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만약 투명인간이 된다면...가장 먼저 어디부터 가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욕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성역으로 취급되어 가볼 수 없기에 호기심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은행에 가서 돈을 챙겨서 부자가 되려나? 왜 어릴적 본 동화책에서도 도깨비 감투나 조끼를 입으니 투명인간이 되어 부자가 되었다고 하잖아. 물론 마지막에는 꼭 불통이 튀어 수포로 돌아가지만... 그런데 책을 딱 펼쳤는데 이거 왠 걸...투명인간은 앞을 볼 수 없다니. 망막에 상이 맺히지 않으니 앞을 볼 수 없다. 자연과학을 전공하였다고 항상 떠벌리며 자랑하고 다녔는데 이게 왠 망신...설명 앞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계단을 자유롭게 내려갈 수도 없다고 한다. 눈으로 다리의 움직임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본인의 다리가 보이지 않으니...헐~~ 하긴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깜깜한 밤에 불빛이 없는데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영화에서야 가능하지만... 게다가 영화에서 처럼 옷을 입으려면 제대로 완전히 가려야지 안그러면 괴물 취급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대낮에는 아주 당당하다. 다른 사람이나 차들이 알아서 피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에는 오래 살고 싶다면 그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나를 못 보기 때문이다. 투명인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남이 나를 보지 못하니 여탕이든 남탕이든 호기심을 해결하거나 부자가 되기 이전에 내 생명부터 지켜야 할 판이다. 근데 얼마전 과학자들이 빛을 굴절시켜 사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섬유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 옷 입으면 정말 투명인간이 될까?

 

  그리고 얼마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사나운 육식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란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발가락이 두개인데 그 녀석은 발가락이 세개이다. 즉 발가락이 세개이고 쥬라기 후기에 살았던 알로사우루스라는 공룡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쥬라기 공원에 쥬라기 공룡도 등장은 하는 것이다. 물론 트리케라토스와 같은 초식공룡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떠나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호박에 있는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여 양서류인 개구리와 어쩌고 저쩌고 해서 거대한 공룡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당한 억측이다. 게다가 그 많은 공룡이 얼마나 많은 먹이를 먹어 치우겠는가? 코끼리도 엄청 먹는다고 하는데... 물론 영화를 보면서 따지고 들면 하나도 진실된 것이 없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엘리베이터가 폭탄 한방에 맥없이 추락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까지...하지만 영화의100%가 과학적으로 증명하였을때 거짓인 것은 아니다. 터미네이터2에서 질소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전복되면서 거의 얼어버리는 장면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상 혹은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물리학자가 재미있게 어려운 공식 없이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니 정말 재미가 있다. 근데 자연과학을 전공한 나로서 우주선과 외계인 이야기는 물리학과 관계가 있는데 공룡이나 인간복제 기술과 물리학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근데 물리학자가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고 했지 물리학을 본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게다가 과학이란 칼로 자르듯이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저자의 박식함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낸 것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다. 정재승 교수에게 나도 물리학을 배웠으면 지금 이길을 걷지 않고 나도 물리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저자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성공담을 들려주어 많은 학생들이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다시 이과로 돌아와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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