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 - 고양이처럼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84가지 방법
미야시타 마코토 지음, 김희은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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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원한다면 마음이 가난하다는 뜻이다냥.

'만족을 아는 자는 부유하다'라고 노자는 말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자신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풍족하다는 말입니다. 이미 충분히 가졌는데도 계속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이 가난하다고 부처도 말했습니다. 향상심을 잊지않고 언제나 높은 곳을 향하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안정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삶에 있습니다. (p.314)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이라는 귀여운 제목에, 부처옷을 입은 귀여운 고양이가 가득한 표지라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저 '나만 없어 고양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어머나 고양이님. 귀여운 영역말고 '도'까지 닦으시다니요! 그저 식빵만 구워도 충분한 놈이 행복하게 사는 비법까지 전해주다니. 

 

진짜 고양이가 그렇게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 고양이를 인터뷰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차장에 앉아 식빵을 굽는 표정만 봐도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또 개는 '키우고' 고양이는 '모신다'고 표현하는 말들만 봐도 고양이가 조금더 편안한 생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런 연결선상에서 이 책을 만난 탓인지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고양이가 이토록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행복한 동물 맞는 것 같다냥)

 

총 84가지. 마음이 편해지고 번뇌를 없애는 법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 안락함을 찾는 방법 등을 나누는 이 책은 고양이를 앞세워 보다 편안하게 읽게 해주지만, 근본은 부처의 마음, '무아'와 '법구경'의 진리를 전파한다고 한다. 나는 가톨릭이지만, 선인들의 말씀은 누구에게나 좋은 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책이 편안함으로 느껴졌다. 물론 내가 부처의 가르침을 제대로 몰라 이 책이 편안하고 좋다고 느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종교의 색을 가지지 않고 읽는다면 누구나 마음이 편안할 거 같다. 내 마음에 번뇌가 많던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가을의 초입에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조용히 차를 한잔 하시며, 그날 그날 마음에 닿는 구절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를 주는 책. 이 책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가을날, 단풍지는 길을 천천히 걷는 것은 많은 힘을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산책이 꽤 여운을 준다. 이 책도 그렇다. 어려운 말은 단 한마디도 없는데 묵직한 종소리처럼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다. 걱정이 마음을 어지럽힌다면, 고민이 마음을 흐리고 있다면 이 책을 만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 수 있기를. 행복도 불행도 내 마음에 있다는 말을 다시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말은 언젠가 내 마음도 아프게 합니다. (...) 세게 누르면 센 힘이 되돌아오듯 좋지않은 마음으로 내뱉은 말들을 좋지 않은 반발을 부르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결국 나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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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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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아들인 티누스조차 “분뇨에 세금을 매기다니 더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화장실세'로 처음 징수한 돈을 아들에게 건네고는 말했다. 

“돈에서 냄새가 나느냐?” (p.99)

 

요즘 세금과 관련된 역사서를 많이 읽는 것 같다. 다른 리뷰에서도 한 말이지만, 그만큼 세금은 우리의 역사에 깊이 관여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할 만큼 대단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로 역사를 바꾼 70가지 세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도 짤막하고 쉬운 문체로 이어져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금세, 철세, 설탕세 등 '귀한 것'을 특수계층만 차지하려고 만들어진 세금에서부터, '초야세'나 '유방세', '수염세', '독신세' 등 기절초풍할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가슴을 가리고 다니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수염을 기르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난로가 많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세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세금들은 실제 존재했고,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악마'다. 

 

