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만약 투명인간이 된다면...가장 먼저 어디부터 가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욕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성역으로 취급되어 가볼 수 없기에 호기심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은행에 가서 돈을 챙겨서 부자가 되려나? 왜 어릴적 본 동화책에서도 도깨비 감투나 조끼를 입으니 투명인간이 되어 부자가 되었다고 하잖아. 물론 마지막에는 꼭 불통이 튀어 수포로 돌아가지만... 그런데 책을 딱 펼쳤는데 이거 왠 걸...투명인간은 앞을 볼 수 없다니. 망막에 상이 맺히지 않으니 앞을 볼 수 없다. 자연과학을 전공하였다고 항상 떠벌리며 자랑하고 다녔는데 이게 왠 망신...설명 앞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계단을 자유롭게 내려갈 수도 없다고 한다. 눈으로 다리의 움직임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본인의 다리가 보이지 않으니...헐~~ 하긴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깜깜한 밤에 불빛이 없는데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영화에서야 가능하지만... 게다가 영화에서 처럼 옷을 입으려면 제대로 완전히 가려야지 안그러면 괴물 취급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대낮에는 아주 당당하다. 다른 사람이나 차들이 알아서 피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에는 오래 살고 싶다면 그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나를 못 보기 때문이다. 투명인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남이 나를 보지 못하니 여탕이든 남탕이든 호기심을 해결하거나 부자가 되기 이전에 내 생명부터 지켜야 할 판이다. 근데 얼마전 과학자들이 빛을 굴절시켜 사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섬유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 옷 입으면 정말 투명인간이 될까?

 

  그리고 얼마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사나운 육식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란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발가락이 두개인데 그 녀석은 발가락이 세개이다. 즉 발가락이 세개이고 쥬라기 후기에 살았던 알로사우루스라는 공룡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쥬라기 공원에 쥬라기 공룡도 등장은 하는 것이다. 물론 트리케라토스와 같은 초식공룡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떠나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호박에 있는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여 양서류인 개구리와 어쩌고 저쩌고 해서 거대한 공룡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당한 억측이다. 게다가 그 많은 공룡이 얼마나 많은 먹이를 먹어 치우겠는가? 코끼리도 엄청 먹는다고 하는데... 물론 영화를 보면서 따지고 들면 하나도 진실된 것이 없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엘리베이터가 폭탄 한방에 맥없이 추락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까지...하지만 영화의100%가 과학적으로 증명하였을때 거짓인 것은 아니다. 터미네이터2에서 질소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전복되면서 거의 얼어버리는 장면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상 혹은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물리학자가 재미있게 어려운 공식 없이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니 정말 재미가 있다. 근데 자연과학을 전공한 나로서 우주선과 외계인 이야기는 물리학과 관계가 있는데 공룡이나 인간복제 기술과 물리학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근데 물리학자가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고 했지 물리학을 본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게다가 과학이란 칼로 자르듯이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저자의 박식함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낸 것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다. 정재승 교수에게 나도 물리학을 배웠으면 지금 이길을 걷지 않고 나도 물리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저자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성공담을 들려주어 많은 학생들이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다시 이과로 돌아와주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다닐적에 역사는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사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의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내신이나 입학시험(수능이라 학력고사)에서의 비중도 크지 않을 뿐더러 상당히 따분했기 때문이다. 역사란 단지 연도만 달달 암기하거나 책을 통채도 달달 외워서 머리속에서 책장을 넘기면서 문제를 풀면 되는 것이었다. 흥선대원군이 왜 천주교도들을 박해했는지는 알 필요도 없으며 다만 병인박해가 몇년도에 벌어진 일이며 동학혁명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밖으로는 청일전쟁, 안으로는 갑오개혁을 가져왔다만 암기하면 되었다. 애밀레종이 왜 그토록 훌륭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 남대문이 왜 국보 제1호이며 만약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은 사치였다. 그런것 고민할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 더 암기하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고 사건이 일어난 년도 암기하는게 훨씬 도움이 되었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 수학여행을 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찍기에 바빳고 선생님들은 학생들 통제하고 저녁이면 술판 벌이기 일 수였다. 그렇다보니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박물관을 가도 교과서에서 보는 타제석기니 마제석기 실물로 보는 것이고 반가사유상을 보더라도 감탄을 하면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고려시대의 탑이나 불상이 백제나 신라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 필요가 없었고 다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므로 당연히 달아야 한다 정도만 알면되었다. 고려는 숭불정책 조선은 숭유억불 정책 등만 달달 암기하면 되었으니 참 한심했다.

