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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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너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처음 모습 같은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진느 것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거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오해한 그들은 영화 같은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것안에 뭐가 담겼는지 결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p.33) 

 

 

그녀의 책, '지선아, 사랑해'를 그렇게 엉엉 울며 읽어놓고도, 사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이 그녀의 책인지 몰랐다. 5월 독서모임 도서를 투표할 때, 이 책으로 하자는 다른 학부모봉사자에게 이 책이 누구 책인지 듣고 나서야 제목에도 꾹꾹 눌러담겼을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나도 얼굴에 화상 상처가 있다. 직경 1센치 정도의 얼룩뿐인 작은 상처지만, 찢어짐과 동반되어 꽤 크게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눈에는 10센치처럼 보이던 그 상처는 나이를 먹어가며 주름과 합쳐져 그냥 짙은 주름처럼 보인다.) 손톱만한 화상상처도 거울을 볼때마다 신경이 씌이는데, 전신에 화상을 입고 화상으로 손가락까지 절단해야 했을 그녀가 말하는 해피앤딩이라니.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온전한 진심임을 알기에 이 책은 더욱 감명깊고 눈물겹다. 

 

비교행복으로 작은 힘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소재삼아도 좋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는 진짜 행복을 깨달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나의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나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깨달았기에 『꽤 괜찮은 해피앤딩』 속 그녀의 문장들은 큰 공감이 되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그녀가 대단한 것은 엄청난 사고에서 살아남았고 수십회의 힘겨운 수술을 버텨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기 때문이다. 그녀의 화상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타인에게 희망과 위로를 부지런히 전한다. 마음이 아픈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전한다. 그것이 항우울제든 마음챙김이든 글쓰기이든 자신이 경험해온 시간들을 소재삼아, 타인의 안녕을 빈다. 나의 아픔을 드러내며 타인의 회복을 비는 마음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가 전하는 위안이 더 감사했다. 

 

누군가의 응원과 위로로 42.195를 완주한 경험을 쉬이 잊지 않고, 자신도 그런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함께 하면 덜 힘들고 더 잘 해낼 수 있으리란 내용을 읽으며, 나는 살며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뜨거운 응원이었던 적이 있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가족, 친구들에게는 그런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러닝메이트가 되어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지선이의 오까'가 되어 비빌언덕이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 역시도 려나씨처럼 내 자체를 더 사랑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봐주어야지 다짐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은 나에게 “꽤 괜찮은 현재진행형 행복”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의 리뷰 마무리는 그녀의 문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말만큼 이 책을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다. “당신이 있어 내가 혼자가 아니듯,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자고 얘기하면 좋겠다. 지금 옆에 있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전하면 좋겠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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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읽을수록 교양이 쌓이는 문해력 필수 어휘 70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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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이 못사는 여러분도 음슴체를 유창하게 구사할 거라는 생각이 듦. 하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틀리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앎? 조금 전, 두 문장의 마지막을 “생각이 듬”, “사실을 암”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임. 그렇지만 '들다''알다'처럼 'ㄹ'받침이 들어가는 말을 음슴체로 쓸 때는 'ㅁ'이 아닌 'ㄻ'받침을 사용해야 함.'듦'과 '앎'의 생김새가 아무래도 낯설어 거부감이 느껴질거임. 하지만 '살다'를 '삶'이라고 쓰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음. (p.163) 

 

 

“빨리 낳아”, “일해라 저래라”, “저 잃어버리지 마세요” 갑자기 이런 문장을 왜 쓰냐 하겠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10대, 20대가 많이 틀리는 맞춤법의 상위권을 차지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거 말고도 이상한 맞춤법을 쓰는 이들을 많이 보았을 터다. 그렇지만 함부로 맞춤법을 지적하면 꼰대가 된다. 더불어 내가 사용하는 모든 문장을 검열하는 눈들이 엄청나게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한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선물해주면 된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종류의 맞춤법 책을 읽었는데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 가장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사용된 어휘가 당장 써먹을 것들이라 무척 실용적이었고, 어찌나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지, 이게 정말 맞춤법 책 맞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더욱이 '뻥' 좀 보태어 매일 사용하는 어휘로 구성된 '기초 편'과 완전 다르게 알고 있는 맞춤법을 다루는 '중급 편', 어휘력 만랩이 될 수 있는 '고급 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책 한 권을 통째로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 300'이란 제목의 부록도 완전 도움 된다는 느낌 팍팍!

