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이후 세계의 변화 - 한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오마에 겐이치 지음, 박세정 옮김, 노규성 / 북스타(Bookstar)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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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대로라면 올해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고 세계는 다시 한번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 초에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일의 키고 있으며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년 말쯤이면 백신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희망 고문에 그치고 있다. 덕분일까? 중국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해외 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져서 비행기의 운항횟수가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다 보니 화장도 눈가를 위주로 하게 되고 회식과 노래방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의 여가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서 영화보고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렇듯 개인이 느끼는 변화도 있지만 세계정세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고 관광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어려워하고 파산하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돈을 풀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부터 돈을 찍어내서 경제를 부양하는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 확대로 주식 시장은 상당히 과열되었다. 코로나19가 언제 해결될지는 모르지만 과거 역사를 봤을때 수년내에 어떻게든 결론은 났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언제 어떻게 코로나19가 해결될지 모르고 또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닌 대비이다. 전쟁을 통해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탄생하였으며 국제 질서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전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기에 영화에서처럼 세계의 석학들이 서로 협력하여 이 위기를 극북 해야 한다. 물론 그 위기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선진국이라 여겼던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서 기본적인 수칙인 마스크 착용도 잘 되지 않았고 최초 발병지인 중국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가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풍부한 유동성이 끌어올린 증시의 경우 만약 백신이 조기에 개발되어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유동성 장세가 끝날지도 모르기에 지금처럼 양적완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동안의 기대들이 실망으로 바뀌게 되고 다시 주가는 떨어질지도 모른다. G2라고라고 부르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무역전쟁을 넘어 고립주의를 고집하려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지도 모른다. 강대국의 변화에 따라 정책을 빠꿔나가는 눈치를 계속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코로나 쇼크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전문가 다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팩트에 기반을 두어 각국의 정상들의 반응이라거나 경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가감 없는 지적을 하였다. 우리가 흔히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방법인 원인과 결과 그리고 예측에 대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저자가 일본인인 만큼 일본 경제의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 정말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내용들이다. 어릴 적에는 일본의 근검절약 정신, 저축, 100년 이상 오래된 기업과 가업의 계승 등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들었는데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거 양산되는 미국에 비해보면 과연 이것이 맞는 방법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변화하는 시대에 언제까지 옛날 방식만 고집할 것인가? 그 때문인지 일본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변화를 우리는 계속 보면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제대로 방역을 하지 못한다고 정부를 향해 비난을 하였지만 K-방역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방역체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이 재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나 역시도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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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리커버) - 말투는 갈고 닦을수록 좋아진다! 하버드 100년 전통 수업
류리나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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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외판원이라고 불렀던 일명 엽업 사원들은 흔히들 달변가라고 불렀다. 요즘은 많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간혹 물건을 파는데 정말 숨도 안 쉬고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나도 저렇게 유창하게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100명 중에서 귀 기울이는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을 하는 녹음기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다음으로 말 잘하는 사람은 정치인들인데 흔히 하는 말로 밥 먹고 잔머리 굴리고 말싸움하는 것만 배웠으니 당연하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통이다. 남을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굽히지 않고 쏟아내니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시 말을 잘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책에서 말하는 말하기란 남들과 소통하며 행동의 변화를 일의 키는 그런 말하기를 의미한다. 즉 잘 듣고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내 이야기만 하는 연설의 경우도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어조로 말을 해야지 혼자만 잘난 척하며 말을 하면 다들 따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하기 수업 뭐 뻔하지 않겠어?' 남의 말 잘 듣고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는 것 뭐 그런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몇 번씩 뼈를 때리는 듯한 문구가 나왔다. 과연 나는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잘 알지만 극복하려고 노력을 하였을까? 