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5
그 당시 (사춘기 이전) 아이들에겐 자신이 누구인지 보다 엄마, 아빠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엄마, 아빠의 사랑이 삶의 이유였다 말이다. – 중략 – 그러다가 조금 크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찾게 되었다. 당연히 어른들이 하는 말보다 자신의 생각에 관심이 갔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게 청소년기였다.
P19
"그게 빚이지 뭐, 빚도 습관이라는 말이 있어. 아폴로 신전에 가면 경계해야 할 세가지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데. 첫번째는 너 자신을 알라. 두번째는 절제하라.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빚을 지지마라. 빚을 지는 순간부터 손해라는 거야. 뭐 하러 그런짓을 해?"
P22
시간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준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간격 덕분에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곤 한다. 밥을 하는 동안 심란했던 경미씨의 마음은 조금 풀렸고, 알은체 하지 않는 가족에 서운했던 상호씨의 기분도 나아졌다.
P26
"브랜드 뱀파이어야, 너는 지금 뱀파이어에 물려려는 거라고."
"브랜드가 뱀파이어라니, 말도 안돼"
현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상호는 여전히 진지했다.
" 왜 말이 안돼. 네 주위에 있는 애들을 보라고. 한 놈이 사고 그 놈이 자랑하면 부러워서 옆에 있던 놈이 사고, 그러면 또 다른 놈도 사고, 뱀파이어에 물려도 그렇게 빨리 뱀파이어가 되지는 못할거야."
P27
"브랜드는 부족을 만들지. 그 브랜드를 가져야 같은 부족이 될 수 있게 말이야. - 중략 – 샤넬은 ‘당신이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당신을 알 수 있다’고 말했어. 단순히 물건을 통해 취향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브랜드의 세계에서는 값비싼 브랜드를 씀으로써 수준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지. – 중략 – 그리고 그 부족에 속한다면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갔지. 그렇게 브랜드가 세상에 선긋기를 하는거야.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브랜드가 또 다른 신분제 구실을 하는 거지. 브랜드를 쫒다보면 너는 그런 부족이 되지 못할까봐 불안할거야. 브랜드가 만든 허상에 빠지지 말아야 해."
P28 <비트겐슈타인의 오리-토끼 (the duck-rabbit)>
"이 그림속에는 오리도 있고 토끼도 있어. 오리를 떠올린 사람에겐 오리가 보이고, 토끼를 떠 올린 사람에겐 토끼가 보이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것일 때가 많아. 브랜드도 마찬가지야. 브랜드라는 굴레에 갇히면 그것만 의미있고 가치있게 보이는 거야. 난 내 아들이 그런 굴레 속에 사는 걸 바라지 않아. 넘쳐나는 광고, 과소비 문제들, 그게 다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거거든"
P32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서 나만의 욕구가 있어. 어른들은 우리의 마음따위는 늘 아랑곳하지 않지. 어른이란 이유로, 부모란 이유로 우리의 욕구를 멋대로 조종하려 들지 말라고!
P36
빈티지는 원래 와인이나 포도의 생산년도를 뜻한다. 그런데 그 의미가 확대되어 오래되어 값어치 있다는 뜻까지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