과거의 세금이니 이렇게 황당한 것들이 있었겠지, 생각하다가 뒤통수도 맞는다.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과거에도 이발이나 파마를 하면 '특별행위세'를 내야 하고, 21세기에도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원룸에 살면 세금을 더 내야 했다니! 세금이란 놈이 이렇게 놀랍다. 그뿐인가. 비록 실패했지만, 포화지방산이 2.3% 이상 포함되는 식품에 붙은 '비만세'나 비만을 감지하는 '감자칩세'등 실질적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함이지만, 빠지지 않는 살을 생각하면 슬픈 세금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진짜 이런 세금도 있다고?”를 연발하고, 때때로는 이미 알고 있던 세금을 퀴즈 풀듯 맞추기도 하며 읽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세금이 역사에 자극을 주거나, 역사 자체를 바꾸며 함께 해왔다고 생각하니 알고 있던 사실이라도 또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세금의 역사를 만나고 그치는 것이 아닌 점도 너무 좋았다. '알아두면 약이 되는 위대한 세금'에 소개된 세금들은 현대를 살아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상식들을 실어두어, 역사가 현대와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한다.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지만, 낼 때마다 억울한 느낌이 드는 '재산세', 얼마 전 퇴직금에 매겨진 막대한 세금에 이중과세가 아닌가? 나를 분노하게 한 '원천징수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금의 역사를 배우고, 어제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역사와 세금이란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니, 독자로서 감사하고 즐겁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책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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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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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리로 오면, 나처럼 미스트랄의 저주가 불어오는 사이사이에 가을의 정취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게 될 거야. 그러고 나면 어째서 내가 이곳에 오라고 강하게 말했는지 알게 될 테지. (고갱에게, p.119)

 

영혼의 화가, 반고흐. 척박한 삶을 살았으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적어도 그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슬픈 천재. 그의 그림도 우리에게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알 수 없는 깊이를 선물하지만, 그의 삶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것이 많다. 그런데 만약, 그의 동생 테오가 그의 편지를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에 대한 감정적 배경이 전혀 없더라도 그의 세상이, 그의 작품이 이만큼의 깊이로 다가왔을까. 그가 남긴 “밀은 오래된 금화, 구리 동전, 금색이 섞인 녹색, 아니 금색이 섞인 붉은 색, 금색이 섞인 노란색, 구리색이 섞인 노란색, 초록색이 섞인 붉은색 등 온갖 색조를 지니고 있지. (베르나르에게, p.82)”라는 그의 눈을 엿보지 않았더라도 밀밭이 그토록 신비로울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이가 그림만큼이나 진실하게 적어 내린 편지, 죽음에 당도해서도 놓지 않았던 편지로 그의 그림을, 그의 눈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예술에 무지하지만 탐미하기에 꽤 많은 '반고흐'를 읽었으면서도, 이 책에서 또 뭉클함과 아름다움과 안타까움 등 한 단어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에는 그의 그린 그림들과 그가 남긴 편지들을 너무 멋진 순서로 엮어냈다. 고흐, 전문가로 불리는 작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허밍버드 출판사의 '일러스트 레터 1권'인 이 책은 이어질 시리즈의 기대감을 최상으로 높여둘 만큼 구성도, 내용도, 질감도 완벽하다. 심지어 다음 시리즈가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 고흐의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인데, 이 작품은 생레미정신병원에서 '자신이 보았던 하늘을 상상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시기에 쓰인 편지들을 읽고 다시 이 작품을 바라보면 코가 시큰해진다. 테오에게 보낸 “밖에서보다 여기에서 작업을 하면서 더 행복하단다. 여기에서 오랜 시간을 잘 지내면서, 나는 장기적으로 규칙적인 습관을 들이게 될 거고, 그 결과 내 생활이 더욱 질서 정연해지고, 예민함이 보다 누그러지리라고 여긴다. 그렇게 된다면 무척이나 좋은 일이지. 게다가 다시 밖에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단다. (p.183)”라는 말에서 그가 진짜 그곳이 좋다는 느낌보다 테오에 대한 미안함으로 거기 머물러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는 건 나의 지나친 억측일까. 

 

그의 그림 중 '꽃피는 아몬드나무'가 가장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랑하는 테오가 아빠가 되었음에 기뻐하던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리라. 고갱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린 해바라기는 그의 마음을 담은 듯 간절하다. 그의 작품은 편지와 더불어 읽을 때 가장 좋다고 생각해본다. 일기처럼 적어 내린 글 사이에서 그의 감정과 상황을 가만히 유추해본다. 어떤 편지에 이런 답장을 썼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그는 어느새 살아 숨 쉬는 사람처럼 친밀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나같이 어리석은 이에게도 고흐를 생생하게 느끼게 만드는 이 책이, 반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를 더 사랑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반 고흐를 잘 모르는 이에게도 그의 섬세한 감정을 알게 하는 기회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 했던가. 가을을 닮아 쓸쓸하고 아름다운 고흐의 편지와 그림으로, 당신의 가을에 고흐를 초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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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초등 읽기대장
김정숙 지음, 권문희 그림 / 한솔수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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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상상은 여기서 출발했어요. 내의원을 멀리하고 민간 의원을 신뢰한 정조 임금이라면 동변군도 평민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을까. 가뭄이 심해지면 서대문 밖 모화관에서 제사를 지내고동변군을 데려와 오줌을 싸게 했다는 기록 등이 상상의 날개를 달게 했어요. (작가의 말) 

