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순찰대 고딱지 1 : 도형과 연산 - 수학으로 우주를 구하라! 우주순찰대 고딱지 1
고호관 지음, 최진규 그림, 염지현 콘텐츠 / 리틀포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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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학에 관련한 책들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수학은 정말 재미없는 과목이었나. 일찌감치 수학에 손을 놓은 소위 '수포자'였던 나는, 수학을 잘 못 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더 못하는 '수포우스의 띠'에 빠져살았다. 그런데 시험에서 벗어나고 보니, 수학의 숨은 이야기들이 그렇게 재미있더라! 그래서 생각했지, 우리 아이는 수학이 계속 재미있는 학문이면 좋겠다고. 내가 문학 시간을 좋아했던 것처럼, 수학을 과학을 그냥 즐기면 좋겠다고. 


그런 내 마음이 소문이 났나, 리틀 포레스트에서 수학 교과서와 연계한 재미있는 수학 동화, 『우주순찰대 고딱지』 1권이 출시된 것! 도형과 연산에 대해 세상 재미있게 풀어낸, 『우주순찰대 고딱지』을 소개한다. 『우주순찰대 고딱지』는 「어린이 수학 동아」에 인기연재 프로그램으로 딱! 부러지고 지!적이고 싶은 고딱지가 우주순찰대원이 되어 우주를 구하고, 자연스럽게 수학을 배워가는 내용으로, 재미와 학습 어느 한 면도 놓치지 않은 책! 아이들은 고딱지가 되어 함께 우주를 비행하며 다양한 수학 이론을 배우고, 재미있는 수학 퀴즈를 통해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지식 습득이 가능하다. 더욱이 수학 교과 연계표가 수록되어 있어, 더욱 확장된 학습이 가능해진다. 


『우주순찰대 고딱지』이 좋은 이유 첫 번째.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다양한 모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 이론을 습득하는 것. 딱딱한 풀이가 아니라 콧구멍 크기 재기, 삼각관계의 비밀, 주사위 결승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저 동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쉽게 수학 이론을 이해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우주순찰대 고딱지』이 좋은 이유 두 번째. 교과와의 연계가 뛰어나다. 많은 학부모가 그렇겠지만,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이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 책은 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주순찰대 고딱지』는 교과서의 연계가 뛰어날 뿐 아니라, 글 밥도 적정량을 유지해 아이들이 책을 읽는 습관부터 교과서 학습까지 가능하다. 또 군데군데 퀴즈 등이 있어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완독할 수 있다. 


『우주순찰대 고딱지』가 좋은 이유 세번째. 재미의 요소가 뛰어난 점. 부모님과 반대로 아이들은, 아무리 좋은 책도 재미없으면 읽기 싫다. 그러나 『우주순찰대 고딱지』는 일단 주인공 이름부터 너무 웃기다. 분명 고딱지지만, 코딱지라고 읽게 되는 매직~ 그 외에도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들이나 실수, 웃음 가득한 일러스트가 이어져 아이들이 풍덩 빠져들어 읽게 된다. (엄마랑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재미있는 책이라니! 이게 가능한 거야?)


그 외에도 『우주순찰대 고딱지』 문장의 완성도가 높아 문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초등학생들에게 무척 유익하다. 교과서 수학지식을 바탕으로 우주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우주순찰대 고딱지』! 아이들은 재미있고, 엄마들은 뿌듯한 초등 필독서로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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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지배하고 싶다 - 한 문장이 필요한 순간,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
데일 카네기 지음, 이정란 옮김 / 월요일의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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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 땐, 나가서 바쁘게 움직여라!

두려움은 당신을 괴롭히는 불량배이기도 하고 소심한 겁쟁이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야 한다. 당신은 할 수 있다.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당신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p.27) 

 

 

돌아보면 20대의 나는 아포리즘 형태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성공했으니까 그게 명언이 되지!'하며 다소 냉소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날, 식당 벽에서 “그대가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그대는 언제까지나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문장을 읽었는데, 역설적인 이 문장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후에 찾아보니 이것은 헤르만 헤세의 문장이었고, 행복을 쫓아 현실을 보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보니, 볼을 스치는 바람도- 한 모금의 커피도 그렇게 행복하더라. 

