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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과학과 관련된 TV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잠을 자지 않는 실험을 하는 것이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졸음을 유발하여 실험을 빨리 끝내는 것이 목적 이었는데 그때 많은 실험자들을 수면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물리학 강의'였다. 이과생들에게는 회계학 강의 만큼 따분한 강의가 문과생에게는 양자역학이니 상대성이론이니 하는 물리학 강의가 수면제인 것이다. e= mc² 이니 잔뜩 공식이 나오는 물리학은 따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물리학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가령 내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북경으로 가면 갈때는 1시간이 걸리는데 올때는 3시간이 걸린다거나 산타클로즈는 하루만에 모든 선물을 배달할 수 있을까하는 재미있는 풀이까지 말이다. 이렇듯 어려운 공식은 물리학자들에게 맡기도 독자들은 신나게 일상에서 물리학을 쉽게 접하면 되는 것이다.
물리학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제목이 왜 하필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인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면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에 정통해야 할 것인데... 하필 물리학일까? 과학에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의 네분류로 보통 나눠지는데...화학은 물리학에서 나왔고 지구과학 역시 물리학이 기본이 되며 생물학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 책을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이유는 쉽사리 알게 된다. 아니 굳이 마지막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책을 쓴 저자는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국민을 위한 정책 결정을 하고 환경보호를 하며 미합중국이 국제 경찰로서 역할을 다하며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교통정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에 충실해야 될 테니 말이다. 일본 지진과 방사능 누출로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 대며 원자로의 내부구조에 대한 설명까지 뉴스에 나올 정도이니... 그럼에도 물리학 전공자들이 예전처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자연과학을 전공하였고 물리학에 대해서는 나름 지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라 책의 내용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요즘은 한가지만 잘해서는 어렵운데 저자 역시 물리적 현상이나 기체의 반응이나 열효율 등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면 장거리 출장시 불면증을 해소해주는 부작용 없는 수면제 역할만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관심이 있어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많은 흥미를 유발시켰다. 얼마전 아이들과 청주에 있는 어린이 회관을 다녀왔는데 태양광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이며 수소에너지는 고효율성을 지닌 미래의 유력한 에너지라고 강조를 하였다. 어릴적에도 태양열 주택을 보며 전기세 적게 나오겠다며 부러워했는데 신문을 보면서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는 일반 전기의 10배라는 사실을 알고는 왜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 및 발전이 더딘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오일 샌드 역시 고유가 시대가 열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러가지 재생 에너지의 허와 실, 그리고 경제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그리고 전문가의 시각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적혀있었기에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해양학을 전공자로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천문학에 대해서만 언급이 되고 가까이에 있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유감이었다. 사실 해양연구도 활발히 한다면 우리의 현 문제에 - 저자가 지적한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증가 - 대해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서 조력발전이나 파력 혹은 조류 발전도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재생에너지를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바꾸려면 환경파괴는 불가피하지만 말이다. 책에서 언급된 학문을 나열해보면 물리학, 화학(어짜피 물리학과 뿌리는 같지만), 생물학, 천문학(역시 물리학과 뿌리가 같다), 경제학 정도가 되겠다. 생태학이 제외되었지는 않지만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니 말이다. 물론 생태학까지 포함하였다면 책의 분량은 두배로 늘어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전문가의 식견으로 이야기 해주었고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구와 더불어 살기(에너지 절약)에 대해 마지마에 강조를 해주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