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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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일본은 아주 잘 나갔다. 우리는 일본의 선진 문물을 배워야 한다거나 일본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말도 있었고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엄청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기 시작했고 한류 열풍에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저력은 아직 살아 있다. 전자제품이나 반도체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에 대해서는 단연코 일본이 앞서 있으며 관광업도 우리보다는 훨씬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었을 때 IT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라거나 통계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지진 같은 자연 재해 때문에 통신이 자주 끊어질 우려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선진국 치고는 느리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이렇게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이유는 호시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젊은 세대인 이른바 MZ 세대들도 변화를 하고 있다. 우리처럼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돈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특이한 것이 공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해서 욕조와 주방이 없는 집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욕조와 주방이 없으니 청소도 적게 해도 되고 그만큼 공간도 확보되어 좋긴 한데 절반쯤은 기성세대에 속하는 나로서는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서 흔히 말하는 원룸텔이나 고시텔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빠른 속도로 정착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이지 정착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1인 문화가 발달하였다는 것을 TV에서 수년 전에 접한 것 같은데 우리도 이제 익숙하다. IT가 발달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지 않은 것이고 디지털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국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고령자를 위한 반려로봇은 우리보다 앞서 있고 고령화 문제를 먼저 접했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곧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기에 아직도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꺼려 하기에 10년 뒤에는 대형 트럭을 운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농사 지을 사람도 없다. 나는 7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도 이미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인지. 중요한 것은 그들은 분명 위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시행된 페트병 라벨 분리와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일본에서는 이미 라벨 분리가 생활화 되어 있었기에 시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는 제도와 국민 의식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아직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이 죽다 깨어나도 일본을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다. 아니다 등 말들이 많은데 국뽕에 차서 우리를 옹호하기 전에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서 비즈니스 트렌드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배워야 할 점은 존재한다. 준치는 썩어도 가치가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디게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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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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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매년 이맘때쯤 되면 출간되는 트렌트와 다음 해 연도가 표시되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내년에 유행할 패션이나 컬러에 대해 열심히 보도를 하는데 트렌드 코리아는 내년을 예상한다기 보다 올해 어떤 일이 있었고 경제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이기에 내년은 어떻게 흘러갈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작년에는 경기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돈보다 시간으로 돈을 절약하는 것에 대해 알려줬다. 올해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우리는 시분초 사회를 살고 있다고 한다.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알아야 할 것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콘텐츠들이 넘쳐나기에 예전처럼 TV 편성표를 보고 그 시간에 맞춰서 TV를 켜는 일은 드물다. 내가 못 본 프로그램은 다시 보기를 해서 언제든 볼 수 있고 - 물론 비용은 지불해야 하지만 - 유튜브 등을 통해 요약본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예전에는 2배속 재생은 감기를 위한 용도였지 빨리 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도 0.75, 1.2, 1.5, 2배속 등 다양한 재생 속도를 제공하고 있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빠른 재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들은 원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없기에 이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제대로 전달을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속독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등장한 것을 보면 이미 예견되었다고 본다.


