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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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적에 역사는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사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의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내신이나 입학시험(수능이라 학력고사)에서의 비중도 크지 않을 뿐더러 상당히 따분했기 때문이다. 역사란 단지 연도만 달달 암기하거나 책을 통채도 달달 외워서 머리속에서 책장을 넘기면서 문제를 풀면 되는 것이었다. 흥선대원군이 왜 천주교도들을 박해했는지는 알 필요도 없으며 다만 병인박해가 몇년도에 벌어진 일이며 동학혁명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밖으로는 청일전쟁, 안으로는 갑오개혁을 가져왔다만 암기하면 되었다. 애밀레종이 왜 그토록 훌륭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 남대문이 왜 국보 제1호이며 만약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은 사치였다. 그런것 고민할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 더 암기하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고 사건이 일어난 년도 암기하는게 훨씬 도움이 되었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 수학여행을 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찍기에 바빳고 선생님들은 학생들 통제하고 저녁이면 술판 벌이기 일 수였다. 그렇다보니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박물관을 가도 교과서에서 보는 타제석기니 마제석기 실물로 보는 것이고 반가사유상을 보더라도 감탄을 하면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고려시대의 탑이나 불상이 백제나 신라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 필요가 없었고 다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므로 당연히 달아야 한다 정도만 알면되었다. 고려는 숭불정책 조선은 숭유억불 정책 등만 달달 암기하면 되었으니 참 한심했다.

 

   그래서 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어였한 직장생활을 한지 10여년이 지날때가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다는 것은 삶에 도무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당장 사회에 첫발을 내딪었으니 경제개념부터 알아야 할 것이고 선배의 추천이나 혹은 압력으로 보험 설계사라도 한번 만나는 날이면 인생 재무 설계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바로 재테크의 세계로 빠져든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알아야 할 지식들도 많기에 자기계발서 읽고 지식 쌓다보니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린다. 이제 인생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면서 주말이면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핑계로 아이들 손을 잡고 식구들 끼리 야외로 놀러를 간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장거리 여행도 불사하고 다니다보면 절도 많이 눈에 띄고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휴게소도 자주 들르게 된다. 별 생각없이 다니던 휴게소와 절 그리고 OOO 생가와 유적지들 혹은 박물관. 우리는 배운 것이 없기에 다만 년도만 암기하고 '전봉준 - 녹두장군 - 동학혁명' 이런식으로 단어만 떠오를뿐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대도 다행인 것은 입구마다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기에 - 영어 공부하라고 친절하게 번역도 되어 있다 - 초보자 티를 팍팍 내면서 안내문을 열심히 읽고서는 관심도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식민사관에 의한 교과서 암기가 아니라 군부독재시절 문화유산 답사를 하는 것이다. 정작 봐야할 것은 놓치고 수박 겉만 핥는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시중에는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위한 책들이 판을 친다. '대한민국 OOO 한 곳 다 있다' '계절별 대한민국 여행' 등 여러 많은 책들이 있지만 모두 DSLR 카메라를 동원하여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화려한 작품들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겉모습에 매료되어 찾아간 곳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겠는가?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 아는 척은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배경은 다른 책에서 관광안내지도에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홍준 교수께서는 그런 누구나 알만한 사실을 쉽게 설명하려고 책을 쓰지는 않으신 듯 하다. 우리의 문화 유산을 제대로 알고 왜 보존해야 하는지 독자들 스스로 자각하도록 일깨우는게 목적인 듯 하다.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음성휴게소와 불편한 진실들. 현대 과학기술로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우리 선조들의 장신정신 이런 점을 우리들에게 일깨우고자 함인 것이다. 일권인 남도답사 일번지 조금 늦게 시작하였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우리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마지막 권까지 정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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