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새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약용 선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국사 시간에 배운 것이라고는 '정약용 -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 수원성을 거중기를 이용하여 건설하다. 그리고 실학을 집대성하다' 외에는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도대체 목민심서가 무엇이며 실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특별히 관심도 없었고 칠판 가득 선생님이 판서하신 것을 노트에 글자 한자 빼먹지 않고 받아 적어야 하니 설령 그런 것을 설명하였다 하더라도 기억에 남을리 없다. 우리네 교과서의 잘못인지 교육 방식의 잘못인지 몰라도 아주 재미없게 배웠으니 왜 사학을 공부해야하는지 이유는 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이 지나서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고 나름 어느 정도 역사관을 가지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왜 역사를 공부해야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혹은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우리나라가 OECE 국가중에서 책을 안 읽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고보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언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역사 소설도 아니니 또 뻔한 역사 이야기 늘어놓고 노론이니 소론이니 혹은 남인 북인하며 당파 싸움 및 OO사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조께서 선친인 사도세자를 위해 수원성을 건설하였고 매년 화성 행차관련한 지역 축제가 있다보니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심에 책을 집어 들었다. 게다가 얼마전 IT프로젝트 관련 세미나를 하는데 주제가 정약용 선생께서 건설한 수원화성 이야기였다. 지금부터 수백년전에 이미 수원 화성 설립 프로젝트를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은 엄청난 유산이다.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셰계 유산이 되었는데 화성의 기능이나 우수성도 대단하지만 엄청난 프로제트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수많은 이슈들과 리스크들을 정리하여 해결해 나갔던 배경과 인력동원과 납기 단축에 대해 지금도 '도대체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라고 감탄을 하니 정조나 정약용 선생의 경우 서양의 르네상스를 이끈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조선 후기는 당쟁이나 천주교에 대한 박해 그리고 억압받는 농민들과 부패한 관료들 때문에 상당히 얼룩진 역사라고 생각한다. 선대의 왕들이 독살 혹은 의문사를 당하고 당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때 임금의 자리에 올라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소수당의 견제를 적절히 조절하고 훌륭한 인재를 강하게 키워 조선후기 다시 한번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정조의 놀라운 통치력.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에 정조와 같은 임금과 정약용 선생과 같은 훌륭한 인물이 더 많이 배출되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보다는 훨씬 덜 부패한 나라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거나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아쉬움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역사 소설이 아니기에 흥미는 덜 할 수 있지만 조선왕조 실록에 바탕을 둔 역사서이기에 아주 객관적으로 씌여졌다. 물론 한자와 조선후기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나의 무지함이 빛을 발하여 앞 장으로 다시 넘어와서 읽기를 반복했지만 교과서나 역사 시간에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사실들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시중에 수많은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을 다룬 역사서에는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내년(2012년)에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지는데 왜 내가 선거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유권자로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흥미롭거나 긴박감을 주는 것도 아닌데 2권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