 

자 그럼,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소개해보겠다. 먼저 제목부터 대놓고 헷갈리는 맞춤법을 '직설적으로' 적어주신다. (아마 필요한 어휘만 찾아보기 편하라고 그러신 듯) 제목부터 대놓고 적어두었기에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책을 펼치면 익살 넘치는 그림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어떤 일러스트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어떤 건 폭소를 준다. (나는 “일해라 절해라” 일러스트가 제일 웃겼다) 그다음 한 두 페이지로 이어지는 간략한 설명! 내용 자체가 간결한데도 헷갈릴까 봐 한 줄 요약까지 똭! 마무리로 OX 퀴즈까지 풀고 나면 우리도 맞춤법을 척척 아는 맞춤법 박사가 되어가는 것.

 

설명 자체도 무척이나 쉽다. 많은 사람이 자주 헷갈리는 '웬과 왠”을 두고 궁금할 때만 '왜'라고 정의를 하시다니. 이걸 어떻게 까먹어! 한 줄로 “왠지 빼고는 다 웬으로 쓰기!”라고 적어두기까지 하셨으니, 이걸 읽고 난 사람은 절대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속의 헷갈리는 어휘보다 젊은이들이 어려워하는 한자어를 잘 풀어주신 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 나는 '익일'과 '당일'을 모르는 엄청난 신입을 경험해봤던 터라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우리말을 더욱 아름답게, 유용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화장실에 두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5분 정도 명상의 시간(!)을 가질 때 휴대폰 대신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화장실조차 교양을 쌓는 장소로 만들어주는 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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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작은 냄비 신나는 새싹 2
이자벨 카리에 글.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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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책을 읽을 때, 글씨를 가려두고 그림 먼저 읽는 편입니다. 까막눈일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글씨를 배운 후부터는 아무래도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는 듯하여 포스트잇으로 가린 후 읽고 있죠. 어떤 책은 글씨를 읽으나 읽지 않으나 감상이 같고, 어떤 책은 그림만 읽을 때와 내용을 함께 읽을 때 감상이 다르게 느껴지곤 하는데, 『아나톨의 작은 냄비』는 온전히 후자인 책입니다. 일러스트를 감상할 때엔 그저 귀여운 장난꾸러기라는 느낌이었다면, 내용을 함께 읽을 때는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여 조금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어른의 마음으로 바라보기에 『아나톨의 작은 냄비』 속 냄비가 더 가슴이 아픈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도 냄비를 대신 들어주고 싶은 것을 보면 아이에게도 비슷한 감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나톨의 작은 냄비』의 일러스트를 먼저 살펴보자면, 작고 귀여운 녀석이 등장합니다. 단조롭게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 세 가지 색만 사용된 단조로운 색상이지만, 다채로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동작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뛰어납니다. 일상 속에서 늘 냄비를 끌고 다니는 꼬마를 살피다 보면 웃음이 납니다. 우리 아이는 일러스트를 감상한 후 “냄비를 처음 보고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몰라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라며 여러 상상을 펼쳤습니다. 아이가 일러스트에 위로 얹어준 새로운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답니다. 

 

그러나 『아나톨의 작은 냄비』의 진짜 매력은 텍스트를 읽을 때 드러납니다. 아나톨이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지만 떨어지지 않는 냄비, 아나톨이 가진 많은 장점을 '이상'하거나 '무서운' 아이로 보게 만드는 선입견을 주는 냄비. 아이는 무겁고 힘겨워 보인다며 냄비를 들어주고 싶다고 했고, 저는 “장애”를 의미한다는 느낌이 들어 코가 시큰해졌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서로의 감상을 주고받은 뒤 아이가 한 말은 “장애가 있는 친구를 만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냄비를 들어줄래요”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와 그림책을 읽어온 시간들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던 소중한 것들을 아이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다양한 냄비를 만나고 삽니다. 어떤 냄비에는 진짜 음식이 담기기도 하고, 작가님의 말씀처럼 훨씬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들어있기도 하죠. 그러나 우리는 겉모습만을 볼 뿐,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냄비가 더 버겁고, 힘겨울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가 그런 눈을 가지지 않도록 잘 키워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글씨를 가렸던 포스트잇을 떼어내 『아나톨의 작은 냄비』 속 냄비를 가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저 걷고, 넘어지고, 장난을 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사랑이 많고 상냥하며,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잘하는 게 많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아나톨에게서도 냄비를 지우면 그저 사랑스럽고 잘하는 것이 많은 아이가 되겠지요? 

 

아나톨에게 작은 가방을 만들어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되고, 아나톨의 냄비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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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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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기타를 잡은 이유는 연주의 즐거움보다는 겉멋에 가까웠다. 아직도 촌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내가 우연한 기회에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뽐낼 수 있다면 반번매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덕분에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진이 앞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치며 선생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겉멋으로라도 기타를 시작하길 잘했다. 