  4당 5락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즉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무식하게 공부하거나 일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본다. 직장에서도 퇴근 시간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데 기성세대들이 볼 때는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태어나서 성년이 될 때까지는 공부만 하다가 성인이 되어서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길 것은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하였는데 가정에서 남편은 가장이니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남자가 부엌에 가면 안 된다는 통념이 깨진지는 오래되었다. 물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성세대들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분명 시대는 변화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다면 나도 트렌드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와 이렇게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이 상충하였다. 그렇지만 역사를 통해 배웠듯이 이런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왕조는 몰락하였고 동식물의 경우 진화를 하였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나의 삶도 바꿔가는 것이 맞는지 변화를 애써 무시하고 나의 고집대로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찾을 것이고 또 누구는 도태될 것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각자 생각할 몫이다. 다만 최소한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시대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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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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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권을 중반 정도 읽을 때 긴장감이 상당하여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역사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남녀 간의 로맨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하) 권을 읽었는데 석 달 정도 이어진 전투에 대해 상세하기 기술하여 지명이랑 장수 이름이 조금씩 헷갈렸다. 게다가 지명도 우리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북한 땅이라 더더욱 그랬다. 물론 결론은 알고 있다. 결국 고려가 거란을 물리쳤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울 때는 우리 땅을 침입한 적을 무찌르고 거란군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전쟁에 패하였다. 통쾌하게 받아들였지만 전쟁을 수행한 거란군에는 발해의 후손들도 있었고 포로로 잡힌 한족이나 여진족들도 있었다. 책에서 양규 장군이 말한 대로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임해야 했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했을 것이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행군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누구의 위신을 세우기 위함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거란 전쟁의 영웅은 외교로서 물리친 서희와 강감찬이다. 두 장수의 역량으로 엄청난 수의 거란군을 물리친 것은 사실이지만 숨은 영웅들은 더없이 많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완수하였기에 원하는 작전을 펼칠 수가 있었다. 때로는 비겁하게 항복을 하고 그것이 부끄러워 다시 우리 군을 돕는 입장이 되어 업적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전쟁에서는 속고 속이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항복하는 것처럼 사신을 보내고 다시 기회를 봐서 공격을 하는 전략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전쟁을 시작한 입장에서도 명분 없이 물러가는 것이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보기 좋지 않을 것이고 방어를 하는 입장에서도 그토록 엄청난 희생을 치렀는데 항복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판단일 것이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도 정치인들의 명분 쌓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상) 권에서는 역사 소설임에도 남녀 간의 로맨스가 없었는데 (하) 권에서는 조금씩 운을 떼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눈치를 못 챘겠지만 이미 (상) 권에서 의도하였는지 모르겠다. 각자 맡은 임무가 있고 또 나의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 있지만 내가 지켜야 하는 나라도 있고 맡은 임무도 있다. 항상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식상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서로 말은 하지 못한 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마음만 애태울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의 연기나 OST를 통해서만 알 수 있지만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에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가 있다. 소설은 장편으로 쓸 수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중요한 장면 위주로 요약할 수밖에 없어 원작을 정확하게 살릴 수는 없다. 전투 장면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떨렸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론은 조금 어중간하게 끝나서 아쉬웠다. 귀주대첩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다소 열린 결말을 남기고 끝이 났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어 결말은 알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거란군의 공격을 잘 막아내어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하는데 이른 거란의 3차 침략이다. 소설이 배경은 거란의 2차 침입인데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사를 통해 지혜를 얻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을 수행하고 물러남에 있어 명분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것이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어중간한 결말을 내린 것 같지만 요즘 유행하는 열린 결말이고 다음 편을 기약하는 초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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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50 :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편 - 안전상식 학습만화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50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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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을 열심히(?) 읽고 있기에 나도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공통 주제가 별로 없어 대화를 하기 위해 읽었다.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면 공감대가 형성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대성공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둘이서 이야기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어린 시절에는 TV 만화영화나 만화책을 상당히 즐겨 읽었기에 당연히 관심이 가게 되었다. 시리즈물의 경우 항상 독자들이 다음 편을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런 것이 작가의 가장 중요한 역량일 것이다. 