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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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 정사와 야사에 대해 들었다. 삼국사기도 정사에 가까운 반면 삼국유사는 약간 야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이미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지난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저자도 마지막에 이야기를 하였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른 역사에 대해 밝힐 때에는 정말로 많은 조사를 하여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반론들과 공격이 쏟아질 수 있는데 제대로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냥 이야기꾼에 불과할 것이다. 책에서 말한 역사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역사 속 주인공들이 어떤 심리 마음을 가졌으며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그저 추정할 뿐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재미있게 읽은 삼국지의 경우도 정사보다 야사 혹은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한 케이스인데 우리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인기를 끈 작품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우리가 지나치게 역사를 정공법으로만 공부하려고 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비교적 최근에 본 안시성라는 영화도 역사 속에 단 몇 줄만 기록되어 있는데 감독의 상상력을 동원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는데 기묘한 한국사 역시 이런 관점에서 읽어보니 흥미로웠다.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에 대하여 편에서는 친일파 때문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유사하게 전 국민의 분노를 유발했던 서울의 봄의 주인공들도 상당수가 친일파 장군이라는 익히 알려져 있다.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두고두고 문제가 된 것이다.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역사 왜곡은 안 될 것이며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굳이 숨기려고 하는 자와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은 각각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여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였을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셨지만 흉상 철거에 대해 논란이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혹은 유튜브 구독수를 늘리기 위해 선동성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한 마디 하려면 나부터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비록 배곯아 가며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지 못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조선은 더 이상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조국을 배신하였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모론 편에서는 여러 책에서 다루었던 경종 독살설부터 '정말일까'라는 의문과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당나라 장군 소정방 독살설은 상당히 흥미롭다.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역사 속 미스터리 속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잔다르크가 실제로 화형을 당하지 않았다는 미스터리도 있었는데 이 외에도 많은 미스터리들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도 많이 있다. 단순히 책에서는 미스터리 역사에 대해 소개를 하고 독자들의 관심만 끈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배경 설명을 하고 기록을 볼 때 설명이 되지 않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즉 이러한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미스터리가 등장한 것이고 우리가 신경 쓰지 않고 있을지 몰라도 누군가는 이런 미스터리를 계속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미스터리는 매국노들의 후손이 지금도 떳떳하게 잘 살고 요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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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뚜벅이 시점 세계여행 - 인생의 경험치는 걸음 수에 비례한다
송현서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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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가본 것이 신혼여행이었는데 그때는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들 여름휴가 때가 되면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 나도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어서 어리버리하였는데 몇 번 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자유여행을 떠나보았다. 유럽의 경우 대학생들도 배낭여행을 많이 가는데 직장동료들과 가보기도 하고 가족들 데리고 직접 가이드 하며 자유여행을 떠나보았다. 아무래도 여러 명이 이동하다 보니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편이 나아서 자가운전을 하며 유럽 여러 나라를 둘러보았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누비며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멈춰 서서 마음껏 경치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다시 이동하는 것이었다. 직접 운전을 하며 이동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체험을 못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을 여행할 때는 운전석의 위치가 반대인 경우도 있었고 운전하기에 상대적으로 불편하여 저자처럼 뚜벅이 여행을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걷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였다. 상대적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하여도 운전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장점도 있다.

  저자는 자동차 없이 떠나는 뚜벅이 여행에 대해 철저히 1인칭 시점에서 글을 썼다.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던 유레일을 타며 겪었던 에피소드들. 대부분은 별 탈 없이 지나갔겠지만 항상 나의 흑역사가 기억에 남기에 저자도 노트북 분실이라거나 제대로 개찰구에서 펀칭을 하지 않아 벌금을 내었던 일 등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다. 여행의 고수들은 남들이 다 가는 해당 국가의 수도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방문한다고 생각한다. 수도를 방문하게 되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상상했던 그런 낭만은 사라지고 사람 구경인지 헷갈리고 말 것이다. 물론 사람이 너무 없는 한적한 곳을 여행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계속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지겨워지기는 한다.