 

   그래서 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어였한 직장생활을 한지 10여년이 지날때가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다는 것은 삶에 도무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당장 사회에 첫발을 내딪었으니 경제개념부터 알아야 할 것이고 선배의 추천이나 혹은 압력으로 보험 설계사라도 한번 만나는 날이면 인생 재무 설계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바로 재테크의 세계로 빠져든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알아야 할 지식들도 많기에 자기계발서 읽고 지식 쌓다보니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린다. 이제 인생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면서 주말이면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핑계로 아이들 손을 잡고 식구들 끼리 야외로 놀러를 간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장거리 여행도 불사하고 다니다보면 절도 많이 눈에 띄고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휴게소도 자주 들르게 된다. 별 생각없이 다니던 휴게소와 절 그리고 OOO 생가와 유적지들 혹은 박물관. 우리는 배운 것이 없기에 다만 년도만 암기하고 '전봉준 - 녹두장군 - 동학혁명' 이런식으로 단어만 떠오를뿐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대도 다행인 것은 입구마다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기에 - 영어 공부하라고 친절하게 번역도 되어 있다 - 초보자 티를 팍팍 내면서 안내문을 열심히 읽고서는 관심도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식민사관에 의한 교과서 암기가 아니라 군부독재시절 문화유산 답사를 하는 것이다. 정작 봐야할 것은 놓치고 수박 겉만 핥는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시중에는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위한 책들이 판을 친다. '대한민국 OOO 한 곳 다 있다' '계절별 대한민국 여행' 등 여러 많은 책들이 있지만 모두 DSLR 카메라를 동원하여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화려한 작품들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겉모습에 매료되어 찾아간 곳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겠는가?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 아는 척은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배경은 다른 책에서 관광안내지도에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홍준 교수께서는 그런 누구나 알만한 사실을 쉽게 설명하려고 책을 쓰지는 않으신 듯 하다. 우리의 문화 유산을 제대로 알고 왜 보존해야 하는지 독자들 스스로 자각하도록 일깨우는게 목적인 듯 하다.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음성휴게소와 불편한 진실들. 현대 과학기술로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우리 선조들의 장신정신 이런 점을 우리들에게 일깨우고자 함인 것이다. 일권인 남도답사 일번지 조금 늦게 시작하였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우리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마지막 권까지 정독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구본기 지음 / 라이온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최소한 부자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기를 원한다. 평생 건강할 수는 없기에 보험도 가입하고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도 가입을 해야한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으려면 핸드폰으로 수시로 전화가 와서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한다. 은퇴 후의 삶이 걱정이 되지 않냐, 가입만 하면 바로 보장이 된다 혹은 10년간 연이율 6% 복리이자를 어쩌고 저쩌고...그런 전화를 받을때 가끔은 나름 아는 지식을 활용해서 한방씩 날리기도 한다. '10년 이상 꾸준이 저축하면 복리로 이자 지급하지 않는 상품이 어디있나요?' 라고 말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해주면서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알아야할 지식도 그만큼 많아졌다. 오죽하면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3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하지 않겠는가?