 

요 며칠, 오랜만에 복잡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못난 나를 특히 좌절하게 하는 '양육'이란 벽 앞에서 나는 또 고민하고, 자책하고 있었던 것. 그때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을 읽게 되었다.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 나는 나를 지배하고 싶다』은 데일 카네기가 직접 쓰고 수집한 인생 아포리즘을 모은 「데일 카네기의 스크랩북」을 토대로 재해석, 재편집한 것. 사실 나는 진즉 데일 카네기의 여러 저서를 읽었고, 그것을 편집한 종류의 책도 여러 권 읽었지만 내 마음이 다른 탓인지, 이 책 역시 색다르게 다가왔다. 데일 카네기가 영감을 받은 문장이나, 데일 카네기가 자기 생각을 정리한 문장들을 보며 나도 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노력했고, 나에게 닿는 문장들을 기록했다. 

 

마지 내 상태를 아는 것처럼,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 나는 나를 지배하고 싶다』의 속지에는 “밝게, 활짝 웃어보라. 가슴을 활짝 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셔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는데, 속는 셈 치고 그 말을 따라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마음이 좀 나아졌다. 

 

사실 마음이 아주 힘들 때에는 명언도 좋은 글귀도 마음에 쉬이 닿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내 마음에 닿는 문장이 오는 날이 있다. 또 명언에서 억지로라도 힘을 얻고 싶어지는 날도 있다. 내가 우매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를 포함한 수많은 명언을 다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딱 한 문장, 나를 바꾸는 한 문장만 있으면 족하지 않나. 그것이 명언이든 나의 문장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늘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오늘 닿지 않았다고 하여 내일도 닿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헤세의 문장은 십여 년이 지나서야 내게 닿지 않았던가. 그래서 『데일 카네기의 인생 아포리즘 나는 나를 지배하고 싶다』같은 책들을 종종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아는가. 그 안에서 인생 문장이라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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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 심부름 제제의 그림책
박정희 지음, 박세연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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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 6살~8살 경 아이들의 첫 번째 심부름이 행해진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겁먹지 않고 씩씩하게, 어떤 아이들은 눈물 바람으로- 또 어떤 아이들은 사야 할 품목을 꼼꼼히,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사고 싶은 것만 잔뜩 사 오겠지만, 첫 번째 심부름은 어쨌든 신나고, 설레고, 두려우면서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활동임이 분명하다. 오늘 첫 번째 심부름을 수행할 귀여운 아이 '로미'에게도 말이다.

 

『두근두근 첫 심부름』은 박정희 작가님이 쓰고 박세연 작가님이 그리신 그림책으로 로미라는 아이의 첫 심부름을 다룬 내용인 만큼, 첫 심부름을 앞두고 있거나 혼자서 물건을 사기 시작한 아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아직 심부름할 나이가 아니더라도 좋다. 아기자기한 귀여움이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심부름이 무엇인지 배우는 꼬꼬마들에게도 좋을 터.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로미는 여섯 살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첫 번째 심부름을 떠나게 된 로미.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로미의 준비는 매우 꼼꼼하다. 임무 쪽지, 예산, 비상 연락망, 접이식 장바구니 등 마트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을 챙겨 언덕을 넘고 꽃밭을 지나 마트로 향한다. 마트에서는 소시지의 유혹, 쪽지를 잃어버리는 난관, 충동 구매의 덫, 과소비로 인한 '영수증 회초리' 등 여러 고비를 겪지만 이내 현실을 파악하고 반성을 한 덕분에 무사히 심부름을 마치게 된다. 

