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당근의 비밀 꿈터 그림책 5
다린 지음 / 꿈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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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을 참 좋아하는 어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서,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좋아한다. 물론 그 좋아함에는 언제 인가는 나도, 라는 욕심도 다소 숨어있는 하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략한 문장에 숨은, 글씨 너머의 세상이 좋아서랄까. 얼마 되지 않는 글씨, 혹은 아예 없는 글씨 속에서 훨씬 많은 세상을 상상하는 재미가 너무나 크다.

 

아마 오늘 소개할 이 그림책 역시 그 숨은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커다란 당근의 비밀”. 아마 몇몇은 커다란 순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협동을 가르치는 인기 많은 그림책이니 당연한 수순일지도. 하지만 이 그림책은 커다란 순무를 넘어서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위트!

 





이 책의 주인공은 두더지. 매우 똑똑하고 계획적인 두더지다. 당근씨가 뿌려지는 순간부터 수확의 순간까지 매우 성실하게 공부하고, 부지런히 일을 한다. 바로 자신이 먹을 당근을 제대로 수확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얼마나 위트 있는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림책의 마지막장에 던져진 신문의 내용은 읽는 내내 웃음이 났다. 실제 그런 뉴스를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따뜻한 뉴스라고 좋아요를 마구 눌러 댈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의 두번째 포인트는 그림. 일단 선명한 채색이라 보는 내내 눈을 끌고, 캐릭터 각각의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어,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이 책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상상이 된다. 이 책이 작가님이 처음으로 그리고 쓴 책이란 문장을 읽고 나서야 캐릭터마다 가득한 애정이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어른도 아이도 읽는 내내 웃음을 놓지 않는 유쾌한 책, 커다란 당근의 비밀.

 

이 작가님의 다음 그림책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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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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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치유가 이 영화처럼 단 2,3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수치심을 꺼내 놓아도 괜찮을 만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연결감이 생기는 데는 대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긴 시간을 빨리 건너뛸 지름신은 아직 없다. (P.84)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입니다.”라는 문장이 선명한 책을 받아 들고, 과연 나는 내 안의 바람들을 마주 볼 용기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나는 꽤 오래 한가지 고민을 가지고 살면서도 그 아픔을 꺼내 본 적이 없다. 그저 묻어두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도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나도 내 아픔을 꺼내봐야지 하고.

이 책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의 두 번째 이야기로, 증상부터 치유까지 일상으로 파고든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 등을 담담히 풀어낸다. 이게 잘난 척하거나 전문가의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아는 오빠가 옆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말처럼 들려서 더욱 쉬이 읽힌다. 만약 이 말투가 딱딱했거나 전문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재미없는 책이었을 테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편안한 문장으로 이어진 의견과 인용된 수많은 문장들과 어우러져서 이 책의 진짜 맛을 느끼게 한다. 내가 본 영화는 더욱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내가 보지 못한 영화는 그 영화 자체가 궁금해질만큼 여러가지 마음이 복합적으로 든다. 여러 생각이 복합적으로 생겨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는 크고 작은 바람이 불었다.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는 절대로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P. 239)

속으로 참는 아이만큼 안쓰러운 게 또 있을까. 화가 나는데 화를 표현하지 않는 아이는 너무 안쓰럽다. 울고 싶은 눈으로 울음을 삼키는 아이는 너무 가슴 아프다. 그런데 사실 어른도 그렇다. 화가 나는 데 화를 못 낼 때 더 아프고, 슬픈 데 울지 못할 때 더 슬프다. 내가 나이를 먹어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힘들어 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아픔을 가지고 살고, 더 깊은 트라우마를 갖곤 한다. 그래서 더욱 떨쳐 내기 어렵고 더 깊게 아파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의 아픔도 이렇게 좀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아픈 것을 아프다고 묻어두기 보다, 이래서 아프다, 이런 점이 아프다고 꺼내 놓고 나면 덜 아프지 않을까, 수없이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가진 트라우마를 적어봤다. 내가 어떤 것에 아프고,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늘 가지고 있던 것이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적어보니 참으로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크고 아프게 느꼈던 일인데, 막상 그것을 글로 적다 보니 생각보다 작은 일이었고, 별 것 아니라고 넘겨볼 수 있는 일이었고, 이겨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이 생각뿐일지도 모르지만, 내 아픔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이들이, 이 책의 사례에서 자신의 아픔을 조금 더 바라보고, 그로 인해 조금 덜 아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에게도 꽤 담담한 치유의 말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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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왜? - 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사와다 가쓰미 지음, 정태섭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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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깊숙히 들어있는 공통의 감정 중, 반일 혹은 혐일 감정은 아마 그리 낯선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배당한 기억이 있고, 문화재 미반환이나 위안부 문제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러한 감정이 별스러이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인가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런데 왜 일본은 한국을 싫어해? 지들이 괴롭혀놓고?” 라는 질문을 던진 친구가 있었는데,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러게 말이야, 등의 반응이었다. 나 역시 그 비슷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 파견된 일본인의 책. 이 책을 처음 겪은 나의 마음도 그 비슷한 감정이었다. 아니, 일본인이 왜 반일과 혐한을 이야기해? 왜 한일관계를 이야기하고 앉았어? 그런 반감에서 기반된 “욕도 읽어보고 하자”는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나는 이 책을 펼치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자기가 아는 한국의 이미지에 근거해 혐한적인 마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 한국 주재원을 지냈거나 한국을 상대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한국을 안다고 믿는 사람조차 있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한국에 관한 지식을 업데이트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p.6)