 

  재테크에 이런 격언이 있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더러 돈 벌어라고 알려주겠는가?' 맞는 말이다. 600원짜리 경제신문에는 600원의 가치가 있고 20,000원 주고 구입한 책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설계사의 뒤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한다. 보험회사는 절대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보험회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이다보니 당연히 손해를 보면 안 될 것이고 설계사들도 굳이 다른 말로 옮기자면 보험 판매원이지 않은가? 직장다니는 우리들도 업무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때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듯 그들도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사원이며 개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자동차 영업 사원이 자동차 성능과 연비에 대해 꿰고 있어야 하며 자동차 정비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우리의 무지함이 아니겠는가? 정보를 접하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굳이 다른 책들에서 많이 인용되었던 룰렛 게임과 통계의 오류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전문가들의 그럴듯한 거짓에 속지말라고 열변을 토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저자의 말에 나도 상당부분 동의하는 부분은 많다. 언제 질병이 걸릴지 모르니 온갖 보험에 가입하느라 매월 수십만원의 돈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나이 많은 부모님들이라면 건강검진을 제때 받는 것이 만약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낳을 것이다. 그런데, 은행에 적금하는 것이 정답인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주식이나 펀드에 가입해야할까? 정답은 없다. 저자도 역시 대답을 주지 못한다. 2권의 출판을 염두해두거나 저자와 소통을 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내가 감히 그런 것에 대해 내가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스폰지처럼 모든 정보를 거르지 않고 받아들이지 말고 때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좀 더 의심을 갖고 정보를 바라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한두권의 책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할 수 있는 법. 비밀과 거짓말을 구분하여야 하며 모든 판단은 내가 내려야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개정증보판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8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600여년역사를 지닌 나라? 국호부터 명나라의 승인을 받을 정도로 사대주의에 집착한 나라? 혹은 전주 이씨가 왕씨의 나라 고려를 무너뜨리고 세운 나라? 무엇보다 조선하면 '태정태세 문단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1,7,14,21,22,23 이라는 숫자도 떠오른다(이 숫자들에 해당되는 왕들은 O종이 아니라 O조(태조, 세조...)인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이복형제들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거나 숙부가 생질을 귀양보내고 왕위에 오르고 외교에 능한 왕도 명을 섬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정으로 쫓겨나고 반정에 성공한 왕은 적장이자 황제에게 술을 따르는 치욕을 맛보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자 임금은 백성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하지 않고 수도를 버리고 멀리 피난을 가게 되고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의병을 일의켜 적들과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수백년뒤 구한말에 또 의병이 일어나지만 이번에는 임진왜란때와는 다르다. 임진왜란 때 의병은 민관이 함께 적과 싸웠지만 구한말 의병은 적군도 적이오 관군도 적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억압받던 백성들이라면 외부 세력이 침략하면 항복하고 현 왕조를 무너뜨릴 생각을 해야하는데 오히려 스스로 병사를 일의켜 싸우게 된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그만큼 정치를 잘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나라가 없으면 안된다는 어떤 힘에 이끌려서였을까?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나라' 라는 어떤 소속감이 백성을 이끌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나 매국노들은 열외로 하고서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선조들의 기록문화에 대해 잘 알려주는 것이다. 왕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것 까지 기록을 하였다고 하며 지금처럼 백업장치가 없어 필사본을 3부씩 두어 관리하였고 물리적으로 다른 곳에 보관을 하였기에 임진왜란 때 두 곳은 불에 타서 없어졌지만 한부가 남아 있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사관이 모두 기록하였으며 왕은 실록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하니 얼마나 궁금하였을까? 조선후기 세종에 이어 또 한번의 조선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정조는 우리도 이토록 궁금해하며 현재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궁금하였겠는가? 게다가 정조때 세운 수원화성의 경우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IT서비스업을 하는 회사에서도 프로젝트 계획 수립시 벤치마킹을 할 정도이니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이토록 오랜 역사와 방대한 양인 조선왕조실록을 우리가 공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자라면 자기 이름외에는 쓸 줄 아는 글자가 거의 없는 터라 (물론 읽을 줄을 알지만) 방대한 한자로된 자료를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입이 떡 벌어질만한 도전과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 위대한 선구자들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방대한 실록을 한글로 번역하는 것 자체도 엄청날텐데 한권으로 집대성한다는 것 자체로도 존경을 살만하다.

