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모양 잡학사전 - 익숙한 모양에 숨은 디자인 이야기
지적생활추적광 지음, 오정화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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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파이프가 왜 S인지 아는 사람?

국기의 가로세로 비율은?

요리사가 긴 모양의 모자를 쓰는 이유는?

어려운가? 그럼 조금 더 쉬운 걸 묻지. 도넛이 왜 O 모양일까?

 

이것도 어렵다고? 맞다. 나도 불과 이틀 전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알아두면 쓸모있는 모양 잡학사전”을 읽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잡학을 알아서 어디에 쓰냐고?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모양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뭔가 이유가 있으니 만들었겠지, 하고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평소에는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들에 눈을 돌려보면 의외의 역사나 개발의 비화, 혹은 그 모양에 담긴 사명 등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라던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된다. 정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많은 모양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먼저 한가지 짚고 가자면,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문화에 대해 몇 가지 거론된다. 그러나 그게 거슬린다면 가볍게 넘겨 다른 이야기를 읽어도 되고, 이웃 나라 일본은 이렇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읽어도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선별이 가능한 책이다. 굳이 1페이지부터 읽지 않아도 군데군데 펼치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닫아도 된다. 그렇게 다음에 또 한번, 또 한 번 읽다 보면 다양한 잡학지식을 얻게 되는 거다. 정말 부담 없이 막간을 이용해 읽는 책. 이 책이 딱 그렇게 부담 없고 쉬운 책이다.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냐, 그렇지는 않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거의 흥미로웠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양들에 대한 비화나, 여러 모양에 담긴 이야기들을 직접 읽다 보니 금방 한 권을 다 읽었다. 아직 텍스트가 많은 책은 부담스러워하는 우리 집 미취학 아동도 몇 페이지나 읽을 만큼 쉽고 간결하고, 그에 비해 주는 정보는 크다.

 

책을 평소에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사실 추천해주지 않아도 잘 골라 읽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잘 읽는다. 그러나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고 시작해도 끝까지 읽기 어렵다. 그런 분들이 책을 문의할 때 내가 자주 추천해드리는 것이 가벼운 에세이나, 이렇게 한 페이지 정도로 끝나는 이야기들이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줄을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은 분명 다를 거다. 

 

무겁게 읽어야만 책도 아니고, 가벼이 읽은 것이 지식도 가볍지는 않은 법이다. 

이제 나는 요구르트를 먹을 때마다 왜 허리가 잘록한지, 연필을 쓸 때마다 왜 육각형인지,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왜 선을 그어두었는지를 떠올리게 되겠지.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이제 당신이 이 책을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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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요술 가방 빨간콩 그림책 15
홍지니 지음 / 빨간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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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정말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가지고 올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은 “엄마의 요술 가방”. 우리 꼬마는 이 책을 보자마자 “우리 엄마 가방은 보물단지인데. 내 것 다 들어있는데~” 하며 신났다. 아마 많은 집에서 이 책을 만나면 아이들은 우리엄마가방을 떠올 릴 것이고, 엄마들은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이 떠올라 웃음이 날 테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 중 절반은 나처럼 구*, 고야* 등 쇼퍼백에 기저귀, 물티슈 등등 다 넣어봤을걸? 

 

일단 이 책은 일러스트가 무척 다채롭다. 색만 봐도 봄이 저절로 떠오르는 화사함이 가득 들어있다. 우리 꼬마는 엄마 얼굴과 아이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림이라고 말하더라. 실제 이 그림책 안에는 미소를 가득 머금은 엄마와 아이가 나오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조차 그런 미소가 지어질 만큼 화사하다. 아이가 이 그림을 봤다고 말하며 한 그림책을 찾아왔는데 “누구네 아기야”였다. 

(누구네 아기야 리뷰 https://blog.naver.com/renai_jin/222009132285) 맞다. 작가님의 전작 역시 너무 사랑스러운 아기 궁둥이를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는데, 몇 년 전에 읽은 그림책을 아이가 기억하고 책을 찾아올 만큼 인상적인 일러스트다. 심지어 전작보다 선명하고 표정이 익살스러워 더 재미가 있다. 

 

내용 또한 엄마와 아이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잔뜩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자세하다. 아이 간식, 아이 장난감, 물티슈 등등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엄마의 가방은 아이 입장에서는 요술 가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배어 나온다. 내용을 스포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의 걱정이 정말 모든 엄마가 자신의 가방을 보며 한 번쯤 해보았을 걱정이라 더 웃겼다. (작가님도 분명 아이를 키우고 그런 가방을 겪어보신 분일 거란 생각이 강력히 들었다. 요즘 엄마를 걱정하여 대신 물을 떠다 주고 그릇을 치워주는 등 귀여운 노동을 하는 우리 집 녀석처럼 엄마를 걱정하는 아기의 마음에 괜히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고. 

 

때때로 그림책을 읽으며 엄마가 더 많이 위안받을 때가 있다. 아마 이 책도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그런 요술 가방이 될 것 같다. 읽는 내내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따뜻했고, 읽은 후 “나 때문에 엄마 많이 무거웠지” 묻는 딸이 있어 행복했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오늘 엄마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나 탐색한다.