 

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라고 뭐가 다른가. 우리 역시 과거의 일본, 고릿적 일본을 마음에 담아두고 무작정 미워하지 않았는가. 일본불매운동 역시 그러한 감정이 기반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되었겠는가. (물론 우리는 유니@@이 없이도 겨울을 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하며 일본을 빼놓을 수 없기에 우리는 일본도 함께 배웠다. 그러나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운 일본이 과연 진짜 일본일까? 저술하는 이에 의해 크게 달라지 변동적 사실인 “역사”의 특성에 맞게 잘 다듬어진 감정역사를 배우지는 않았을까?

 

사실 이 책의 중간 중간 거슬리는 표현들도 종종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굳이 그 부분들을 거론하지 않는 것은, 일반인 보다 약간 강한 나의 정치색이나 나의 경향일 뿐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실 일본과 한국의 현대사에 대해 매우 담백히 풀어가기도 했고, 여야로 치우치지 않은 정치이야기같아서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다. 최근 문대통령의 정세 등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이 다소 있었고, 그 부분들에 대한 반증 역시 매우 정교해서 읽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다. 분량이 대단히 많은 책도 아니고, 섹션이 매우 잘 나눠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점심시간 등 간략하게 읽기 좋아서 그리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는데 꽤 괜찮은 교양수업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고 할까.

 

특히나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의 중장년층이 습관적으로 한국을 내려다보고 현재의 한국이 태도가 “건방지다.”라고 느끼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그들의 태도는 습관적이고 베여있는 행동이라는 시각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중장년층을 향한 무시무시한 단어가 있지 않는가. 꼰대. 그래, 일본이라고 해서 왜 그런 시각이 없겠는가. 일본에도 분명 꼰대들은 가득할테고, “승리의 역사”에 젖어 여전히 한국을 약소국이라 판단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그런데 그것이 일본 전체의 감정이라고, 일본 모두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억울한 감정이 드는 일본인들도 물론 있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이 모두의 사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게 엄청난 파급효과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사실 난 한일감정에 있어서 다소 꼰대니까.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 마음에도 “그럴 수도 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마음 한 켠을 내주는 것이 작은 시작일지는 모르나, 먼 훗날에는 큰 변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의, 또 일본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미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미움을 키우기만 하고 유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우리도 일본도 나아가야 하고,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우리 세대에서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내가 이렇게 타자가 빨랐구나-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 같다. 꽤 오래 침체되어 있던 나의 글쓰기가 오랜만에 신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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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톰 홀랜드 저자, 이종인 역자 / 책과함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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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조차 죽은 후에 사후의 심문을 피할 수 없다면, 죄인들은 더 말해 볼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대변했다. 순교자와 성인은 물론이고 모든 인간이 사후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p.238)

 

 

 

사실 연말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연초가 되서야 읽기가 끝이 났다. 일단 책 두께도 어마어마했을 뿐 아니라, 내용 그 자체도 매우 깊어서 진도가 쉬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이보다 빠른 편이라 여겨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내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했다. 아.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감히 말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하느님”을 기반으로 하는 어떠한 사상의 영화나 글을 읽어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보기를, 그래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기를. 쉽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쉬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니, 어렵다. 솔직히 리뷰를 쓰는 지금도 리뷰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번은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800페이지 가량에 감히 서양의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읽기가 보다 깊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유의미하다.

 

 

사실 이 묵직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톰홀랜드의 엄청난 문장력과 흡입력도 한몫 했다. 사실 수많은 그의 저서 중 “페르시아 전쟁”만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글솜씨에 대한 질투(?)와 경외가 동시에 들었다. 아마 나는 머지않아 그의 다른 책들을 뒤적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큰 다짐이 필요하겠지만.

