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진심 - 언어의 마음을 알려주는 40가지 심리학
최정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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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은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만큼 말의 위력은 강한데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것이 말이다. 말은 내가 하기도 하고 또한 듣기도 해야 하므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동물과 다른 점이 정확하게 말이나 글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그로 인해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요즘은 자주 이슈가 되는 듯하다. 예전보다 더 말을 많이 하고 살기 때문이라기 보다 삶에 더 여유가 생겼지만 시간은 더 부족해지고 알아야 할 것들과 봐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해석하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해졌는데 나에게 던진 한마디가 정말 나를 공격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격려하기 위함인지를 알아야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도 누군가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공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라는 것인데 책에서 말한 것처럼 '꼭 말을 해야 알아?'라고 무심코 말을 던지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두루뭉술하게 말을 하면 정확히 말을 하라고 오히려 짜증을 낼 것이다. 남에게 기분 나쁘게 말을 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만 지키면 된다. 바로 공감이다. 불만이나 힘든 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공감해 주고 그다음에 해결책을 얘기해도 충분하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말했을 때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 '먹고사는 게 쉬운 게 어디 있냐?'라는 말을 듣는다면 꼰대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책의 내용 중 3/4 정도는 공감하고 마음에 진심을 담아서 전달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단호하게 말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제목만 보면 거절을 할 때 단호하게 끊어야 하는 것에 대한 것 같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다. 즉 단호하게 말하더라도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지 않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 중에 말 버릇인지 몰라도 항상 'OO 해라' 식으로 말을 한다. 듣기에 명령조로 들려서 상당히 불쾌한 기분을 여러 번 느꼈다. 계급사회라고 하는 군대에서조차 이렇게까지 심하게 하지는 않는데 친구 사이에 이렇게 말하니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말이 행동을 바꾸고 성격과 인생까지 바꾼다고 하는데 남에게 하는 말이 결국 돌고 돌아서 나에게 화살이 되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면 해결책은 쉽게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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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 최후의 바다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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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최후 결전인 노량해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창 시절 읽은 위인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우리 국토를 유린한 왜적들을 한 놈도 살리지 않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다졌고 대승을 했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은 전사하고 만다.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오랜 전쟁으로 지쳐갔는데 휴전이 협상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들 기뻐하지만 마지막 전쟁이 남아 있었다. 당장 지금부터 효력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을 기해서 전쟁을 멈추는 것이기에 최후까지 한 번 더 전쟁을 벌여야 했었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도 잠시, 마지막까지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당시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 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컷 남의 나라에서 국토를 유린하였지만 바다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을 것인데 그 병사들이 느낌 심정은 상당 부분 이해가 된다. 대국이라서 조공을 바치는 조선을 도우러 온 명나라도 마찬가지로 굳이 물러가겠다는 적을 굳이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물리쳐야 할지 의문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나라까지 포함하여 세 나라의 전쟁이었다. 각자 생각이 달랐을 것이고 나라와 가족을 위해 또는 나의 앞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지만 주연보다 주목을 끄는 조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손문욱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소설에서는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보면 오히려 그가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처럼 손문욱도 어쩌면 전체 판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인물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역사 소설의 경우 간혹 찾아서 읽는 편인데 내가 몰랐던 역사의 이면에 대해 알게 해주어 앞으로도 자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전체적인 흐름만 배워서 몰랐지만 나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기에 그 시절에는 백성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 남긴 고통은 백성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일 것이다. 포로가 되어 적군의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협력하였을지도 모른다. 역사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장수나 병사 혹은 백성들 개개인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역사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고 또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가장 흥미를 더한 인물은 역시 손문욱이었고 선조라고 부르는 이연, 조선을 침탈한 왜군 장수인 고니시 유키나가는 심리적인 면이나 지략에서 독자들로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 일본은 100년간 전쟁을 벌이면서 전쟁에 대해서는 통달하였을 것이고 200년 넘게 태평 시대를 맞이하던 조선이나 명나라에서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여 전략에 대해 한수 아래였는지 모르겠다. 명나라의 유정과 진린의 경우 정말 민폐남이었는데 당시에도 민폐 덩어리라는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상황은 이해가 된다. 남의 나라를 도우러 왔다는 핑계로 온갖 행패를 부리는 것을 그동안 보아오지 않았던가?

