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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통은 늑대 하면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적 배웠던 동화가 그랬고 남자들을 엉큼한 늑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늑대가 이런 나쁜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중학교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의 한 공원에서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이 초식 동물이 더 늘어나면 사냥하기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서 늑대, 승냥이 같은 육식 동물을 마구 사냥하여 결국 씨를 말렸다. 그런데 결과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사슴을 사냥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천적이 없어져서 마구 번식하게 되어 나무와 풀이 남아나지 않아 결국 새끼들이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때 큰 교훈을 얻어 다시 육식동물들을 풀어두었더니 생태계가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형 육식 동물들이 사라졌고 삵이나 여우는 가끔 인적이 드문 산간지역에서 목격이 된다고 한다. 생태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늑대가 있었다] 역시 이런 생태 복원과 관련한 내용이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나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다. 단순히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복원하는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상실, 죄책감,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늑대들의 삶과 죽음을 텔레파시처럼 느끼는 독특한 능력이 있어 늑대와 자연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다 그렇듯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당연히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부딪힌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며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여러 겹의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내다 보니 내용이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늑대 복원이라는 환경적 주제를 통해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 인간의 죄책감과 후회를 상징하는 행위로 그려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늑대 복원 프로젝트와 중요한 축을 이룬다.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읽는 내내 나를 긴장시켰다.
인간의 잔혹함, 자연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파괴, 그리고 개인의 고통스러운 과거가 얽혀있어 상당히 복잡하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치유의 가능성을 간직한다. 주인공이 늑대들과 함게 야생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상실을 극복하고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환경 문학, 심리 스릴러, 가족 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보니 단순한 흥미로운 소설로 읽을 수는 없다.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야생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기분이다. 잔인한 늑대라고 욕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