 

오빠와 나란히 앉아 손가락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하아, 이래서야 언제 노래 한 곡을 끝내지?' 싶어서 금세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도 첫날은 꿋꿋하게 연습을 한다. 첫날만 백번. (P.179)

 

 

“같이 산다는 건 서로의 서툰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인지 모른다.” 이 말 때문에 이 책이 궁금했다. 『내가 널 살아볼게』라는 제목도, 브런치의 출판콘텐츠 후보 선정 작품인 것 때문도 아닌, 저 말이 내 마음에 닿은 것은 저 문장에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타인에 대한 수용도 들어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나의 말이 서툴어도, 상대방의 말이 서툴어도 그저 들어주는 것. 이거야말로 이해와 수용의 문장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내가 널 살아볼게』라는 2인조 밴드로 활동하는 남자, '만수'와 그림을 그리는 여자, '영진'이 한가지 소재를 놓고 각자의 생각을 엮어간 에세이로, 서로 다른 입장과 마음을 엿듣는 듯한 묘한 구조의 책이다. 미역국이나 길거리 꽃, 요거트, 치킨 등 우리가 흔히 만나는 소재들을 유쾌하고 특별한 감성으로 기록하는 등 편안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 많다. 

 

더불어 『내가 널 살아볼게』라는 글과 함께 그려진 일러스트가 꽤 인상적이다. 표정과 초점이 없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배경이나 소품은 무척 생동감 있어 묘한 감상을 준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일러스트는 '꽃을 사다'의 트럭 일러스트. 무척 자세하게 그려진 식물들과 무심한 듯 바라보는 트럭 아저씨, 아무도 안 쳐다보는데도 남의 시선을 느끼는 만수의 대조적인 모습이 여러 감정을 자아내게 했다. 

 

서로의 마음을 번갈아 읽으며 피식 웃는 대목도 있었고, 코가 시큰해지는 대목도 있었다. 큰 감정의 변화를 주는 책은 아니지만 소소한 감동,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일상' 같은 책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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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히브리스 - 인류, 그 거침없고 오만한 존재의 짧은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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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유럽인들이 17세기 남아프리카를 차지하기 전에 아프리카 외부에서 이곳에 이르는 유전자의 흔적이 오랫동안 있었다. 지구상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인간의 개체군의 흔적 말이다. (p.201)

 

인간이 단 한 번 이룬 성공의 역사가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는 한 기관, 우리의 양쪽 귀 사이에 있는 뇌 덕분이라면, 인간의 뇌와 이러한 존재의 생물학적 체계는 서로 대립할 것이다. 우리의 본성에는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낫게'라는 논리로 움직이는 우리 문화에 정의가 들어설 자리는 많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한 결과이자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p.296) 

 

 

얼마 전 읽었던 한 책에서 인간의 역사를 우주의 시간으로 본다면 14초가량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14초 동안 문명을 만들고, 살고, 전쟁하고, 죽고 등을 반복하며 오늘날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소한 것에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덧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시계는 우주의 그것과 다르기에 인류의 역사는 14초'가 아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과함께'의 『호모 히브리스』에서 역시 인류의 역사를 '짧은 역사'라고 표현하지만 '거침없고 오만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류의 승전보만을 전하지는 않지만, 파괴적인 속도로 진화해왔던 인류의 모습을, 더불어 전 세계가 멈추어버렸던 순간을, 그리고 그 시간들을 딛고 앞으로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하고 있기에 이 책은 분명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호모 히브리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멈추어버린 세상을 보며, 끝없는 진화를 해온 인류나 엄청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쌓아온 현대문명이 '왜' 무력한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책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오만과 과신'으로 바뀌어버린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호모사피엔스가 빙하기나 화산폭발, 식량의 고갈이나 맹수의 공격 등을 딛고서도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류가 급진적인 발전을 해나간 과정을 그린다. 오늘날에 가까워지며 인류를 공격하는 대상이 맹수 등의 일차원적 공포에서 바이러스 등으로 바뀌며 인류는 『호모 히브리스』로 변했다는 주장을 코로나팬터믹이나 흑사병 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호모 히브리스』의 이야기를 전부 수긍하는 처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과도한 발전과 과욕으로 인해 지구도 인류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저자가 말함은 새로운 진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리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다. 

 

솔직히 전혀 쉬운 책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호모 히브리스』는 어렵다. 학명도 계속 등장하고 과학용어도 계속 나온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 책은 읽어야 할 의미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끝없이 발전과 도약을 이뤄온 인류가 -인공으로 신체 기관을 만들어내고, DNA를 복제하는 등의 발전을 이루어온 인류가- 바이러스에 발을 묶여버린 것은 분명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쉼표 삼아 다시 발전을 이어가라는 것인지, 이제 적정선을 지키며 인류애를 키워나가라는 것인지 감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류를 『호모 히브리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적어도 내가 그런 오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극단적 단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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