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지와 빵집주인 비룡소의 그림동화 57
코키 폴 그림, 로빈 자네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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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욕심쟁이가 외국에도 사네!”

 

우리 집 꼬마가 샌지와 빵집 주인 이야기를 읽고 큰 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샌지가 빵 냄새를 맡았다고 샌지에게 빵냄새 값을 달라는 빵집 주인의 소송(?)에 돈 소리를 들려주는 재판관의 명쾌한 결론이 담긴 이야기를 읽고, 우리나라 “냄새 값 소릿값”이야기를 떠올린 것이다. 맞다. 스토리 자체로 보면 그 이야기와 똑같다. 전래동화 속의 이야기도, 이 이야기도 헛된 욕심을 부려도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같아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래서 나는 오늘 스토리나 교훈은 잠시 접어두고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우리 집 “재판관”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 집은 원래 일러스트를 먼저 만난 후 글 밥을 읽고, 그 후엔 전체적으로 즐기는 편인데 스토리가 이미 아는 이야기이기에 일러스트를 제대로 뜯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엄청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은 것이다. 

 

가장 먼저 빵집 주인을 뜯어보았다. 빵집 주인이 등장하는 첫 장면. 빵을 잔뜩 쌓아두었는데 표정이 묘하다. 꼭 화가 난 것 같다. 꼬맹이들이 빵집 앞에서 공을 차고 놀기 때문일까? 가득 쌓인 빵이 팔리지 않기 때문일까? 빵집 주인의 표정이나 동선에서 화가 난 이유를 찾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그런데 빵집 주인을 구경하다 말고 우리 꼬마가 말한다. “엄마 그런데, 낸지가 처음부터 수상해요!” 잉? 낸지가? 

 

낸지는 익살스러운 얼굴로 후라치아라는 섬에 들어온 외부인이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작은 방을 하나 찾았고, 공교롭게 그 방의 아래층에는 빵집이 있었다. 그런데 일러스트를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가 하는 말이 냉지의 짐이 처음부터 이상하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냉지의 짐은 뭔지 알 수 없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또 이상한 장치들까지 만들어 냄새를 수집한다. (이 부분이 가장 전래동화와 다르다) 그 장치를 바라보던 우리 꼬마가 말한다. “낸지가 화를 나게 했어!” 아이는 창문으로 들어온 향기가 아닌, 일부러 기계를 만들어 수집한 냄새는 뺏은 것 같다고 했다. 가게 주인의 말처럼 훔친 것까지는 아니지만, 뺏은 것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아이와 일러스트를 통해 발견한 것들을 이것저것 나누다 보니 어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또 한 번 그림책이 얼마나 멋진 책인지 깨달았다. '샌지와 빵집 주인' 한 권을 놓고도 세 가지 방향으로 책을 즐겼다. 책 자체의 즐거움으로, 비버북을 통한 독후활동으로, 우리만의 토론으로. 앞으로도 그림책 속에서 어떤 길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여정일 테다. 

 

우리 집에 늘 이렇게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주는 비룡소, 그리고 모든 그림책이 참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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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마루야마 다카시 지음, 사토 마사노리 외 그림, 곽범신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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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서 우리 아이가 학구적인 방향에 있어 가장 깊이 있는 의문을 가졌던 첫 번째 주제는 “공룡의 멸종”이었던 것 같다. 화산폭발설은 “수영할 수 있는 공룡도, 날 수 있는 공룡도 있었는데 왜 전부 멸종했어?”의 방향으로, 식물소멸설은 “고사리나 수중식물도 식물은 살아남았잖아?” 등의 이유로 집요할 만큼 질문을 해대는 덕에, 한때 엄마도 공룡 논문을 쓸 듯 열심히 공부했다. 아이가 성장하고 읽는 책이 다양해짐에 따라 아이의 질문도 왕성해졌다. 이제는 나 역시 모르는 것은 솔직히 이야기하고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는 “노련한 엄마”가 되었는데, 그런 내게 몹시나 도움을 주는 것들이 브리태니커, 하우쏘, 매일똑똑해지는1분 등의 도서다. 그런 우리 집에 또 하나의 효자 도서가 생겼으니 그 이름하여 “억울한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제목부터 재미있는 이 책은 생물의 멸종과 진화 등을 매우 재미있는 방향으로 풀어준다. 일단 일러스트가 매우 재미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표정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어른 눈에도 재미있어 자꾸만 눈길이 간다. 멸종되어 이미 볼 수 없는 동물을 꽤 자세히 그림과 동시에 멸종의 이유를 부각해 그림으로써 일러스트만으로도 멸종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내용 또한 매우 좋다. 각각의 동물의 기본정보와 멸종이유, 그 외에도 더 필요한 정보를 살을 붙여준다. 기본정보에는 동물의 모습과 크기, 생존방식, 먹이 등을 기록해두어 다른 동물이나 현재 살아있는 동물들과 비교해보기에 좋고, 살이 붙여진 정보에는 멸종의 이유, 동물이 살았던 시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상상 속에서 동물을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식 연대표도 너무 좋은데, 그 시절에 살아남은 동물과 사라진 동물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또 '억울한' 멸종의 이유라는 주제답게 동물들의 멸종을 꽤 유쾌하게 풀어냈다. 뼈다귀만 먹다가 멸종한 에피키온, 목이 드러나서 멸종한 프시타코사우르스 등 그 동물로서는 억울하고, 우리가 보기엔 의아한 이유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끈다. 그뿐인가.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해 멸종한 친구들도 있다. 유행에 뒤처져 멸종한 칼로바티푸스, 소에게 밀려난 메갈로하이락스, 지렁이의 부족으로 멸종한 자글로수스 해키티 등 예상할 수 없는 멸종이유를 가진 동물이 꽤 소개된다. 나조차도 진짜? 를 여러 번 외치며 읽었다. 

