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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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인정하고 벗겨지는 데에 필요한 용기입니다. 세상에서의 용기는 바깥 대상이나 세상과 싸워서 이기는 용기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용기입니다. 그러나 수행에서의 용기는 나를 놓아버리는 용기입니다. 저는 이것을 진정한 용기라 보고 있습니다. 이 진정한 용기로 수행해 나를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나를 지켜내기를 포기한다면, 결코 바깥 대상과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정의가 이미 완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행복이 내 눈앞에 곧장 펼쳐져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이 정의와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p.35)

 

사실 나는 책리뷰를 부지런히 하는 편이지만, 책의 구절을 길게 인용하지 않는 편이다. 어떠한 책에서 자신에게 닿는 문장이 다 다르리라는 생각이기도 하고, 워낙 사설이 긴 편이라 인용까지 길면 너무나도 긴 리뷰를 쓰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절은 꼭 옮기고 싶었다. 우리는 남을 이기는 용기만이 용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정한 용기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니. 나를 놓아버리는 것이라니. 수많은 생각이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나는 정말 나를 놓을 수 있는지, 나는 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우 좋아하는 한 사람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의 그대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는 서로 본인이 더 그렇다며 좀 배우라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날 잠자리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좋아해주는 게 몹시 감사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그 날의 따뜻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1권에서 내가 가장 오래 바라본 페이지가 오늘 밤엔 또 오늘의 꿈을 꿀 것이고 내일 아침엔 또 내일의 햇살을 맞이할 것이라는 구절이 들어있던 페이지였다면, 2권에서는 세렝게티에서의 일몰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숲 위에 붉은 하늘이었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스님의 여러 문장들을 떠올리고, 다시 찾아보고,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꽤 오래 그 페이지에 머물렀다 혹여나 훗날 언제인가 내가 세렝게티의 일몰을 보게 되면, 언제 이 풍경을 봤었는데하며 착각이라도 할 만큼 오래도록 그 페이지를 바라보고, 곱씹었다. (안타깝게도 그 사진과 맞닿은 스님의 이야기는 긴축재정과 도난이라는 슬픈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던 구절이 있는데, 스님의 책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 11:28) 하는 문장을 만났을 때였다. 내가 1권을 읽는 내내 느꼈던 종교를 넘어선 감상과 깨달음을 스님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큰 공감과 인간으로의 따뜻함도 느껴졌다. 우리는 하느님, 부처님, 하나님 등의 이름으로 그 분들을 부르지만 어쩌면 단 하나의 신일지도, 그래서 그 모든 세상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언어로 세상에 계실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또 한번 강하게 들었다.

 

집착으로 이루어진 셀프 감옥 말입니다. 그렇게 나 스스로 만든 감옥에 나 스스로 갇혀서, 나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p.279)

 

다만 나로 살 뿐의 두번째 이야기는 1권보다 명확한 주제로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나를 만나는 법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고 할까? 내가 내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지 않고, 내가 나를 인정하게 하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느낀 점이었다. 내일이면 내가 이 감상을 잊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떠오른 생각도 다소 잊어버릴지도 모르고.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외부의 어떤 것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고도 명확하다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 그것을 단 한번이라도 느꼈다는 것.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덜 어렵다. 그래서 아마도 다음에도 나는 내 스스로에게 대한 자각을 또 할 수 있으리라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내 삶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그의 말처럼- 나는 내 스스로에게 증명이 되기 위해 나를 더욱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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