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우야, 엄마가 숙제 하나 내도 될까?
연우: 뭔데요?
나: 첫번째, 내일부터 유치원에 가면 유치원구석에서 혼자 책 읽지 말고 아이들이 몰려 있는 곳에 너도 함께 있기. 그리고 하루에 두번, 그러니까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얘기하기. 할수 있겠어?
연우: 해볼께요, 하지만...
나: 연우가 일주일간 숙제를 잘하면 엄마가 주말에 상을 줄께.
연우: 정말요? 그럼 해볼께요. 그럼 어떻게 평가하실건가요?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물어보실건가요?
나: 선생님께 같이 평가해달라고 하지. 연우가 얼마나 열심히 엄마의 숙제를 하는지...
연우: 알았어요.
연우의 우울이 깊다.
2주전쯤부터 갑자기 우울하다던 아이는 부쩍 눈물이 잦아지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눈치였다.
유치원의 다른 아이엄마로부터 친구들이 먼저 놀자고 하기전에는 같이 어울리지 않고 책만본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또래아이들하고 사귀는걸 어려워하는 연우는 아침마다 내게 다짐을 받곤 하였다.
연우: 엄마, 나 잘할수 있지?
나: 그럼, 연우가 얼마나 용감한데. 연우는 친구들하고도 잘 놀수 있어. 네가 말을 걸면 모두 좋아할걸...
연우: 엄마, 오늘도 퇴근하면 조금이라도 일찍 와...
나: 알았어. 노력할께. 조금이라도 일찍 뛰어갈께...
아침 밥상에서 이런 약속을 되풀이하다, 급기야 어제 저녁엔 연우에게 친구에게 말걸기 숙제를 주었다. 잘하면 상을 주겠다는 사탕발림과 함께.
오늘아침에도 연우는 유치원문을 들어서며 또다시 약속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와줘야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는데 아이의 어깨가 유난히 안쓰럽다.
지나치게 조숙한게 또래와 어울리는데 장애가 된건 아니었을까싶어 글자를 일찍 가르친것도 후회스럽고, 이웃이나 놀이터로 데리고다니며 놀아주었더라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어 더 안타깝다.
잠깐잠깐 시간이 날때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해보고 싶지만 수업에 지장이 있을까 저녁까지는 꾹 참아보려니 일은 밀려있건만 하루가 길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