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보면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그래서 위인전을 봐도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남자이고 그런 남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통용되었던 것도 10여 년 전이었고 지금은 그런 말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만큼 과거보다 여자의 사회적 지휘가 높아졌고 정치에 참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그런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려는 것인지 오랜 세월 잊혔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극의 주인공이 되었던 왕비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30명이 넘는 조선이 왕이 존재하였는데 왕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왕은 태정태세 문단세~ 이런 식으로 국사를 공부할 때 필수로 암기해야 했는데 왕비에 대해서는 그렇게 외우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 역사의 최고 전문가인 신병주 교수님의 책이기에 왕비에 대한 이야기 어떨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학교 다닐 적에는 한문에 대해 배웠지만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한자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한자어를 넘어선 수준이라 별다른 해석이 없으면 상당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성리학에 기반을 두었기에 예를 중시하고 형식을 갖추는 것을 필수로 여겼지만 효율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현대에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당쟁으로 몰고 가기 위함이 목적인지 진짜 예를 갖추기 위한 논쟁인지 모를 예송논쟁의 경우 실록에 남겨진 기록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복을 1년을 입을 것인지 3년을 입을 것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통성을 중요시했던 조선시대라면 당연한 논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이나 책에서 나오는 왕비들이 살았던 시대나 관계없이 정치란 복잡하고 또 때로는 비열하고 냉정한 것이다. 태종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여걸 다운 모습을 보인 원경왕후의 경우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지는 못하겠지만 얼마나 억울하고 비통했을까?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다른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배워왔는데 아쉽지만 원경왕후도 그 점을 놓쳤던 것일까?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게 정말 나에게까지 평화가 찾아올 것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인자들은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겠으나 나보다 잘난 사람은 좋아하지 않고 때로는 숙청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항상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권력이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는데 임진왜란 때 분조를 이끌어 의병을 지휘했던 광해군이나 청나라에서 인질로 있으면서 선진 문물에 대해 눈을 뜬 소현세자가 그 피해자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너무 완벽주의자이기에 아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자질을 요구했던 영조의 경우도 자식을 죽인 비정한 아비의 이미지를 벗기는 힘들다. 왕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외세의 침략보다 내조라든지 왕실 내의 투쟁에 대해 세세하게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왕 중심의 전개보다 따분할 수도 있다. 왕비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간택이라는 과정을 통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기에 출신이나 부모의 배경에 대해 상당히 비중을 두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누구였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지가 가장 중요하기에 한자가 많아서 책의 내용도 때때로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선의 왕들처럼 왕비도 존재감에 따라서 우리가 잘 기억하거나 못할 수도 있고 사극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왕비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 덕분에 그나마 왕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를 통해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남자 입장에서 쓰인 편협한 역사 책뿐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서도 많이 출판되어 고루 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