여러 가지 질문들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보면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터득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미 직장생활에서 승진에 대해서 욕심도 없는데 말하기를 배워서 뭣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처럼 내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착각을 버리지 않은 자는 책을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워낙 잘났으니 굳이 책에서 알려주는 말하기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모든 내용이 뼈를 때리고 가슴에 와닿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에게 진정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다. 와닿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지겹게 책을 읽을 필요 없이 가볍게 넘어가도 좋을 법하다. 말 한마디로 천녕 빚 갚는다는 말도 있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도 있다. 오랜 속담이지만 현재도 통용된다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는 것이다. 말투는 갈고닦을수록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말을 많이 한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침묵을 지키고 필요할 때 적절한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달인인 것이다. 제대로 말하기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는 것까지 포함하는 이유는 몸짓과 표정으로도 훨씬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이 나의 말을 잘 듣도록 하기 위한 윤활유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무작정 내 말만 잘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능력을 타고날지 몰라도 공감하고 경청하는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말하기 수업이 왜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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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독서법 - 기적을 부르는 완벽한 고전 독서 교육
임성훈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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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맹자, 공자를 떠올리거나 사서삼경, 명심보감 등의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스테디셀러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고 지혜를 얻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고전을 읽는 다른 것은 선조들의 지혜를 단기간에 엿보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고전 읽기를 강요하고 정작 부모들은 고전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자식들이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일때 아이들도 따라 할 수 있는데 무작정 아이들에게 함께 고전을 읽자고 하면 십중팔구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도 아이들과 탈무드를 함께 읽고 느낀 점을 함께 얘기해보자고 하였으나 그다지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나는 저 나이 때 탈무드를 읽었는데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탄식하였는데 알고 보면 나도 탈무드라는 고전을 읽고 지혜를 얻었다기 보다 많이 읽다 보니 통달할 정도의 수준이었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고전 읽기에 대해 필사를 먼저 강조하였다.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하고 모르는 단어나 정보가 나올 때 가장 먼저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게 마련인데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잠시 폰을 내려놓고 펜과 종이를 들고 필사를 해보는 습관이 중요할 것이다. 요즘은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 권으로 읽는~'이라는 제목으로 고전에 대한 해석을 추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석이 잘 되어 있어도 자기만의 생각으로 책을 해석하였기에 가장 좋은 것은 원문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삼국지 원문을 읽기 위해서는 한자를 읽어야 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 위해서는 라틴어를 공부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선책으로 여러 저자들의 책을 읽어보기를 개인적으로는 추천한다. 고전 읽기에 대한 방법도 다양하여 책의 저자가 소개한 필사도 그중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고 혼자서 그 상황을 상상해보며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고전 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였다면 A4용지 몇 장으로 충분하겠지만 책에서는 단순히 고전 읽기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삼국지의 주인공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입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너라면 어땠을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나도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면서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이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부모가 느낌을 물어보고 요약을 해보라고 강요을 하면 아이들은 그게 숙제가 되어 금세 반발 심리가 생기고 말 것이다. 아이들에게 고전은 흥미롭게 읽는 것이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함께 보면서 신들의 이름을 서로 맞춘다거나 그때 그 신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연스레 토론도 해보았다. 다행히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고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전은 결코 따분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로 백번 떠드는 것보다 부모가 실천하는 것, 그리고 자연스레 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현명한 고전 읽기 독서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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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미카미 가쓰라.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서수지 옮김, 마쓰다 유카 만화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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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 대한 말을 떠올린다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거나 아침 일찍 우리의 잠을 깨워주는 부지런한 존재 등이다. 학창 시절 책에 등장하던 종달새가 그렇고 거의 매일 먹는 계란을 제공하는 닭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바닷가에 가면 새우깡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갈매기까지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땅 위를 걸어 다니는 포유류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 말고는 야생 포유류는 상당히 만나기 어렵다. 산에서 다람쥐라도 만나게 된다면 굉장히 운이 좋은 것이다. 여기저기 개발을 하고 숲이 많이 파괴되어 서식지를 잃은 새들이 도심으로 많이 몰리고 있어서인지 어쩌면 과거보다 새를 만나기 쉬운 것 같다. 비둘기들은 아예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알려진 까치도 이제 반갑지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새들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또 우리가 모르는 새에 대한 이야기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본 새 중에서 가장 작다고 해도 무방할 참새의 경우 귀여운 외모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벼가 익을 무렵 농장물을 먹는 유해 조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여름에 벌레들을 잡아먹어주는 이로운 새이다. 