 

일단 아기자기한 『두근두근 첫 심부름』의 일러스트를 소개해보자면, 마트의 물건들이 모두 눈코입이 있어 재치가 넘친다. 로미의 다양한 표정, 물건들이 자신을 사라고 설득하는 표정 등이 어찌나 생생한지 글씨를 읽지 않아도 이미 재미가 가득! 그뿐인가. 우리 아이들이 마트에서 당하는 여러 유혹에 빠지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공감과 즐거움, 이해와 반성을 모두 느끼는 것! 우리 아이가 뽑은 명장면은 소시지 씨의 잘난 척! 줄줄이 비엔나의 각기 다른 얼굴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가 익살 넘쳤다면 『두근두근 첫 심부름』의 내용은 배울 점이 가득하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아이들이 배울 점, 나눌 이야기가 가득하다. 심부름을 하러 가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 마트에서 현명하게 물건을 사는 법, 충동적으로 고른 물건들이 가지고 오는 결과 등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는 바가 많을 뿐 아니라, 로미를 거울삼아 나눌 이야기가 무척 풍성한 것. 실제 이 책을 읽은 뒤 마트 전단에서 물건을 자른 뒤 “사야 하는 팀”과 “사지 말아야 하는 팀”으로 나누어 토론(?)을 펼쳐보았는데, 『두근두근 첫 심부름』의 장면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다. 

 

어른들도 마트에 가면 필요 없는 것들을 담게 되기 마련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러나 아이의 충동 구매를 귀엽다고 넘기는 것보다는 올바른 경제 관념을 위해 계획된 소비를 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두근두근 첫 심부름』은 재미있게 읽기만 해도 아이들에게 심부름이 무엇인지, 어떡해야 올바른 심부름을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유딩에서 초딩까지, 심부름에 도전할 우리의 용감이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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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기무라 코노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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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다른 사람과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방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맞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무조건 극복해야 하는 일이라면 자신감을 살려서 마주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야 합니다. (p.114)

 

그 사람의 감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당신의 감정은 당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나의 감정'은 '나만의 것'입니다. (p.143)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유리멘탈'이라서 오래 아프고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유리멘탈들이 '강철멘탈'에 비해서 더 잘 무너지기는 하지만, '자주 무너짐'과 '오래 힘든 것'은 다르다. 무너짐이 정신력, 즉 '멘탈'에 관련된 것이라면 '힘든 정도와 기간'은 '회복력'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 즉, 내가 유리멘탈이라고 할지언정, 회복력이 좋다면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회복력은 자기계발서 및 육아서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단골 주제이기에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나와 아이 모두 회복 탄력성을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읽은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이 책은, 유리멘탈을 억지로 강철멘탈로 바꾸려 할 것이 아니라 유리멘탈로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법을 이야기한다. 사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바꾸기 어려운 근본의 것들을 바꾸라고 하는데, 이 책은 본질적인 것은 그냥 두고 방패를 키울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하는 점이 좋았다. 멘탈이 약하면 그에 맞는 사고법을 강화하여 '나답게' 살라는 작가의 말은, 유리멘탈로 힘든 이들에게 잔잔한 응원이 되리라 생각했다. 혹시 스스로 전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상태가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을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는 앞부분에는 멘탈을 보강하는 '갑옷'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다. 내 기분이 언제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 감정 무엇이라 부르면 좋은지 등의 과정을 통해 '내 감정'을 들여다볼 뿐 아니라, 타인이 내 멘탈을 흔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기술들을 나열한다. 무엇보다 좋다고 여긴 점은, 스스로 '멘탈이 약하다'가 아닌 '나의 멘탈은 섬세하다'로 전환하게 하는 점이었다. 스스로도 약하다고 여기는 멘탈이 유지되기는 더 어렵지 않나.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 찾기, 나의 감정 정리하기, 나 칭찬하기, 해결할 수 없는 불안 떨치기 등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멘탈이 나약한 것이 아닌 섬세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점이 무척 좋았다. 그 과정을 통해 나도 나를 '섬세한 영혼'으로 생각하여 깊이 보듬어주자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의 후반부에는 회복력을 키우는 법이나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 역시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으로 마음에 새길 것이 많았다. 특히 자존심이 자존감과 같지 않음을 정확히 설명하는 파트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큰 깨달음이 되었다. 최근 아이와의 일, 일상의 권태감 등으로 다소 약해졌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초록색으로 적힌 글씨들만 다시 읽어보았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로 느껴져 무척 좋았다. 혹시 많은 양의 글을 읽는 것이 어렵다면, 부디 이 초록 글씨로라도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와닿는 문장이 있는 챕터 만이라도 읽어가다 보면 유리멘탈로도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최근에 당신은 언제 무엇을 하며 즐거움을 느꼈나요? 기분이 좋아서 또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요?” (p.184)

이 물음에 매번 무엇인가를 대답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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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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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언니를 죽였나요?