 

 

사실 한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표지에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라고 적혀 있어서, 다소 기독교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인가 싶은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가톨릭이라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크리스찬들에게 적합한 도서인가 생각해보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번도 종교색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서양의 깊은 세계관, 세계사를 읽고 느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났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부터 비틀즈까지를 아우르며 기독교정신과 반기독교정신 모두를 이야기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으나, 이 책을 이해한다면 서양역사의 한 측면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사상들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 등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음은 덤일테고.)

 

 

 

자연현상들은 모두 그 법률의 존재를 증명해주었다. 따라서 이런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p.334)

 

 

우리는 신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 흔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신을 더욱 신격화하게 만들고, 신을 신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으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연결하고 키운다. 그러한 과정이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거리감을 가지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실 나는 가톨릭신자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불편하게 느껴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내게 그런 불편함도 지워주고, 오히려 이론적인 부분에 있어서 내가 가진 오해나 넘침을 다소 해결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덮은 후, 세계사책을 집어 들었다. 다양한 느낌과 감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생각들이 얼마나 잘 정리될지, 이게 어떤 방향으로 내게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생각에 어느 한 줄기라도 더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이 책을 한번 더 읽을 생각이다. 아무래도 여러 번 재독하며 진지하게 배워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내 종교를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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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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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인정하고 벗겨지는 데에 필요한 용기입니다. 세상에서의 용기는 바깥 대상이나 세상과 싸워서 이기는 용기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용기입니다. 그러나 수행에서의 용기는 나를 놓아버리는 용기입니다. 저는 이것을 진정한 용기라 보고 있습니다. 이 진정한 용기로 수행해 나를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나를 지켜내기를 포기한다면, 결코 바깥 대상과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정의가 이미 완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행복이 내 눈앞에 곧장 펼쳐져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이 정의와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p.35)

 

사실 나는 책리뷰를 부지런히 하는 편이지만, 책의 구절을 길게 인용하지 않는 편이다. 어떠한 책에서 자신에게 닿는 문장이 다 다르리라는 생각이기도 하고, 워낙 사설이 긴 편이라 인용까지 길면 너무나도 긴 리뷰를 쓰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절은 꼭 옮기고 싶었다. 우리는 남을 이기는 용기만이 용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정한 용기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니. 나를 놓아버리는 것이라니. 수많은 생각이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나는 정말 나를 놓을 수 있는지, 나는 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우 좋아하는 한 사람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의 그대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는 서로 본인이 더 그렇다며 좀 배우라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날 잠자리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좋아해주는 게 몹시 감사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그 날의 따뜻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1권에서 내가 가장 오래 바라본 페이지가 오늘 밤엔 또 오늘의 꿈을 꿀 것이고 내일 아침엔 또 내일의 햇살을 맞이할 것이라는 구절이 들어있던 페이지였다면, 2권에서는 세렝게티에서의 일몰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숲 위에 붉은 하늘이었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스님의 여러 문장들을 떠올리고, 다시 찾아보고,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꽤 오래 그 페이지에 머물렀다 혹여나 훗날 언제인가 내가 세렝게티의 일몰을 보게 되면, 언제 이 풍경을 봤었는데하며 착각이라도 할 만큼 오래도록 그 페이지를 바라보고, 곱씹었다. (안타깝게도 그 사진과 맞닿은 스님의 이야기는 긴축재정과 도난이라는 슬픈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던 구절이 있는데, 스님의 책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 11:28) 하는 문장을 만났을 때였다. 내가 1권을 읽는 내내 느꼈던 종교를 넘어선 감상과 깨달음을 스님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큰 공감과 인간으로의 따뜻함도 느껴졌다. 우리는 하느님, 부처님, 하나님 등의 이름으로 그 분들을 부르지만 어쩌면 단 하나의 신일지도, 그래서 그 모든 세상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언어로 세상에 계실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또 한번 강하게 들었다.

 

집착으로 이루어진 셀프 감옥 말입니다. 그렇게 나 스스로 만든 감옥에 나 스스로 갇혀서, 나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p.279)

 

다만 나로 살 뿐의 두번째 이야기는 1권보다 명확한 주제로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나를 만나는 법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고 할까? 내가 내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지 않고, 내가 나를 인정하게 하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느낀 점이었다. 내일이면 내가 이 감상을 잊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떠오른 생각도 다소 잊어버릴지도 모르고.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외부의 어떤 것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고도 명확하다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 그것을 단 한번이라도 느꼈다는 것.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덜 어렵다. 그래서 아마도 다음에도 나는 내 스스로에게 대한 자각을 또 할 수 있으리라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내 삶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그의 말처럼- 나는 내 스스로에게 증명이 되기 위해 나를 더욱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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