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 세계 최고 10대 이공계 대학 탐사 프로젝트
설성인 지음 / 다산4.0 / 2017년 5월
평점 :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이 1년 조금 넘은 듯하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팩토리 2.0으로도 불리고 4차 산업혁명보다 Industry 4.0이라는 말로 먼저 접했다. 제조업과 관련된 IT업에 일하다보니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도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다가왔다. 4차 산업혁명은 IoT, Cloud, Big Data, AI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만 국한되어 있을까? 물론 지금까지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은 과학자나 공학자가 주를 이루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소위 말하는 이과생들이 기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기에 생각의 한계가 있을수도 있지만 문과생들은 오히려 생각의 장벽이 없을수도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보았듯이 기술력으로는 못할 것이 없다. 현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보다 어떤 것을 구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가 명문대에 진학하여 과업을 충실히 완수하는 학생들일까? 물론 그런 엘리트들도 필요로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인재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제목은 4차 산업혁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마치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졸업해야만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릴적부터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해서 졸업을 해야만 한다. 책에서 말하는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직접 가보지 않고 책에서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다. 지방 국립대를 나와서 흔히 대기업이라 부르는 회사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넘사벽처럼 느껴진다. 지금에 와서 내가 공부를 해서 명문 이공계 대학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위 0.1% 만이 가능한 대학에 우리 아이들이 가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면 책의 독자층은 아주 한정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 상위 1%에 머물면서 어느 대학을 가야할지 고민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아닐까 싶다. 세계 10대 이공계 대학에서는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으니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대학을 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칼텍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MIT에서 짖궃은 장난을 했다거나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 서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책을 읽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일깨워주기보다 그저 한번 스쳐지나가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악하는게 급선무가 아닐까싶다. 나 자신도 한때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겠노라 다짐했으나 공학도는 그나마 사정이 좋지만 자연과학의 경우 정말 배고픈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과감히 그 길을 접었다. 취업준비에만 연연하고 취업이 잘되는 학과만 선호한다고 우려하지만 사실 먹고 살지못하면 배워서 뭣하겠는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던 허생전을 봐도 허생원에게 부인이 돈을 못 벌어오다고 타박하지 않는가? 청년 실업률 사상최고, 낮은 출생률 등등을 문제삼으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니 다들 취업에만 매달린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생계 걱정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먼저 갖추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학생들을 이공계 인재가 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직장에서도 이공계 출신보다는 인문계 출신 인재들이 자리잡고 있는 보직이 더 높아보이고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이공계를 기피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최고의 이공계 인재만 알아주는 사회풍토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마치 명문대에서 이공계를 전공해야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재가 되는 것처럼 책에서도 떠벌리고 있으니 이런 0.1%가 못될 것을 미리부터 짐작하고 미리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겠는가?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대학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한 저자의 노력은 높이산다. 일선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인재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