그래서 뭔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내면 '아 다음 주까지 혹은 다음 달까지 어떻게 기다려' 하는 설렘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극적으로 모든 일들이 한 번에 다 해결되어 버려서 다소 허무하기도 하고 이제 어떤 만화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까 기다리기도 하였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과는 다르게 만화를 보면서 자랐기에 학부모가 되고 나서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는 덜하는 편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보다. 안전 상식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어서 그것도 빼먹지 않고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그 내용은 빠져 있었다. 그동안의 대장정을 끝내야 했기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것일까? 어른들이 보기에는 시시한 결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만화답게 결말을 내었다고 본다. 만화 영화의 경우 주제곡이 있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었지만 만화책이라 그런 것은 알 수 없었다. 1권이 언제 출시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났는데 뒷부분에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2015년 2월이었다. 8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던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대략 2~3년은 함께 읽었던 것 같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얼토당토않는 황당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였지만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이다. 그냥 상상력으로 읽고 모든 것이 가능한 4차원 세계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릴 적에 보던 만화처럼 빠져들지는 못했다. 그 시절에는 즐길 거리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8년 넘게 책을 읽어온 독자들을 위해 주요 사건들에 다시 한번 마지막에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잠시 기억을 되살려 그때 그런 내용이 있었구나 생각이 났다. 예전에는 친구들 집에 가거나 집에 있는 만화책을 여러 번씩 반복해서 읽었는데 그렇게 읽어도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다. 정확히는 나도 그 시절 만화를 볼 때처럼 빠져들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컬러도 훨씬 제한적이었지만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었다. 너무 상세하게 만화가 그려져 있어서 독자들이 그 장면을 상상하지 못하게 되어서일까? 시대가 바뀌어도 만화는 여전히 건재하고 흥미롭지만 세대가 달라짐에 따라 만화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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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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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초기에 거란족의 공격을 받았고 서희가 외교로서 소손녕을 설득하고 강동 6주를 획득했지만 다시 침략하였고 강감찬 장군이 귀주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확히는 역사 시간에 그렇게 배웠고 시험도 유사한 방식으로 출제되었다. 귀가 닳도록 들어왔기에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개략적인 윤곽은 대체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전쟁에 참가했던 장수나 병사들의 심리나 전략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역사 소설을 보면 전쟁을 그렇게 처참하게 표현하지 않았고 모두 영웅으로 묘사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마치 게임 캐릭터들을 파괴시키는 정도로 생각하였는데 직접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느끼는 것이다. 이제는 미디어가 발달하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어 볼 수 있다. 그것을 보면서 게임처럼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이나 전쟁에서 살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트라우마도 상당할 것이다.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이용하여 소설이 만들어졌고 또 이를 바탕으로 KBS에서 대하사극이 방송된다고 하여 책을 읽었다. 나와 내 가족만 죽지 않으면 가장 재미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일 것이다. 막상 총칼을 들고 전쟁터로 나간다면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설 것인데 어떻게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였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워야만 했을 것이며 또 어떻게 병사들을 설득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돌격 앞으로를 외칠 수 있게 하였을까? 여러 가지 의문도 들었고 과연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소설의 경우 서론이 길게 이어지다가 이야기로 빠져드는데 책은 거란의 침공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만으로 소설을 썼다면 그냥 흔한 역사서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시대적 배경을 먼저 소개했다. 고려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송나라를 치고 반격을 못할 정도로 만들고 다시 고려를 공격한 것이다. 송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 뒤에서 공격을 할 여지가 있는 고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중원을 통일하려는 의지였는지도 모른다.


  보통 소설이라 하면 주인공이 등장하고 또 남녀 간의 사랑이라거나 인간적인 고뇌 등을 정석처럼 다룬다. (상) 권을 다 읽었을 때 주인공은 한 명으로 요약되지 않았다. 역사소설이기에 무적처럼 보이는 영웅도 적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잔인하게 약탈하고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포로를 고문하고 죽이기도 한다. 절개를 지키며 끝까지 항전하기도 하고 전장에서의 용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세가 기울자 바로 항복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데 패전하는 병사들을 마구 도륙하는 모습은 과연 그 시절에는 그렇게 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렇면서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심리에 대해 상당히 상세히 묘사하였다. 전쟁터에서는 나를 누군가 뒤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용감히 앞장서지만 지휘부가 무너지고 패전이 확실시되면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엄습하여 그냥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마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량 살상 무기도 발달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고 마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많이 몰려서 압사를 당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고려의 승리가 이어졌기에 흥미는 덜 했고 절반은 읽을 때까지는 그렇게 빠져들지 못했다. 역시나 절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소설 속에 빠져들었고 책에서 손을 떼기가 싫어졌다. 소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읽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몰아서 읽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고려가 거란을 물리친다는 결론은 알고 있지만 과정에 대해서는 단 몇 줄로만 역사 시간에 배웠기에 계속 궁금증은 남아 있었다. 중반부를 넘어가자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해 밥 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책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하) 편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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