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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삼국사기의 저자는 김부식이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학교 다닐 적에는 승자의 기록인 신라의 입장에서 쓴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였고 위인 전기에도 김유신 장군에 대해서는 상세히 나와있지만 계백 장군이나 연개소문에 대해서는 뒤에 부록으로 잠시 설명된 것이 전부였다. [조선상고사]는 신채호 선생께서 생전에 기록하신 내용인데 책의 제목만 보면 조선시대에 대한 내용으로 착각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역사에 대해 잘 앍고 있다고 자부하며 주몽 신화와 유리왕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잘난 척을 하였는데 신화와 사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지금 같은 기록 문화는 고사하고 하늘도 없던 시절 어떻게 기록을 남겼겠는가? 또한 수많은 전쟁과 세월의 흐름에서 고스란히 보존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록들을 찾아 고증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며 상당한 지식이 필요한 작업이다. 내가 역사를 배우던 시절은 흔히 말하는 일제 식민사관의 잔재가 남아 있던 시절이라 왜곡도 심했고 잘못된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부했다. 연도는 시험에 나오는 감초였기에 잘못되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암기를 해야만 했다.
시작은 우리가 고조선이라 알고 있던 단군왕검이 세운 고대사부터 시작하여 부여, 고구려, 삼한 등의 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의 역사는 공부를 하였고 중국의 초한지나 삼국지도 재미로 읽었다. 무협지는 그 시절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지만 중국의 역사에서 고조선,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고조선이 한나라에 의해 멸망하였고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입을 받은 알고 있다. 둘을 접목시켜서 당시 중국의 상황이 어떠했으며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어떻게 이런 힘의 균형을 유지했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이런 것을 예견이라고 한 것인지 후세를 위해 기록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저자는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어려운 용어들은 풀이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았다. 하지만 정확한 고증이 없기에 저자의 견해도 수년 후에는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책의 도중에 치고 나오는 "깊이 읽기"가 있어 처음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굳이 중간중간에 삽입한 이유를 알고 나서는 책을 읽어야 할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가 배웠던 역사는 승자인 신라 위주로 쓰인 삼국사기에 기반을 하였지만 김부식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기에 잘못된 부분과 과장이 심하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무언의 확약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에게 유리하게 기록하는 것은 용납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기에 최소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일제의 압박이 있어 정확하게 용어를 표기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견해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이조 시대"라는 용어였다. 다른 모 역사학 교수님께서는 이런 표현도 역시 일제강점기 조선의 역사를 낮춰 불렀던 것이라 들었는데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고조선 혹은 책에서 말하는 넓은 의미의 조선과 구분하기 위한 것일까?
초한지나 삼국지를 읽어보면 세 나라가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을 한다. 그것을 무시하여 한나라를 키운 한신은 토사구팽을 당하고 삼국지에서도 촉이 망하자 통일이 된다. 이를 두고 고구려의 남생도 외교에서는 실패한 것이고 후계자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연개소문도 잘못이 있는 것이다. 백제가 망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되고 국제 관계에서는 서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야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인들도 인지를 하였으면 좋겠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이 시점에 한 국가에 들러붙을 것이 아니라 과거에 그랬듯이 적당히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약소국 신라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상당히 재미가 없었지만 읽을수록 내가 잘못 알고 있던 한국사에 대해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흥미로웠다. 단, 공무원 시험 등의 목적으로 역사 시험을 쳐야 한다면 오답을 기재할 우려가 있어 오히려 독서를 자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