 

이 책이 특히나 흥미로운 점 또 하나. 앞으로 멸종하게 될 동물들을 소개한다는 것. 냉장고가 좋아져서, 얼음이 줄어서, 불이 나서, 새끼를 많이 빼앗겨서 등 다양한 이유로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그 밖에도 멸종 직전에 생존한 친구들, 이유가 있어서 번성한 친구들도 소개하고 있어 '진화와 멸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별책부록인 “이유가 있어서 쫓겨났습니다”에서 다루는 생물들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어 2권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우리 꼬마가 말한다..

 

어른이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직접 읽고 싶어 하는 책, 2권을 기다리는 책도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아마 우리 아이 또래부터 초등학생 아이들 두 이 책을 매우 흥미로워하며 읽고 2권을 기다리게 될 듯하다. (엄마로서도 이런 책을 많이 내주시면, 검색창을 덜 뒤적여도 되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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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바른 글씨 마음 글씨 파스텔 창조책 1
오현선 지음, 양소이 그림 / 파스텔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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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ᄀ·ᄂ.ㄷ'이나 '가나다라'로 한글을 시작하지 않았다.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본인 이름, 엄마·아빠 이름, 가족 이름,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캐릭터, 그림책 등의 순서로 한글을 알려주고 확장했다. “찹쌀이 이름에 있는 '유'가 우유에도 있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읽기는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때고, 쓰는 것 역시 거의 쓸 줄 알지만 쓰기에 치중하지 않은 탓에 연필을 꽉 쥐는 힘은 그리 좋지 않다. 이제 읽기, 말하기, 듣기 모두 잘 되는 편이고 쓰는 것도 곧잘 쓰니 기술적인 면을 길러주자 싶어 '예쁘게 쓰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하루 10분 바른 글씨 마음 글씨'. 14개월 차부터 시작한 가위질과 클레이로 단련된 소근육이니 뭐 연필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글씨를 예쁘게 쓰고 편지도 예쁘게 쓰고 싶은 아이의 욕구, 쓰기 공부도 재미없게 시키지 말하는 엄마의 소신, 그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책이다 싶었던 게 이유.

 

먼저 책을 좀 이야기하자면, 이미 글씨를 다 뗀, 자신의 의지로 읽고 쓰기가 가능한 아이들을 위한 쓰기 책으로 바른 자세 잡기, 연필 잡기부터 시작하여 손에 힘 기르기, 곡선 사선 그리기 등 기초부터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기본글씨를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의 진행 방향부터 마음에 들었다. 또 분량이 정해져 있어 하루에 10분 정도만 훈련하는 책이니 아이들이 지겹지도 않고, 군데군데 예쁜 일러스트가 응원의 멘트도 던져주어 아이도 좋아했다.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단어와 문장 쓰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나에게 힘을 주는 말과 버킷 리스트 등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아이들의 방향성을 미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고, 필사를 통해 문장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전히 다이어리에 문장 필사하는 애) 그 외에도 원고지 쓰기, 독서록 쓰기, 신문기사 쓰기, 포스터 쓰기, 광고 글 쓰기 등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글'을 체험해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우리 꼬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부분은 “내 글씨 자랑 종이”로 오려쓸 수 있는 문서 양식이었다. (이미 여러 부분을 활용해 집을 꾸미는 중이다.) 

 

아이가 글씨를 배울 때는 열정적으로 교수하다가 글씨를 뗀 순간부터 아이의 '쓰기' 교육에 손을 놓는 엄마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히라가나만 배우다 끝나버리는 제2외국어와 뭐가 다른가 생각해본 일이 있다. 적어도 아이가 활용할 수 있는 쓰기,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는 쓰기까지는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나,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준 고마운 책이다. 엄마보다 글씨 예쁘게 쓰고 싶다는 우리 꼬마의 마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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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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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합니다. 과거에는 동물의 '야생성' 때문에 무서워했다면, 엄마가 된 지금은 '책임감' 때문에 무섭습니다. 생명을 길러내는 존엄과 책임을 배웠기 때문일까요? 정이 드는 것이 무섭고,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 무섭습니다. 종종 유기된 동물에 대한 뉴스를 보거나, '공장형 애완동물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람의 잔인함에 대해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언제인가 킨더랜드의 그림책 “63일”을 읽었을 때 아이에게 설명할 말이 없어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인간의 충직한 친구 '개'를 이야기한 그림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슬프고 먹먹한, 그래서 다 읽고도 마지막 장을 쉬이 덮지 못한 책입니다. '매미'와 '잃어버린 것'들을 출간하신 숀 탠 작가님의 신작, '개'입니다.

