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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을 - 칼럼니스트 박사의 '여자들의 여행법'
박사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설레이게 만들었다. 학교 다닐적에야 기껏해봐야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수시간 가는게 전부였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혼자서 혹은 또레 사촌들끼리 가까이에 있는 할머니댁에 흔들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주말마다 농사를 돕기 위해 가곤했다. 지금처럼 스마트 폰이나 휴대용 게임기가 있어 버스안에서 시간을 떼울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혼자일때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고 여럿이 갈때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였다. 가끔씩 돼지나 닭과 같은 동물을 자루에 담아서 버스를 타는 사람도 있었고 술에 잔뜩 취한 아저씨들도 있었다. 한번은 말 그대로 배낭여행을 온 대학생들이 갑자기 내린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온몸이 흠뻑 젖어 버스에 타는 것을 보기도 했다. 나도 대학생이 되면 저렇게 여행을 다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어릴적부터 한적한 시골마을로 여행아닌 여행을 다녀본 탓에 공기좋고 물맑은 곳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내가 황토 흙으로 만든 집에서 자고 싶다고 하기에 결혼하고 나면 실컷 잘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은 여름에는 벌레나오고 겨울에는 추워서 싫다고 할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행에 이토록 열광할까? 여행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행복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여행을 동경하고 해외여행이라고 간다고 하면 몇 달 전부터 설레이는 것일까? 얼마전 우리 가족들이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다. 가기 전부터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지 몇달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흐뭇하고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해외를 다녀왔다는 느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이다. 사실 여행은 가기 전이 가장 기쁘고 여행 갔을때는 별로라고 한다.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몸이 지치기도 하고 TV나 인터넷으로 볼때는 근사해보이던 장면이 막상 여행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 실망스럽거나 별 볼품 없는 장소로 느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왜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 여행을 다녀오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명품 가방에 집착하고 유명 브랜드 정장과 구두를 선호하냐고 말이다. 남들에게 으스대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사적인 자리에서 해외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데 다녀온 사람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단지 며칠간의 경험 차이지만 뭔가 하나라도 거들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이유로 여행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여행의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 혹은 낯선 사람들을 만단다는것?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외국을 가거나 도시에 살다가 농촌으로 여행을 가면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을 보고 다른 풍경에 우리는 신기해 하거나 흠뻑 빠져들어보기도 한다. 이상한 것은 일을 할때는 낯선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다는 것. 어쩌면 아이러니 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즐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자체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낯선 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익숙한 곳을 떠나 이방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여행이고 여행이 곧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도전하는 것도 이제 두렵지 않다고 생각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