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망고 스트리트'는 시카고의 멕시칸 거주지역에서 태어난 작가의 경험을 살려 지은 책으로, 처음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성장소설이고, 제3세계가 배경이며, 지극히 서민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닮아 보였다. 그러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을 갖고 있는 반면에 '망고 스트리트'는 시적이고. 독백의 느낌이 나며. 짤막한 단편을 읽는 듯이 따로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망고 스트리트는 예쁜 이름과는 달리 가난과 동떨어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영유하는 공간이다. 우리 역사에서 몇십 년을 거슬러 올라갔을 당시의 모습처럼 이들도 역시 사람냄새 나는 친밀한 이웃관계와 가지각색의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삶을 이끌어나가는 어른들은 그 부담스러운 무게에 눌리며 만성적인 체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에스페란자는 이 거리에서 이웃과 감정을 공유하며 성장한다. 이웃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기도 하고,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풋사랑의 감정 등으로 소녀 시절을 채워간다. 그녀가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망고 스트리트를 감싸고 도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 타인들의 인생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의미 또한 가볍지만은 않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수영선수였다가 사고로 척추를 다친 이모의 집에서 철없는 에스페란자와 친구들이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흔들던 이모를 그대로 따라하며 흉내내기 게임을 했을 때이다. 나중에서야 당시의 이모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는데, 작은 마음에 상처로 남았을 경험을 책에서는 '그때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 꿈을 꾸기 시작했다.'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어떤 꿈이었을까?

부를 향한 마음은 망고 스트리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로또의 꿈을 꾸고 미래의 멋들어진 집을 상상한다. 에스페란자 역시 방이 제대로 갖춰진 집의 주인 행세를 할 훗날을 꿈꾸는데, 다락방 정도쯤 나그네들에게 자유롭게 빌려주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스페란자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망고 스트리트를 떠난다. 작가는 이 책을 출판한 이후 실제로 멋진 집의 주인이 되었고, 책으로 망고 스트리트와 그곳에 거주하는 잊을 수 없는 이웃들을 다시 찾았으니 결국 다시 돌아온 셈이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아름답고 독특한 문체로 쓰여져서 미국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작문 교재로 사용된다는데, 번역본이니만큼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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