 

이 그림책은 참 특별하게도 글씨와 그림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어느 페이지에는 글씨만, 어느 페이지에는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일러스트는 장면의 변화가 크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인류의 역사를 다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늘 사람의 곁을 지켜온 충직한 친구임을 어린아이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전 페이지를 꽉 채우는 일러스트임에도 답답한 느낌이 아닌 잘 만들어진 필름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같은 구도 위에 그려진 풍경의 변화, 개와 사람의 변화를 지켜보다 보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 이 책에 담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담담히 적인 문장들은 마치 나레이션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담담히 이어지는 문장들은 읽다 보면 눈물이 고이는데, 특히나 시간이 우리에게서 도망치는 듯하다는 작가의 문장은 책을 다 읽고도 덮지 못할 만큼 여운이 짙었습니다. 문장 안에는 인간과 개가 지나온 시간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에 개가 없다면, 공존해줄 동물이 없다면 어떡해야 하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공존'이라는 갈무리에 이 책을 넣은 것은 순전히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공존이라는 단어로 개들에게 '희생'이나 요즘 유행한다는 '추앙'을 강요해온 것은 아닌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 긴 역사 속에서 인간과 개는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에도 개와 인간이 공존하려면 인간이 이기심을 버리고 타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우리는 다시 걷고 있다.' 작가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우리가 걷는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잊지 않고 '우리'라는 단어 안에는 인간과 수많은 생명이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진짜 '공존'하기 위해 말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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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 보건실 이야기
김하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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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예쁘다가 아닌 아름답다가 어울린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하나 밖에 없는 귀한 손이다. 하물며 꼼지락 꼼지락 무얼 배우는 아이들의 손은 두말해 무얼할까. 나는 오늘도 아름다운 손으로 아이들의 귀한 손을 치료한다. (p.94)

 

우리 꼬마는 종종 손가락에 알록달록한 밴드를 붙이고 온다. 워낙 오리고 붙이고 하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벤 건가 싶어 보면 거의 보이지 않는 크기의 상처일 때가 많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어린이가 밴드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아이 유치원 보건 선생님은 거의 모든 아이가 선생님과 포옹을 하고 하원 할 만큼 인기가 많으셔서 의아했다. 담임선생님이나 도서관 선생님도 아니고 보건실 선생님이 왜 저렇게 인기가 많으시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의문이 이 책을 읽으므로 풀렸다. 아이들에게 보건 선생님은 그냥 상처를 치료하는 분이 아니었다. 손이 벨 때의 놀람도, 친구가 밀친 상처도, 넘어지며 생긴 마음의 스크래치까지도 치료하는 분이었다. 치료받으며 마음을 터놓기에, 마음도 상처도 곪지 않게 돕는 분이었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 이제는 학교에 '선생님' 반 '교육공무원' 반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분이 반, 그저 월급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반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이 오만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다칠만한 것들을 찾아 행정실을 귀찮게 하는, 작가 같은 선생님들이 아직은 더 많지 않을까. 우리 아이의 친구들이 하원을 하며 선생님들을 안아주고 온다는 것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마음조차 내어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보건실은 정말 '피가 날 만큼' 다쳐야 가는 곳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아이들이 작은 상처에도 보건실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봤다. 아이들이 상처 치료에 더욱 기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인지, 마음을 터놓을 곳이 적기 때문인지. 이렇게 따뜻한 눈을 가진 선생님이 많기를 바라면서도, 아이들이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어서 보건실에 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맥락에서 말이다. 실제 글 속 '보낼 수 없는 아이'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집에 아무도 없어 일찍 학교에 와서 보건실에 누워야 했던 아이. 이런 아이가 전국에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니 코가 시큰했다. 

 

학교 창문에 들어온 햇살 같은 글에, 아이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일러스트를 더해, 마치 따뜻함 두 숟가락을 꿀꺽 떠먹은 듯한 이 책을 읽고 나니 온 마음이 따뜻해진다. 20년간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상처와 마음을 치료해오신 시간이 따뜻해서 나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그가 만난 어떤 아이는 아직도 아프겠지만 대부분 아이는 괜찮아졌을 것이다. 그 '괜찮음'에는 분명 작가가 준 약과 마음이 함께 작용했음을 글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함'이라는 필터를 끼고 바라보기에 더 따뜻했을 아이들이다. 고운 눈으로 보았기에 고왔을 아이들임을 알기에 '학부모'의 마음으로 작가에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우리 아이도 살아가며 늘 따뜻함 필터를 낀 선생님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오늘은 작가의 글을 빌려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할 수 있기를. 그리고 아이들의 작은 아픔도 제때 발견해 도와줄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p.178)” 그리고 모든 아이가 보건실이든 가정이든 어느 한 곳에서라도 마음껏 아플 수 있는 곳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껏 아파도 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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