  사진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책을 기대하였지만 TV 애서 보던 고 품질의 사진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한 느낌의 사진이라 더 정겨웠는지 모르겠다. 뚜벅이 여행책이지만 도보로 이동하고 히치하이킹을 하며 떠나는 짠돌이 여행이라기 보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여름휴가나 겨울 휴가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사진 여행 책이라 본다. 뚜벅이는 윤슬이라는 작가는 여행을 많이 다녔기에 다양한 실패와 성공담을 들려주었다. 인스타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 여행 책이다 보니 책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보며 감상하여 글을 읽는 것이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일 것이다. 몇 시간씩 공을 들이며 찍은 예술 사진도 좋지만 우리가 여행 다니면서 흔히 찍는 그런 사진이라서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마다 지닌 특색이 있는데 천천히 걸어보면서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나도 가끔은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뚜벅이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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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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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놀라움을 뛰어넘어 이제는 두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데 예전에는 내가 어렵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구글링이라 부르는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챗 GPT 같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바로 찾을 수 있다. 내가 타이핑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답을 주기 때문에 이른바 복붙을 하여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스펙을 말하기만 하면 바로 코드를 작성해 주기 때문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나의 일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든다. 실제로 요즘은 기업에서 주니어 개발자를 선호하지 않고 시니어 개발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일을 하는 편이 훨씬 효율이 높다고 한다.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안전해지고 위생적이 되면서 각종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인공지능의 발전 또한 우리의 삶을 극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팬데믹을 겪은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지만 백신을 개발하여 빠르게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의 활약 덕분이었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신약에 대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결과였다. 물론 애초부터 인간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였지만 책에서는 철저하게 인간 위주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날로 편리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우려하는 일자리의 붕괴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과거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던 시절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빠르게 변화에 적응한 사람은 혜택을 입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태되고 말았다. 어디까지나 변화에 적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문명의 혜택을 입지 못하게 될 것이다. 1년쯤 전에 스마트폰이 망가져서 12시간 정도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실로 끔찍했다. 지하철을 타서 길을 찾을 때도 지도를 보며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야 했으며 시간표를 몰라 내가 지금 서둘러야 할지 여유를 부려도 될지 판단이 어려웠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길을 찾아가기도 어려워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봐야 했고 비상용으로 가져간 교통카드가 없었더라면 난감할 뻔했다. 현금이 필요하여 돈을 찾을 수도 없었고 카드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없었다. 스마트폰이 이른바 나의 지능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지능이 떨어지게 될까? 아니면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이른바 IQ200을 능가하게 될까? 당연한 얘기지만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인 암, 치매와 같은 질병도 점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으며 평균 수명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오히려 증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전쟁이 발발하면 한정된 지역에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핵무기의 경우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서로를 견제하면서 전쟁을 억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위협과 기회 요인에 대해 상당히 많은 참고 자료를 통해 배경부터 설명하고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였기에 반박의 여지는 없다. 이런 변화에 대한 적응은 우리의 몫이며 적응해나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기회로 삼을 것인지 위기로만 인식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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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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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우리의 문화유산이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데는 반문의 여지가 없지만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아 대중문화로 자리 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어떤 해학을 표현하였는지는 궁금하기도 하고 알아야 한다고 본다. 학창 시절 국어나 문학 시간에 배운 적도 있고 동화를 통해 접하기도 하였다. 판소리로 접하지 않더라도 많이 인용하기도 하는 별주부전의 경우 판소리와 현대 음악이 만나 '난감하네'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하였다. 이런 식으로 판소리 본래의 모습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퓨전음악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오랜 세월 우리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고전으로의 작품성을 갖추고 있는데 알고 대부분은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양반 사회를 풍자하기도 하고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을 남겨주기에 충분하다. 조선의 오페라라고 표현하였는데 그만큼 판소리보다 오페라가 우리에게 더 친숙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판소리뿐 아니라 타령, 향가, 고전시가, 고전소설로 나누어서 작품 줄거리에 대한 소개와 당시 배경에 대해 알려준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빌런들은 존재하였고 마음씨 좋게 남들을 돕고 살았던 사람들은 존재하였다.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사람에 빗대어 풍자하였는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여자 말을 듣지 않아 남자가 잘못되는 것은 여전한가 보다.

책의 초반에 판소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 아마 상당수가 해당하겠지만 -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물론 그런 용어를 알지 못해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없다. 어릴 적부터 이미 접해왔기 때문인데 마치 오페라처럼 실제 공연을 본다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것이다. 판소리나 오페라나 도파민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우리 선조들은 억압된 감정을 이렇게 표출하였을 것이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아니고 잘 짜인 각본의 영화나 웹툰과는 다르지만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분명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게 판소리가 주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남녀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거나 빈부 격차가 나지만 노력을 통해 성공하여 인생 역전에 성공하여 빌런을 혼내주는 사이다 결말은 모두가 원한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이 이런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식으로 잘 풀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현실적인 결말로 끝을 낸 것인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점점 우리의 고전 작품들이 잊혀 가는데 전통 방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퓨전 작품으로 되살아나서 다시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전통이 소중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랜 방식만 고수하지 말고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점에서 [방구석 판소리]도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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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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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통은 늑대 하면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적 배웠던 동화가 그랬고 남자들을 엉큼한 늑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늑대가 이런 나쁜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중학교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의 한 공원에서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이 초식 동물이 더 늘어나면 사냥하기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서 늑대, 승냥이 같은 육식 동물을 마구 사냥하여 결국 씨를 말렸다. 그런데 결과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사슴을 사냥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천적이 없어져서 마구 번식하게 되어 나무와 풀이 남아나지 않아 결국 새끼들이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때 큰 교훈을 얻어 다시 육식동물들을 풀어두었더니 생태계가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형 육식 동물들이 사라졌고 삵이나 여우는 가끔 인적이 드문 산간지역에서 목격이 된다고 한다. 생태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늑대가 있었다] 역시 이런 생태 복원과 관련한 내용이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나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다. 단순히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복원하는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상실, 죄책감,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늑대들의 삶과 죽음을 텔레파시처럼 느끼는 독특한 능력이 있어 늑대와 자연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다 그렇듯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당연히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부딪힌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며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여러 겹의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내다 보니 내용이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늑대 복원이라는 환경적 주제를 통해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 인간의 죄책감과 후회를 상징하는 행위로 그려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늑대 복원 프로젝트와 중요한 축을 이룬다.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읽는 내내 나를 긴장시켰다.


  인간의 잔혹함, 자연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파괴, 그리고 개인의 고통스러운 과거가 얽혀있어 상당히 복잡하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치유의 가능성을 간직한다. 주인공이 늑대들과 함게 야생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상실을 극복하고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환경 문학, 심리 스릴러, 가족 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보니 단순한 흥미로운 소설로 읽을 수는 없다.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야생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기분이다. 잔인한 늑대라고 욕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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