2. 어디에 필요한 물건인지 대화를 나누어본다.

3. 각 물건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서로를 위해 엄마와 아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본다. (우리 꼬마는 물티슈를 안 들고 다니기 위해 똥은 집에서만 싼다고 한다.) 

 

 

( 덧! 현재 3세 이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다가 클러치가 들고 싶어서, 미니백이 메고 싶어서 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 마라. 5세쯤 되면 토트백도, 미니백도 가능해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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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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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해야 하는 일'에 쫓깁니다. 원래는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예정에 넣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쌓여가면 그 일은 때로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p.180)

 

오늘이 가득히 행복하다면, 단 하나의 고민이나 걱정이 없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처럼 마흔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휘청이고,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만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3,500번의 죽음을 만난 호스피스 의사. 물론 그에게도 여전히 타인의 죽음일 테다. 그러나 그 죽음들을 바라보며 아마 그들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게 무엇인지를 3,500번 본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그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내내 좀 울었다. 아니 정확히는 읽기도 전에 1년 뒤 오늘 날짜를 적으라고 할 때부터 눈물이 좀 났다. 나는 아직 못 이룬 것이 많은데. 아직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도 있는데. 그러나 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그래도 내가 꽤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는 여전한 걸 보면 내 수양이 여전히 부족하구나.)

 

이 책은 내 삶이 1년 뒤에 끝난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이룩한 성취, 행복의 기준을 묻고 절망, 슬픔을 어루만지게 한다. 사실 이런 식의 책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뜬구름 잡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꽤 직설적인 편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소중한 사람을 만날 것 같냐는 질문은 칼에 베인 듯 가슴이 시큰했다. 언제인가 한 작가님이 앞으로 많아야 열 번 남짓 엄마의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을 듯하다고 쓴 글이 선명히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내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느라, 가장 중요한 이들을 뒷전에 둔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건강할 때나 일이 잘 풀릴 때 우리는 아무래도 일인칭 행복, 눈에 보이는 행복, 알기 쉬운 행복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일에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 남들에게 칭송을 받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사는 것 등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쫓게 되지요. (p.125)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좋을 때 더 나를 돌보지 못하고 욕심만을 쫓으며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랄까. 그러나 후회는 짧아야 한다. “몇 가지 선택지 안에서 항상 무언가를 선택할 때 결정해야 하고, 아무리 고민을 거듭하여 더 좋은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때 다른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은 남는 법. (p.100)”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래도 나는 그 당시에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했었다. 그 과정들까지 후회하지는 말자고 내 마음을 도닥였다. 그러다 문득, 비로소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다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도 났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사실 아직 미래를 기대할 자유는 남아있습니다. (p.152)

 

지금까지 인생에서 즐거웠던 일, 자신이 가장 반짝반짝하던 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것과 지난 과거에서 중요하게 여긴 일들이 마음속에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도, 끝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p.201)

 

서두에도 거론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춘기다. 진짜 눈 깜빡하면 마흔이 될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흔들리고, 여전히 꿈을 이루고 싶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그런 내 모습을 괴로워했더니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부모님이 그런다. 쉰이 되어도, 예순이 되어도 그렇다고. 그러니 이루지 못한 것보다는 이룬 것을 보고 살고,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늘 고개를 끄덕이지만 뒤돌아서서 나는 또 흔들린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은 명확해졌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곁가지를 쳐냈다. 굳이 하고 살지 않아도 될 고민을 몇 개 잘라내고 나니 (자르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머리숱을 친 마냥 속이 시원하다. 

 

우리의 삶이 사실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장 내일이 마지막 날이 되는 경우도 세상에는 너무나 허다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것들이 참 부질없이 느껴진다. 맞다. 극단적 가정이다. 그러나 분명 그 가정은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게 한다. 

극단적 상상 속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생각. 사실 그것만 바라보고 걸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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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까, 짧을까? 길벗스쿨 그림책 21
이자벨라 지엔바 지음, 우르슐라 팔루신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길벗스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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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워~ 심심해~ 이제 뭐하고 놀지?

아마 많은 집 아이들이 한번쯤은 한 말일 것이다. 우리집 꼬마도 방금까지 재미있게 놀다가 5분정도만 공백이 생겨도 말한다. “이제 뭐하고 놀지?” 나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제공한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그렇게 말할때면 생각해본다. 대체 아이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하고. 

 

그러다 이 책을 만났는데 정망 읽는 내내 아이랑 “극공”했다. 사실 시간의 길고 짧은 느낌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일러스트도, 내용도 너무 이해가 쉽게 표시되어 있어서 아이가 금방 알아듣고 재미있어 했다. 책을 읽은 후 나는 밥을 준비하고, 아이는 혼자 식탁에서 독후그림을 그리면서 “밥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 그러나 그림을 그리면 짧지”라며 대번에 응용까지 해내더라.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도 긴 시간이 지루한 어린이들과 하루가 너무 짧은 어른들에게” 라는 말이 적혀있어 읽기도 전에 몇몇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이지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었다. 나의 1분, 5분, 10분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할까.

