과, 프레임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만, 채널에 대해서는 극히 한정적인 설명밖에 없다. 학원 선생님께서 진정한 고수는 레이어를 이용하지 않으며 채널을 이용해 작업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나는데, 편하자고 만들어놓은 레이어를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만큼 이 책에서는 초보들의 포토샵 대중화를 타깃으로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 입장에선 포토샵을 할 때마다 헤매이던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하더라?'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운 책이다. 다만, 책의 그림에 나와 있는 포토샵 프로그램이 한글화된 메뉴를 사용하고 있어, 영어 메뉴를 그대로 쓰는 유저들은 조금 헷갈릴 소지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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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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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는 시카고의 멕시칸 거주지역에서 태어난 작가의 경험을 살려 지은 책으로, 처음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성장소설이고, 제3세계가 배경이며, 지극히 서민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닮아 보였다. 그러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을 갖고 있는 반면에 '망고 스트리트'는 시적이고. 독백의 느낌이 나며. 짤막한 단편을 읽는 듯이 따로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망고 스트리트는 예쁜 이름과는 달리 가난과 동떨어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영유하는 공간이다. 우리 역사에서 몇십 년을 거슬러 올라갔을 당시의 모습처럼 이들도 역시 사람냄새 나는 친밀한 이웃관계와 가지각색의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삶을 이끌어나가는 어른들은 그 부담스러운 무게에 눌리며 만성적인 체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에스페란자는 이 거리에서 이웃과 감정을 공유하며 성장한다. 이웃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기도 하고,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풋사랑의 감정 등으로 소녀 시절을 채워간다. 그녀가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망고 스트리트를 감싸고 도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 타인들의 인생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의미 또한 가볍지만은 않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수영선수였다가 사고로 척추를 다친 이모의 집에서 철없는 에스페란자와 친구들이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흔들던 이모를 그대로 따라하며 흉내내기 게임을 했을 때이다. 나중에서야 당시의 이모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는데, 작은 마음에 상처로 남았을 경험을 책에서는 '그때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 꿈을 꾸기 시작했다.'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어떤 꿈이었을까?

부를 향한 마음은 망고 스트리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로또의 꿈을 꾸고 미래의 멋들어진 집을 상상한다. 에스페란자 역시 방이 제대로 갖춰진 집의 주인 행세를 할 훗날을 꿈꾸는데, 다락방 정도쯤 나그네들에게 자유롭게 빌려주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스페란자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망고 스트리트를 떠난다. 작가는 이 책을 출판한 이후 실제로 멋진 집의 주인이 되었고, 책으로 망고 스트리트와 그곳에 거주하는 잊을 수 없는 이웃들을 다시 찾았으니 결국 다시 돌아온 셈이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아름답고 독특한 문체로 쓰여져서 미국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작문 교재로 사용된다는데, 번역본이니만큼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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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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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을 통해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요즘이다. 좀더 구체적인 상황에서 역사의 한 부분을 관조하면서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마치 눈앞에 보는 듯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어느 정도의 허구가 섞여 있어 완전한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지라도 소설가들의 고증과 상상력으로 역사의 줄기에 접근하는 것은 독자들에겐 훌륭한 선물과 같다. 그러나, 역사의 일정 부분만을 차용했을 뿐 연계성이 떨어지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나, 고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겉모양만의 팩션은 독자들에게 곧바로 외면당할 수 있다. 다행히도 '왕의 밀사'는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니다.

북벌정책을 추구했던 효종은 북쪽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조선통신사를 이용해 막부의 권위를 다지려던 일본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져 효종 6년에 485명으로 구성된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되는데, 이 조선통신사의 파견은실제로도 있었던 일이다.
책에서는 조선통신사의 종사관이었던 실제인물 남용익을 등장시키고 통역사의 역할을 맡은 가상의 인물 박명준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박명준은 탐정과도 같은 추리력으로 누명을 쓰고 갇힌 남용익을 구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건이 일본에서 벌어지는 만큼 일본 내의 정치상황이 곧 중요 배경이 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에서 막부를 열어 상업과 서민문화를 발달시켜 나가며 교토의 천황도 제압할만한 세력을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막부와 황실의 세력 다툼이 소설을 지탱시켜 나가는 배경이 되므로, 일본 내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 좋다.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기도 하지만, 배경을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책 뒤에 소개된 '당시 일본 권력 지형도'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살인의 동기는 쇄국정책을 펴는 막부에 대한 반감에서 연유하였으며, 외부와 당당히 통상하는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만들기 위한 신념이 이런 거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역사적 사건에 살인사건을 접목시키면서 살인의 동기와 설득력,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점이다. 즉, 탄탄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범인을 잡는 과정의 긴장감처럼 추리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의 측면에서는 썩 만족하진 못하였다. 역사를 고증하면서 서스펜스까지 가미시키기란 좀 어려운 과정이었던 것도 같다.

남용익과 박명준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 효종을 대하게 되는데, 미리부터 일본과 은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효종의 영민함과, 벼슬보다는 어린 시절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박명준의 세상을 달관한 자의 여유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여유롭게 빛내며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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