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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편애 - 전주부성 옛길의 기억
신귀백.김경미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평점 :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전주 이씨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가까이는 돌아가신 할머니 제사때에도 지방에 전주 이씨~라고 적는다. 이렇듯 전주라는 도시는 알게모르게 내가 많이 접했던 곳이다.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고려왕조실록의 처음에 등장하는 후삼국시대에서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수도인 완산주도 오늘날의 전주에 해당한다. 지금껏 전주는 딱 한번 가본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아주 잠깐. 하지만 전주 여행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접해본 적이 있는 전주 비빔밥. 어쩌면 전주의 지명보다 문화에 대해 우리는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를 합쳐서 부른다고 하는데 멀어서 인지 도무지 한번 여행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이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책이다. 물론 6시 내고향 같은 TV 프로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겠지만 브라운관으로(물론 요즘은 거의 LCD나 OLED TV이겠지만) 보는 감동과 책으로 느끼는 감동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여행 에세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근사한 카메라 들고 여행다니면서 멋진 풍광 찍어서 그럴싸하게 관광객(?)을 유인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원한다. 그저 여행지의 소개에 그치고 작가의 영혼이 담기지 않은 파워블로거의 여행 후기보다 실제로 그 고장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그런 책들 말이다. 전주와 같은 오래된 도시라면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생성에서부터 개발에 이르기 까지. 과거 적들로 부터 방비하기 위해 공들여 지었건만 전쟁시 공중에서 마구 폭격해대는 비행기 때문에 성벽은 거의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큰 길을 내기 위해 마구잡이로 허물어지고 개발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 모습을 유지하려는 안타까운 모습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여행 에세이란 3차원적으로 현재만 다루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여기에 맛집이 있고 가격은 얼마이고 친절한 주인장 덕에 넉넉하게 먹고 왔다는 판에 박힌 이야기보다 지금은 별다방, 콩다방에 밀려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 다방에 대해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40대를 보내고 있는 나 역시도 다방하면 80~90년대 영화에서나 본 듯한 장면이거나 가끔씩 출장을 가서 모텔에 있는 차림판이나 각 티슈에서 볼 수 있는 배달하는 다방 말고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다방에도 역사가 있고 추억들이 깉들여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테이블위에 놓인 성냥갑에 있는 성냥을 하나씩 꺼내 탑 쌓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 사람도 있고 커피를 한잔이라도 더 팔기 위해 좁은 의자에 엉덩이 밀어 붙이고 앉는 마담을 떠 올릴지도 모르겠다.
역사가 오랜 도시이기에 사진을 보면 옛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간판들도 있고 돈 없던 학창시절 입시 준비를 하기 위해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전전하던 헌책방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과 보다 윤택해진 생활 덕분에 일일이 발품 팔지 않아도 되지만 그 시절에는 헌책방에 눌러 앉아 내가 원하는 책 찾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다. 이렇듯 오래된 도시에서는 사라진 것들도 많고 사라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그렇면서 옛 거리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얄팍한 상술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주는 내가 가보지 않아서 어떻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최소한 책을 통해서 느낀 전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니까.
전라도는 음식이 맛있고 친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옛부터 평지가 많아 곡창지대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야지대라는 천해의 환경때문일까? 옛부터 중앙 정부로 부터 많은 착취를 당해왔고 그런 배경 때문인지 풍수지리 때문인지 많은 민란이나 의병활동이 많이 일어났다. 저자는 전주부성 주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무작정 여행지를 둘러보고 '아름답다' 내지는 '볼 것 없다'라고 섣부를 판단을 내리기 전에 전주에 대해 먼제 알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