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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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해야 하는 일'에 쫓깁니다. 원래는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예정에 넣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쌓여가면 그 일은 때로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p.180)

 

오늘이 가득히 행복하다면, 단 하나의 고민이나 걱정이 없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처럼 마흔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휘청이고,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만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3,500번의 죽음을 만난 호스피스 의사. 물론 그에게도 여전히 타인의 죽음일 테다. 그러나 그 죽음들을 바라보며 아마 그들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게 무엇인지를 3,500번 본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그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내내 좀 울었다. 아니 정확히는 읽기도 전에 1년 뒤 오늘 날짜를 적으라고 할 때부터 눈물이 좀 났다. 나는 아직 못 이룬 것이 많은데. 아직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도 있는데. 그러나 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그래도 내가 꽤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는 여전한 걸 보면 내 수양이 여전히 부족하구나.)

 

이 책은 내 삶이 1년 뒤에 끝난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이룩한 성취, 행복의 기준을 묻고 절망, 슬픔을 어루만지게 한다. 사실 이런 식의 책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뜬구름 잡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꽤 직설적인 편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소중한 사람을 만날 것 같냐는 질문은 칼에 베인 듯 가슴이 시큰했다. 언제인가 한 작가님이 앞으로 많아야 열 번 남짓 엄마의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을 듯하다고 쓴 글이 선명히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내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느라, 가장 중요한 이들을 뒷전에 둔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건강할 때나 일이 잘 풀릴 때 우리는 아무래도 일인칭 행복, 눈에 보이는 행복, 알기 쉬운 행복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일에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 남들에게 칭송을 받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사는 것 등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쫓게 되지요. (p.125)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좋을 때 더 나를 돌보지 못하고 욕심만을 쫓으며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랄까. 그러나 후회는 짧아야 한다. “몇 가지 선택지 안에서 항상 무언가를 선택할 때 결정해야 하고, 아무리 고민을 거듭하여 더 좋은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때 다른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은 남는 법. (p.100)”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래도 나는 그 당시에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했었다. 그 과정들까지 후회하지는 말자고 내 마음을 도닥였다. 그러다 문득, 비로소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다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도 났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사실 아직 미래를 기대할 자유는 남아있습니다. (p.152)

 

지금까지 인생에서 즐거웠던 일, 자신이 가장 반짝반짝하던 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것과 지난 과거에서 중요하게 여긴 일들이 마음속에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도, 끝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p.201)

 

서두에도 거론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춘기다. 진짜 눈 깜빡하면 마흔이 될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흔들리고, 여전히 꿈을 이루고 싶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그런 내 모습을 괴로워했더니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부모님이 그런다. 쉰이 되어도, 예순이 되어도 그렇다고. 그러니 이루지 못한 것보다는 이룬 것을 보고 살고,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늘 고개를 끄덕이지만 뒤돌아서서 나는 또 흔들린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은 명확해졌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곁가지를 쳐냈다. 굳이 하고 살지 않아도 될 고민을 몇 개 잘라내고 나니 (자르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머리숱을 친 마냥 속이 시원하다. 

 

우리의 삶이 사실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장 내일이 마지막 날이 되는 경우도 세상에는 너무나 허다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것들이 참 부질없이 느껴진다. 맞다. 극단적 가정이다. 그러나 분명 그 가정은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게 한다. 

극단적 상상 속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생각. 사실 그것만 바라보고 걸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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