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많은 과목을 배웠지만 가장 흥미없는 과목이 사회였고 그중에서 세계사와 지리였다. 학력고사라 불리던 다시 대입시험에 포함되지 않기도 하였거니와 암기할 것이 많아서 노력대비 좋은 점수를 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세계사를 암기 과목의 대명사라 불렀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사도 대표적인 암기과목이었는데 시험에 포함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년도와 인물에 대해 달달 외워야만 했다. 문제는 세계사와 국사가 과목이 다르다보니 당연히 선생님도 달랐고 자연스레 둘 사이의 연계관계가 없었다. 그나마 년도를 외우고 있으니 세계사의 격변기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끼워맞추어 볼 수는 있었다. 세계사에서 주로 시험에 나오는 과목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1,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아마도 가장 크게 다루지 않았나싶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도 아니고 겪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참혹한 전쟁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고 전쟁이 끝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임진왜란이나 6.25 전쟁도 그에 못지 않게 비참했지만 말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다보면 주로 유럽의 역사에 대해 다루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의 이웃나라이니 국사를 배우면서 함께 배운적이 많았다. 고구려를 침범한 수나라를 통쾌하게 물리쳤지만 당나라에 멸망하게 되었고 후에도 계속 중국의 침략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고전인 초한지는 읽어봤어도 그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나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세계사와 한국사를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양에서는 국사나 세계사라는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았고 또 왕가들이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다보니 한 나라 혹은 한 민족의 역사라고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세계사를 이야기할때 우리의 이야기는 쏙 빠져있을까? 유렵여행이 여자들의 로망이라고는 하지만 휴가때 자주 찾아가는 동남아시아들도 세계사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인도나 필리핀은 자주 등장하는데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였기에 그런 것은 아닐가 싶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낮추고 세계사 속에 감히 명함을 내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미 신라시대때부터 아랍의 상인들과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을 하였고 고려라는 이름도 널리 알리지 않았던가? 천재적인 화가 피카소의 작품에도 6.25가 배경으로 나온다. 물론 이런 동족상잔의 비극이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다.


  세계사는 워낙 범위가 방대하여 한두권으로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웃나라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소개하지 않더라도 책 10권은 훌쩍 넘어가버린다. 세계사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 것이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다보니 이름과 지명도 익숙하지 않고 동시대를 논하더라도 방대하기에 하나를 알아도 또 다른 나라의 역사는 제대로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세계사를 한권으로 대략적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아주 간략하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전개하거나 중요한 사건만 집고 넘어갈 수도 있다. 자칫하다간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 저자는 나름대로 고심을 한 흔적이 보인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리고 이미 세계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삼아서 그동안 알고 있는 지식을 줄거리 위주로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학창시절 공부하던 문제집의 요약본 정도라고 할까? 그러다보니 책을 통해 뭔가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시험치기 전에 알고 있는 지식을 정리하던 자세로 그때는 그랬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아프리카는 민족간에 분쟁이 심하며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평화롭던 아프리카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장본인이 유럽인들인데 유니세프니 하는 자원봉사단체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애당초 인간의 과욕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시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런 욕심이 없었더라면 진화는 훨씬 늦춰졌을 것이며 어쩌면 동물들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있어 만약이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이 없이는 역사에 대해 논할 수가 없다. 수많은 가정들이 있었기에 역사를 배경으로한 소설들도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에 대해 논할때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야 하는 국가나 사건은 무엇일까? 인류의 발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이나 국가라야 할까? 아무래도 지금의 강대국을 무시할 수는 없나보다. 역사는 짧지만 - 정확하게는 백인의 역사는 짧지만 - 근현대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미국이 빠질 수는 없다. 1,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군수물자 수출로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간 미국. 만약 그런 전쟁이 없었더라면 어떻했을까? 정말로 그런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기 않았을까?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쉽사리 세월속에 뭍혀버렸을지도 모르니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사대주의 사상에 사로잡혀 있은 것은 아닐까? 이미 인디언들이 살고 있던 아메리카 대륙을 신대륙이라 부르고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해서 세계최고의 박물관을 보유한 국가들을 보면서 우리는 부러워해야만 할 것인가? 아니면 약탈의나라라고 손가락질을 해야할까? 신채호 선생깨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다. 오랜 역사속에서 그때 이랬어야 하는데 혹은 그때 이랬더라면 우리의 역사도 달라졌을텐데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역사를 잊지말고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권으로 압축한 역사서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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