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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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존재는 과학이라는 힘을 빌려 정복할 수 없었던 우주의 신비에 대해서도 밝혀내고 있으며 점점 미지의 영역을 파헤쳐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부분도 많은데 그중 한 분야가 사후 세계에 대한 비밀이다. 종교나 신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나쁜 일을 하거나 신을 부정하는 경우 사후에는 고통을 받는다고 말을 한다. 신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후에 고통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신의 존재에 대해 배우지 못하여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는 다른 개념인 것일까? 아무튼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후세계가 궁금하니 내가 직접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들 말도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믿을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신화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고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런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엮여 있다. 가장 먼저 신화와 종교에서 다루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보다는 신화가 먼저 탄생하였을 것이고 머리 좋은 누군가가 지어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남을 지배하기 위함인지 흥미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후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들도 상당히 많다. 내가 읽은 책도 제법 되는데 책에서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제목조차 듣지 못한 책들도 많아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까 궁금증만 쌓였다. 영화와 TV도 마찬가지이다. 작가들은 어떤 상상력을 동원하여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흥미롭게 만들었을까 의아하다. 아마 최초에 신화 속 사후세계를 탄생시킨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우주의 역사나 사후 세계에서의 시간에 비하면 우리는 찰나를 살아가는 것인데 사는 게 고통이라거나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함부로 말을 하다. 그런데 책에서 말한 고통 받는 시간을 비교해 보면 비할 바가 아니다. 거의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고통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떠난 자리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남들이 고통받는 모습, 내가 떠난 뒤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 일평생 모은 재산을 자손들이 탕진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들도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그 친구에게 혹은 부모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혹은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어야 했는데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것이 지옥을 간접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스스로 깨닫지 못할 것이니 지옥이란 곳이 존재한다면 경험하게 해주고 싶기는 하다. 끔찍한 고통일 수도 있고 책에서 말한 내용을 따라 해본다면 단무지나 김치 없이 짜장면을 먹게 한다거나 탄산음료나 맥주 없이 장어구이를 하루 종일 먹게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살아생전 나쁜 일을 하면 이런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인데 과연 사후세계가 존재할지는 모르는 것이다. 계속 풀릴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천국이라 부르는 곳에 간다면 역시나 행복할까? 영원한 휴식이 보장되고 지금처럼 긴장을 느끼지 않는 삶은 어떨까? 죄인들을 심판하는 염라대왕은 365일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에 5일을 일하고 이틀은 쉬지만. 물론 제대로 지켜지지는 못하지만. 저승사자의 경우도 한마디로 비상대기조이며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 줄 모르며 명부를 잘 찾아서 다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사에게 엄청 혼날 것이다. 똑같은 일을 50년 100년씩 해야 한다면 그 역시도 만만찮게 힘들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을 봐도 사후세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애가 타는 마음도 없을 것이고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의 짜릿한 기분도.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는지도 모른다.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후세계에 비하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니 지금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본다. 카르페디엠 &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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