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최후 결전인 노량해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창 시절 읽은 위인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우리 국토를 유린한 왜적들을 한 놈도 살리지 않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다졌고 대승을 했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은 전사하고 만다.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오랜 전쟁으로 지쳐갔는데 휴전이 협상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들 기뻐하지만 마지막 전쟁이 남아 있었다. 당장 지금부터 효력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을 기해서 전쟁을 멈추는 것이기에 최후까지 한 번 더 전쟁을 벌여야 했었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도 잠시, 마지막까지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당시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 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컷 남의 나라에서 국토를 유린하였지만 바다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을 것인데 그 병사들이 느낌 심정은 상당 부분 이해가 된다. 대국이라서 조공을 바치는 조선을 도우러 온 명나라도 마찬가지로 굳이 물러가겠다는 적을 굳이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물리쳐야 할지 의문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나라까지 포함하여 세 나라의 전쟁이었다. 각자 생각이 달랐을 것이고 나라와 가족을 위해 또는 나의 앞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지만 주연보다 주목을 끄는 조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손문욱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소설에서는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보면 오히려 그가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처럼 손문욱도 어쩌면 전체 판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인물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역사 소설의 경우 간혹 찾아서 읽는 편인데 내가 몰랐던 역사의 이면에 대해 알게 해주어 앞으로도 자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전체적인 흐름만 배워서 몰랐지만 나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기에 그 시절에는 백성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 남긴 고통은 백성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일 것이다. 포로가 되어 적군의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협력하였을지도 모른다. 역사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장수나 병사 혹은 백성들 개개인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역사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고 또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가장 흥미를 더한 인물은 역시 손문욱이었고 선조라고 부르는 이연, 조선을 침탈한 왜군 장수인 고니시 유키나가는 심리적인 면이나 지략에서 독자들로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 일본은 100년간 전쟁을 벌이면서 전쟁에 대해서는 통달하였을 것이고 200년 넘게 태평 시대를 맞이하던 조선이나 명나라에서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여 전략에 대해 한수 아래였는지 모르겠다. 명나라의 유정과 진린의 경우 정말 민폐남이었는데 당시에도 민폐 덩어리라는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상황은 이해가 된다. 남의 나라를 도우러 왔다는 핑계로 온갖 행패를 부리는 것을 그동안 보아오지 않았던가? 단순히 노량 해전 하나만 놓고 본다면 역사책에서 한 페이지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 관련된 각종 추측들. 자살설 혹은 암살설 여러 가지가 있고 만약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또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른다. 임금의 입장에서는 나라의 최고 책임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공과 실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은 명나라로 도망칠 생각까지 하였으니 어떻게든 영웅으로 떠 받쳐지는 것을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왕이라는 자리가 그냥 편하게만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위협에 직면한 자리일 것이다. 지금의 각 국가마다 벌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안위를 위한 술수를 보면 이해가 된다. 단순히 우리에게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그게 노량이라는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