매미 소리가 뒤늦게 내 고막을 두드리고, 나는 포기에 가까운 허무함을 안은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당신이. 언니를. 죽였나요? (p.24) 

 

 

책을 읽을 때 사전정보를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 진짜 유명하다든지, 좋아하는 작가님이라서 기다렸다 만나는 책이 아니고서는 작가가 누군지, 앞의 책이 무엇인지, 이 책은 어떤 내용인지 검색하지 않는다. 오롯이 책 자체로만 책을 즐기고 싶은 욕심에서다. 이 책 역시 일본소설, 친구가 죽는 소설 정도만 알고 시작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은 시골의 몇몇 아이들이 만든 아지트, 피터 팬의 '네버랜드'에서 벌어진 아마네의 추락사를 배경으로 한다. 친구의 죽음으로 영향을 받은 아이들의 삶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가장 크게 상처받은 기리는 우연히 만나게 된 아마네의 동생 유키네를 통해 타임리프를 시도하며 친구들의 미래를 바꾸려 노력하게 된다. 

 

솔직히 사건이 열한 살에 발생했다는 점이 몰입을 방해했다. 친구들과의 어른도 없이 아지트에서 죽기는 어린 나이기도 하고, 그 나이에 죽은 친구 때문에 8년을 내내 그늘 속에 지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기 때문. 그 나이의 아이들은 꽤 많은 것을 경험하지만 또 새로운 경험으로 잊고 살지 않나. (사실 이 점은 여전히 유키네를 위해 할 수 없이 나이를 낮추었다 생각하는데, 유키네가 열한 살이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나이를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에서 몰입되지 않는 포인트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아이들의 나이였고, 다른 하나는 기리의 태도였다. 물론 후반부에 극적으로 변화하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삶 전체를 말아먹을 정도로 힘겨워했으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너무 소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나 생각했던 것. 

 

사실 나는 처음부터 '그 아이'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범죄소설을 보다 보면 범인들이 보이는 양상들이 있는데,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그 아이'는 그 양상들을 모조리 가지고 있던 것! 기리는 몇 번의 타임리프 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고, 다소 이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그 해결 방법이 과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 책을 덮을 뻔했다. 삶에 대한 주체성이 없는 주인공이 대체 타인에게서 뭘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버리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은 절대 청소년들이 읽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길 바라기 때문에) 그래도 몇 장 남지 않았으니 마저 읽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니, 기리도 드디어 스스로를 위해 생각하고 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과거에 남겨진 웬디이자 팅커벨이기도 한 외톨이인 너의 곁으로. 가까운 듯 하면서도 먼. 닿을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오른쪽에서 두번째로 빛나는 그 별에 있는 너를 지금부터 내가 데리러 갈게(p.348)”라며 다시 창문을 넘는 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결과 모두가 행복한 여름을 다시 맞이하게 되기도 했고. 

 

내가 일본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보니, 대사가 오글(?)거리기도 했고, '추억의 물건으로 후회의 순간으로 가는 타임리프'라는 소재가 낯설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은 다양한 독자층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의 유기성도 좋았고, 행동에 따른 변화를 깨닫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깨달음도 있었다. 

 

특히 역설적이면서도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마지막 문장이 너무 좋았다. “그때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한 나만이 지금도 여전히 '오른쪽에서 두 번째'로 빛나는 그 여름 일을 기억하고 있다.(p.383)”

'어른들을 갈 수 없는 나라'지만,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만 기억하는 일. 

어쩌면 우리도 하나쯤 품고 있을지 모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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