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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오시연 옮김, 여상인 감수 / 북스힐 / 2022년 4월
평점 :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중세 시대 유럽 인구의 1/3을 날려버린 페스트라고 잘 알려진 무서운 흑사병에 대해 배우게 된다. 흑사병이 창궐한 뒤에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었다. 이는 이과생들보다 문과생들 혹은 경제학에 나오는 내용에 가까운데 그것보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해 알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이다. 생물학 시간에 배웠던 DNS, RNA 에서부 터 미토콘드리아까지 세세하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어 시험에 나올만한 중요한 내용 위주로 읽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좀 편하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책의 모든 내용을 읽고 이해하려면 교양서적이 아니라 전문 서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우리가 들어본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들이 어떤 것들이며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정도에 대해 가볍게 읽는 것을 권한다. 그렇지 않다면 물리학의 양자역학처럼 어렵게 느껴지고 잠이 오지 않을 때 수면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을 번역해서 그런지 아니면 문과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써서 그런지 문맥을 이해하는데 쉽지는 않았다. 감염병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기에 역사를 바꾼 의외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흥미를 가지고 읽었는데 케네디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감자역 병균 말고는 흥미로운 내용은 없었다. 무좀 때문에 수십 년째 고생을 하고 있는데 완벽한 박멸은 어렵고 평생 관리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니 알 수 있었다. 어디 무좀뿐이겠는가? 매년 찾아오는 감기부터 어릴 적부터 꾸준히 맞아야 하는 백신들도 많다.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데 인류가 주인인 양 바이러스를 소멸시켜 버리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사스, 메르스 등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무서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고자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아직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쉬운 책들은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돌이켜보면 물리학이나 화학은 어려운 공식들이 많이 나오고 생물학은 용어들이 어려웠는데 그만큼 인체 구조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으므로 숙주를 죽이려고는 하지 않는데 부작용으로 숙주가 견뎌내기 못하고 죽게 되는 것인데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인류도 지구에서 공존한다고 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이러스 말고 유익한 곰팡이나 세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맥주나 청주 그리고 포도주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도 소개되었다. 다만 너무 적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흥미를 가질만하면 끝이 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버린다. 수제 맥주가 유행하면서 집에서 술을 담그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 술을 담그는 원리는 콜레라균이 인류에 미친 영향보다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가 타켓팅을 잘못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책의 주 독자층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어려운 황열병에 대해서는 굳이 노구치 히데요 박사의 흑역사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물론 원저자가 일본인이고 엔화 지폐에 나오는 인물이기에 비중 있게 다룰 필요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청주의 발효가 더 흥미롭고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미생물의 유익성과 유해성에 대해 다루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