 

요즘 아이가 시계를 배우고 난 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몇 시가 되려면 몇 분 남았다.”, “그런데 몇 분이 얼만큼이야?” 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굉장히 막연한 물음이라 난감할 때가 꽤 많았다. “유치원에서 우리집까지 걸어오는 만큼”, “돌체가 엄마 커피를 만들어주는 만큼” 등 아이가 알 수 있는 시간으로 빗대어 말해주곤 했는데 아이는 종종 헷갈려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잘못 알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는 날 유치원에서 집에 오는 시간과, 날씨가 좋은 날 그 시간은 다른 시간이지 않은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순간순간의 흐름에 대해, 또 우리의 시간에 대해, 시간의 개념에 대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도 아이가 묻는다. 엄마가 책 일기를 다 쓰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날 때마다 행복해진다. 나이를 먹을 수록 더 짧아질, 아이와의 시간을 알차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게 해준, 깊고 짙은 책이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아무것도 하지않고 1분을 가만히 기다려봤어요. (정말 길었데요)

2. 소리동화를 딱 1분만 들어봤어요. (시계를 쳐다봤는데, 시계가 빨리 움직였데요)

3. 시계장난감으로 1분이 몇개 모이면 5분인지, 

또 10분인지, 30분이 되는지 계산해봤어요. 

4. 우리의 길고 짧은 시간을 이야기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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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정원 그림책
에밀리 랜드 지음, 김혜진 옮김 / 봄의정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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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더프 아저씨는 여전히 이런저런 물건 모으기를 좋아해요. 그것들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지요.

 

누구에게나 성역은 있다. 남이 뭐라든 내게 보물 같은 물건들. 나는 몽당연필이 그렇다. 중학생 시절 즈음부터 지금까지 모아왔는데, 종종 뚜껑을 열면 연필심 냄새와 함께 연필로 사각사각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쓰던 시절이 생각나서 막연히 행복해지곤 한다. 그런 나를 닮은 것일까. 잡동사니 마왕은 잡동사니 대마왕의 엄마가 되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부터 부작용(?)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원래도 작은 상자, 리본, 예쁜 홍보물 등을 좋아하는 녀석이 이 책까지 읽고 나면 더 많은 것을 쥐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잘 활용할 수 있어야 소중한 물건, 활용하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면 쓰레기”라는 인식을 배우게 되었다. (맥더프 아저씨 고맙습니다.)

 

맥더프 아저씨. 이분도 나처럼 자신만의 몽당연필을 모으시는 분이다. 물론 그 영역이 방대하여 온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어진 선행들로 인해 버려지는 물건이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되고, 사람들은 모두 하찮게 여기던 물건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환경이나 바이러스 문제 등이 가득한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내용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친근한 어투와 그림체로 편안하게 풀어냈다. 실제 환경오염을 생생히 보여주는 책도 물론 좋지만, 막연히 지구가 아프다고 끝나기보다는 한 칸 더 나아가 덜 버리는 방법, 덜 낭비하는 방법, 다시 쓰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 물론 우리 아이들이 맥더프 아저씨처럼 뚝딱뚝딱 고칠 수는 없겠지만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재활용에 대해 교육하는 초석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은 후 우리 동네에 있는 '지구과학관'에 재방문하여 아이가 실천할 수 있는 지구 사랑법을 공부하였다.)

 

주제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그렇게만 보면 엄마곰이 아니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일러스트다. 색은 딱 4가지. 흰 종이에 검정으로 그린 그림에 파랑과 갈색만으로 군데군데 채색을 했다. 그 단순함이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그려져 있어 그 물건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재활용될 수 있겠는지, 버릴 때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5세부터 스스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어 꽤 많은 것을 척척 이야기했고, 잘 모르는 것은 함께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이 꼭 교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림만 좋아도 되고, 재미만 있어도 된다. 분명 그 그림만으로도, 즐거움만으로도 아이에게 남기는 것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교훈을 지니거나, 아이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책을 만나면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든다. 내가 부족한 엄마임을 알고, 같이 채워주시는구나 하고. 

 

재활용. 진짜 제대로, 잘 하려고 하면 참 어렵다. 사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기에 우리 아이들이 잘 배워두어야 하고, 어른들도 함께 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 덕분에 나도 아이도 재활용에 대해,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공부하는 좋은 시간을 얻었다. 

 

많은 친구가 이 책을 읽어서 맥더프 아저씨네 동네처럼 대한민국 전체가 자원을 아끼고 소중히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면 좋겠다는 아이의 마음이 널리 널리 전파되길 바라본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어떤 잡동사니들이 자원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요.

2. 맥더프아저씨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졌나 이야기해요.

3. 일러스트 속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아요.

4. 일러스트 속 그림들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이야기해요.

5. 함께 쓰레기도 줍고, 분리수거도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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