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도 없고 몸도 늘어져 저녁겸 술안주거리를 만들어 맥주나 한잔하자고 건우아빨 꼬셨다.
술마시자는데 안넘어갈 그가 아니니, 열일을 제쳐두고 귀가를 했다.
아이들만 저녁챙겨 먹이고 택견전수관에 보낸후 맥주를 마시는데 왠일인지 자꾸 눈치를 본다.
나: 왜, 뭔일인데? 말할꺼 있음 후딱 말해. 감질나게 빙빙 돌리지 말구...
건우아빠: 우리 아는 **부부 있잖아. 그집이 애하고는 전혀 시간을 보낸적이 없어 초등학생인 그집아들이 불만이 많은가봐...
나: 그래서...
건우아빠: 방학도 끝나가는데 애엄마가 캐러비안베이를 이번주에 데려가기로 했나보지.
나: 그래서어?
건우아빠: 근데 애들아빠가 효자잖아. 장기입원인중인 노모가 이번주에도 병원에 올거냐구 묻는데 덜렁 그런다구 했다네...
나: 대책없는 효자아들은 그래서 피곤해... 난 효자 싫어...
건우아빠: 그래서 운전해줄사람이 없어 우리동네까지 오면 내가 캐러비안베이까지 태워줄까하는데...
이남자가 결국은 저말을 하려고 사설이 길었던거다. 오지랖도 넓으시지...
그런데 순간 그림이 좍 펼쳐지며 좀 짜증이 났다.
나: 이래서 난 운동권이 싫어. 자기 가족을 챙기지 않을거면 가족은 왜 만드냐? 그리고 다른이에게 누가봐도 착한사람이면서 가장 가까운이한테 무신경한건 착한게 아니야. 바로 옆사람의 희생을 강요해서 내 이미지 관리하는것뿐이지. 그건 무지하게 이기적인거야.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지지않으면서 오지랖은...
건우아빠: 이번 일요일인데...
나: 장모님 생신이다. 그날이...
건우아빠: 그럼 어쩌냐?
나: 그집 애아빠가 할머니께서 하루이틀입원한것도 아니고 병원다녀오는걸 한주 미루든지 아님 애엄마가 애랑둘이 셔틀버스타고 가든지...그리고 그동네에서 우리집까지 오는데만 버스타고 오려면 두시간이야. 거기서 직접 버스타고 가면 캐러비안베이까지 한시간이고...
건우아빠: 그럼 그동네에서 가는 버스편 알려줘.
나: 내가 그동네 사냐? 갈사람이 인터넷에 어디에서 캐러비안베이가는법치면 좌악 나오거든.
건우아빠: 그러지 말고 그거 검색해서 메일로 보내줘라.
나: 왜 아예 밥도 떠먹여 달라고 하지.
결국 술마시다말고 인터넷에서 자료찾는동안 이남자는 혼자 안주랑 술을 해치웠다.
그리곤 내가 찾아논자료를 신이나서 메일로 보냈다.
모니터를보는 뒤통수를 보니 모두에게 좋은일이건만 왜 슬그머니 부아가 나는건지...
나는 가끔씩 남들에게 한없이 좋은 이남자의 뒤통수를 쥐어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