단순히 노량 해전 하나만 놓고 본다면 역사책에서 한 페이지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 관련된 각종 추측들. 자살설 혹은 암살설 여러 가지가 있고 만약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또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른다. 임금의 입장에서는 나라의 최고 책임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공과 실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은 명나라로 도망칠 생각까지 하였으니 어떻게든 영웅으로 떠 받쳐지는 것을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왕이라는 자리가 그냥 편하게만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위협에 직면한 자리일 것이다. 지금의 각 국가마다 벌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안위를 위한 술수를 보면 이해가 된다. 단순히 우리에게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그게 노량이라는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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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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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일본은 아주 잘 나갔다. 우리는 일본의 선진 문물을 배워야 한다거나 일본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말도 있었고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엄청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기 시작했고 한류 열풍에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저력은 아직 살아 있다. 전자제품이나 반도체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에 대해서는 단연코 일본이 앞서 있으며 관광업도 우리보다는 훨씬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었을 때 IT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라거나 통계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지진 같은 자연 재해 때문에 통신이 자주 끊어질 우려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선진국 치고는 느리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이렇게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이유는 호시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젊은 세대인 이른바 MZ 세대들도 변화를 하고 있다. 우리처럼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돈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특이한 것이 공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해서 욕조와 주방이 없는 집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욕조와 주방이 없으니 청소도 적게 해도 되고 그만큼 공간도 확보되어 좋긴 한데 절반쯤은 기성세대에 속하는 나로서는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서 흔히 말하는 원룸텔이나 고시텔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빠른 속도로 정착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이지 정착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1인 문화가 발달하였다는 것을 TV에서 수년 전에 접한 것 같은데 우리도 이제 익숙하다. IT가 발달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지 않은 것이고 디지털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국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고령자를 위한 반려로봇은 우리보다 앞서 있고 고령화 문제를 먼저 접했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곧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기에 아직도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꺼려 하기에 10년 뒤에는 대형 트럭을 운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농사 지을 사람도 없다. 나는 7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도 이미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인지. 중요한 것은 그들은 분명 위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시행된 페트병 라벨 분리와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일본에서는 이미 라벨 분리가 생활화 되어 있었기에 시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는 제도와 국민 의식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아직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이 죽다 깨어나도 일본을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다. 아니다 등 말들이 많은데 국뽕에 차서 우리를 옹호하기 전에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서 비즈니스 트렌드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배워야 할 점은 존재한다. 준치는 썩어도 가치가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디게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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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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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매년 이맘때쯤 되면 출간되는 트렌트와 다음 해 연도가 표시되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내년에 유행할 패션이나 컬러에 대해 열심히 보도를 하는데 트렌드 코리아는 내년을 예상한다기 보다 올해 어떤 일이 있었고 경제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이기에 내년은 어떻게 흘러갈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작년에는 경기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돈보다 시간으로 돈을 절약하는 것에 대해 알려줬다. 올해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우리는 시분초 사회를 살고 있다고 한다.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알아야 할 것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콘텐츠들이 넘쳐나기에 예전처럼 TV 편성표를 보고 그 시간에 맞춰서 TV를 켜는 일은 드물다. 내가 못 본 프로그램은 다시 보기를 해서 언제든 볼 수 있고 - 물론 비용은 지불해야 하지만 - 유튜브 등을 통해 요약본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예전에는 2배속 재생은 감기를 위한 용도였지 빨리 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도 0.75, 1.2, 1.5, 2배속 등 다양한 재생 속도를 제공하고 있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빠른 재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들은 원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없기에 이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제대로 전달을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속독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등장한 것을 보면 이미 예견되었다고 본다.


  4당 5락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즉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무식하게 공부하거나 일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본다. 직장에서도 퇴근 시간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데 기성세대들이 볼 때는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태어나서 성년이 될 때까지는 공부만 하다가 성인이 되어서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길 것은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하였는데 가정에서 남편은 가장이니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남자가 부엌에 가면 안 된다는 통념이 깨진지는 오래되었다. 물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성세대들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분명 시대는 변화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다면 나도 트렌드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와 이렇게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이 상충하였다. 그렇지만 역사를 통해 배웠듯이 이런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왕조는 몰락하였고 동식물의 경우 진화를 하였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나의 삶도 바꿔가는 것이 맞는지 변화를 애써 무시하고 나의 고집대로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찾을 것이고 또 누구는 도태될 것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각자 생각할 몫이다. 다만 최소한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시대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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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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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권을 중반 정도 읽을 때 긴장감이 상당하여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역사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남녀 간의 로맨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하) 권을 읽었는데 석 달 정도 이어진 전투에 대해 상세하기 기술하여 지명이랑 장수 이름이 조금씩 헷갈렸다. 게다가 지명도 우리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북한 땅이라 더더욱 그랬다. 물론 결론은 알고 있다. 결국 고려가 거란을 물리쳤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울 때는 우리 땅을 침입한 적을 무찌르고 거란군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전쟁에 패하였다. 통쾌하게 받아들였지만 전쟁을 수행한 거란군에는 발해의 후손들도 있었고 포로로 잡힌 한족이나 여진족들도 있었다. 책에서 양규 장군이 말한 대로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임해야 했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했을 것이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행군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누구의 위신을 세우기 위함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거란 전쟁의 영웅은 외교로서 물리친 서희와 강감찬이다. 두 장수의 역량으로 엄청난 수의 거란군을 물리친 것은 사실이지만 숨은 영웅들은 더없이 많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완수하였기에 원하는 작전을 펼칠 수가 있었다. 때로는 비겁하게 항복을 하고 그것이 부끄러워 다시 우리 군을 돕는 입장이 되어 업적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전쟁에서는 속고 속이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항복하는 것처럼 사신을 보내고 다시 기회를 봐서 공격을 하는 전략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전쟁을 시작한 입장에서도 명분 없이 물러가는 것이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보기 좋지 않을 것이고 방어를 하는 입장에서도 그토록 엄청난 희생을 치렀는데 항복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판단일 것이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도 정치인들의 명분 쌓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상) 권에서는 역사 소설임에도 남녀 간의 로맨스가 없었는데 (하) 권에서는 조금씩 운을 떼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눈치를 못 챘겠지만 이미 (상) 권에서 의도하였는지 모르겠다. 각자 맡은 임무가 있고 또 나의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 있지만 내가 지켜야 하는 나라도 있고 맡은 임무도 있다. 항상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식상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서로 말은 하지 못한 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마음만 애태울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의 연기나 OST를 통해서만 알 수 있지만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에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가 있다. 소설은 장편으로 쓸 수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중요한 장면 위주로 요약할 수밖에 없어 원작을 정확하게 살릴 수는 없다. 전투 장면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떨렸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론은 조금 어중간하게 끝나서 아쉬웠다. 귀주대첩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다소 열린 결말을 남기고 끝이 났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어 결말은 알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거란군의 공격을 잘 막아내어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하는데 이른 거란의 3차 침략이다. 소설이 배경은 거란의 2차 침입인데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사를 통해 지혜를 얻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을 수행하고 물러남에 있어 명분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것이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어중간한 결말을 내린 것 같지만 요즘 유행하는 열린 결말이고 다음 편을 기약하는 초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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