 

  더군다나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왕릉이 현재 위치한 지명까지 곁들여서 알려주니 지하철을 타고갈때 나오는 안내방송이나 네비게이션에서 들려오는 나레이션에 한층 더 관심이 간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읽기 전까지 나는 조선하면 왠지 나약한 모습을 많이 생각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를 보면 외적의 침략에 맞서서 나라를 지키고 영토를 넓혀나갔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간도지역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하며 수포로 돌아갔고 (자신이 무슨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아니고...) 왕들이 독살당하고 북벌론을 주장했지만 효종의 의문의 갑작스런 죽음...노론 소론으로 당파싸움과 쇄국정책 급기야 외침 세력에 의해 현대판 퍼스트 레이디인 황후의 죽음과 국권상실. 그놈의 선비정신이 뭐길래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하며 무작정 비난만 하였지만 책을 덮을 때에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1천년 이상 왕권이 지속된 나라는 로마와 신라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백년의 역사는...아마 조선이나 고려 정도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물론 백제나 고구려도 포함되겠지만). 그래서 조선을 사대주의니 나약한 선비의 나라라는 편견대신 위대한 기록문화를 지닌 조상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들을 많이 보았지만 주로 연산군, 임진왜란 혹은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요즘에는 조선보다 훨씬 이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래도 조선을 배경으로한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학창시절 반 강제적으로 암기했던 '태정태세 문단세 ~~ 정순헌철 고순(종)'은 국사라기 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처럼 오히려 상식에 가깝다고 하겠다. 어째든 우리는 조선을 건국한 사람은 태조 이성계이며 마지막 황제는 순종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고종황제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일제에 의해 강압적으로 고종황제와 폐위되고 대한제국의 제2대 황제가 되었지만 이미 주권을 상실한 터라 군림하기는 커녕 감옥과도 같은 궁궐속에 같혀 지내야만 했다. 혹자는 '이렇게 나라를 빼앗긴 황제가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할 것이 아니라 자결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든 생활을 했음이 분명하다.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덕에 우리는 학창시절 흥선대원군을 위대한 인물로 알고 있었고 명성황후를 -  사실 황후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단순히 민비라고 배웠던 것 같다 - 상당히 폄하하였다. 동햑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를 끌어들였고 그 때문에 청일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고 일제가 우리나라를 더욱 간섭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든 장본인이자 임오군란때 용케 살아난 조선의 악녀(?)라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뮤지컬도 등장하고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영화화하면서 명성황후를 재 조명하는 것 같다. 사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보면 처음 건국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명나라를 존중하여 사대주의니 뭐니하며 국호부터 명나라의 허락을 받지 않았던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전쟁이 발발하자 임금은 백성들과 함께 목숨바쳐 싸울 생각하지 않고 피난가기에 바빳으니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고달팔겠는가? 급기야는 나라를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 중심에 서있던 황제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지 않았겠는가? 안중근 의사와 같이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충성을 다한 분들도 계셨지만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들이 있었기에 일제의 모진 수탈을 견뎌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에 안중근 의사께서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3.1 만세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책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안중근 의사께서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일제가 우리나라를 그렇게 강제로 압박하고 수탈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합병하였을까?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반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조선에 이런 용맹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전세계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하였을 것이고 대한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3.1운동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런 운동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35년만에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까? 정말 순종께서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맞는 말인 것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순종의 편에서서 쓴 자서전과도 같은 소설이었기에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국사책 보면서 년도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소설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 기차에서 주인공(?)들이 재회하면서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또 이해하는 모습은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그래서 인지 책을 덮은지 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