가을에 과수원에서 맛있는 과일들만 골라서 파먹는 까치들도 때로는 얄밉기도 하지만 벌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토록 우리를 위해서 많은 벌레들을 잡아먹어주는데 가을에 곡식이나 과일 조금 축낸다고 그토록 싫어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만화가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랑 같이 읽으면서 몰랐던 새들의 일상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만화만 읽고 오른쪽에 있는 글을 읽지 않으면 책을 10분의 1만 읽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화는 어쩌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오기 위한 수단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만화가 아니라 본문에 있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새의 입장에서 새를 바라보는 이야기 전개라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갔다. 새들도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였는데 인간과 같은 영장류의 경우 손을 사용하도록 진화하였는데 앞발이 날개가 되어 자연스럽게 부리와 다리가 발달하였다. 부리가 사람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하고 발도 사람처럼 걷는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움켜쥐거나 나무 위에서 몸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발과 부리만 봐도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는데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어떻게 새가 진화하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흥미로운 새의 숨겨진 이야기 재치 있게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저자의 창의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의 입장에서 새를 바라보는 독특한 발상. 같은 새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냉정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런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도심에서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의 모습을 이제 차에 똥을 싸는 나쁜 존재로 보지말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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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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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보면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그래서 위인전을 봐도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남자이고 그런 남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통용되었던 것도 10여 년 전이었고 지금은 그런 말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만큼 과거보다 여자의 사회적 지휘가 높아졌고 정치에 참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그런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려는 것인지 오랜 세월 잊혔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극의 주인공이 되었던 왕비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30명이 넘는 조선이 왕이 존재하였는데 왕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왕은 태정태세 문단세~ 이런 식으로 국사를 공부할 때 필수로 암기해야 했는데 왕비에 대해서는 그렇게 외우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 역사의 최고 전문가인 신병주 교수님의 책이기에 왕비에 대한 이야기 어떨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학교 다닐 적에는 한문에 대해 배웠지만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한자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한자어를 넘어선 수준이라 별다른 해석이 없으면 상당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성리학에 기반을 두었기에 예를 중시하고 형식을 갖추는 것을 필수로 여겼지만 효율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현대에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당쟁으로 몰고 가기 위함이 목적인지 진짜 예를 갖추기 위한 논쟁인지 모를 예송논쟁의 경우 실록에 남겨진 기록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복을 1년을 입을 것인지 3년을 입을 것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통성을 중요시했던 조선시대라면 당연한 논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이나 책에서 나오는 왕비들이 살았던 시대나 관계없이 정치란 복잡하고 또 때로는 비열하고 냉정한 것이다. 태종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여걸 다운 모습을 보인 원경왕후의 경우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지는 못하겠지만 얼마나 억울하고 비통했을까?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다른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배워왔는데 아쉽지만 원경왕후도 그 점을 놓쳤던 것일까?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게 정말 나에게까지 평화가 찾아올 것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인자들은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겠으나 나보다 잘난 사람은 좋아하지 않고 때로는 숙청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항상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권력이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는데 임진왜란 때 분조를 이끌어 의병을 지휘했던 광해군이나 청나라에서 인질로 있으면서 선진 문물에 대해 눈을 뜬 소현세자가 그 피해자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너무 완벽주의자이기에 아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자질을 요구했던 영조의 경우도 자식을 죽인 비정한 아비의 이미지를 벗기는 힘들다. 왕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외세의 침략보다 내조라든지 왕실 내의 투쟁에 대해 세세하게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왕 중심의 전개보다 따분할 수도 있다. 왕비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간택이라는 과정을 통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기에 출신이나 부모의 배경에 대해 상당히 비중을 두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누구였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지가 가장 중요하기에 한자가 많아서 책의 내용도 때때로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선의 왕들처럼 왕비도 존재감에 따라서 우리가 잘 기억하거나 못할 수도 있고 사극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왕비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 덕분에 그나마 왕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를 통해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남자 입장에서 쓰인 편협한 역사 책뿐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서도 많이 출판되어 고루 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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