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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평점 :
나도 어릴적에 일기 쓰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했던 수많은 이땅의 젊은이들 중 한명이다. 사실 일기라는게 그냥 붓가는 대로 줄줄 적어내려가면 되는데 그놈의 일기 검사니 뭐니 때문에 마음대로 적을 수도 없었다. 그토록 통제된 생활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기란 힘들었고 그냥 시키는 대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했다. 그러니 책이라는 것도 교과서, 참고서, 문제제집 외에는 모두 사치에 불과했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읽은 책이라고는 열손가락안에 꼽을 정도였다. 이러한 실정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OECD 국가들 중에서 책을 안 읽기로는 수위권에 들 수밖에...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간과 금전적으로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책을 읽다가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고 나서는 나름대로 후기를 적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책이야 한번 사서 읽으면 책장을 차지할 뿐 두번이상 손이가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두번 손이 가지 않는다고 책을 처분하고 나면 찾고 싶을때 없어서 아쉬운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일기를 쓰듯이 책에 대한 후기를 적으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다보면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떠오르기도 하고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고 추억에 잠겨보기도 한다.
사실 뭐든지 하다보면 실력이 늘게 마련인데 책읽기와 글쓰기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요즘은 운동에 맛을 들여 1주일에 한두번씩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축구 시합을 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이랑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실력이 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몸으로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글쓰기라는 것은 도통 알수가 없다. 남들이 평가해주지 않고서는 내가 글을 읽어보면 그 말이 그 말 같다는 생각외에는 들지 않는다. 책 읽기 역시 속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달라진 느낌이라면 책의 1/10만 읽어도 대충의 느낌을 파악할 수 있으며 얼마나 히트를 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고나 할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도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바쁜 일과에 쫓겨 살아가다보니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적응이 되고 안정을 찾게 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할일이 없다는 아니 뭔가 목표가 없다는 생각에 왜 살아가야하는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힘이 되고 나를 우울증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것은 한권의 책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책을 쓰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계획을 가지고 책을 쓰겠다는 생각. 저자도 사흘이 멀다하고 책 한권씩 읽는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과 글들이 모여서 한권의 책으로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기억력에서는 남들 못지 않게 좋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머리속이 점점 복잡해지고 생각할게 많아지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자니 사는게 고달파지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내는 것도 힘이 드는데 이런 기억들이 사라져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으니...나는 기록과 추억이라 생각한다. 전자는 아주 이성적인 것이며 후자는 감성적인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둘다 나의 일기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