 

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당연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어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주제를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똥과 방귀다. 물론 공룡도 흥행 보증수표(?)이기는 하지만 유니콘과 표 나눠 먹기(?)를 해야 하지 않나. 단연 1등인 똥과 방귀 이야기도, 초등학생 형님이 되시면 유치원 다닐 때랑 달라져야 하기에 수준을 좀 높여줘야 하는데 이 책이야말로 그 기호를 완벽히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제목부터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라니. 거기에 익살 넘치는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져 표지만으로도 “재밌겠다!”를 자아낼 수 있을 터. 

 

우리의 주인공은 오줌싸개로, 염치가 없어서 소금도 얻으러 다니지 못할 정도의 실력자다. 오줌싸개에 거름 장수 아들인 달샘이가 대궐에 입성한다고? 이미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상상할 수 있다. 우리 집 꼬마는 궁궐에서 오줌을 싸면 어떡하느냐 걱정부터 하더라. 아이들에게도 측은지심은 있기에(어쩌면 어른보다 더)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달샘이에게 응원의 마음을 가지게 되기에, 이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이어진다. 예비 초등 우리 꼬마도 끝까지 엉덩이 한번 때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예상이 되는가? 어른인 내가 봐도 글도 그림도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 웃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냥 재미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달샘이가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장면 덕분에 아이들에게도 잔잔한 감동도 주고, 무엇이든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실패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임을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니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더없이 좋다.

 

그뿐인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다양한 역사 지식이나 어휘도 익힐 수 있었다. 조선 시대 왕이 어린아이의 소변을 약으로 썼다는 것이나, 그 오줌을 제공한 아이를 동변군이라고 부른다는 것, 정조가 어째서 의학을 공부하고 내의원을 믿지 못하는지 등까지 배울 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이나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 이 책을 읽고 정조나 내의원에 관련한 책을 이어준다면 연계 독서의 기반으로도 매우 좋다. 

 

아이의 책을 고를 때 특별히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반드시 내가 먼저 읽고 걸러준다. 이 책은 너무 재미있고 유익했기에 고민도 없이 아이에게 주었더니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다. 

 

물론 재미있기만 한 책도 분명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책을 즐거워하고, 또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그러나 그것을 넘어 조금 더 남기는 책을 바란다면, 유아기의 독서를 넘어 남는 책을 주고 싶다면 이렇게 재미와 감동, 지식까지 줄 수 있는 책이 좋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도 달샘이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법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역사에 대한 호기심도 배울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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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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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침묵이 오히려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다. 축하로부터 도망칠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우리는 언제쯤 진실한 문장으로 서로를 품어줄 수 있을까. (p.26)

 

쉽지 않은 오늘을 보낸 당신과 더 쉽지 않은 내일을 보낼 당신에게 어떤 마음이 가장 애틋할지, 그 마음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마음을 찾아 애틋하게 토닥여주면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럴듯한 말을 찾고 있다. (p.54)

 

 

인정하기에 슬픈 이야기지만, 사실 스스로가 비겁했던 순간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물론 그 순간에는 감정이나 상황에 가려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내가 스스로 변명할 수 없는 순간은 분명 안다. 타인에게는 그럴듯한 변명으로 넘길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한곳에 몰아넣고, 통째 모른 척하고 돌아서 버린 순간. 작가는 그런 순간을 '잠겨버린 마음'이라고 표현했는데 문득 내 마음을 내가 풀 수 없었구나, 라고 깨달아버린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을 달이 뜨지 않는 밤으로 묶어 표현한 것이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회복의 마음들은 초승달로, 어렴풋하지만 빛난 마음들은 상현달로, 굽히지 않는 단단한 마음은 보름달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 달이라면, 좋은 날도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나쁜 날도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고- 조금 더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싶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그날그날 나의 감정에 따라 적합한 달을 찾아 읽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 

 

이 책은 매일 피고 지는 달을 우리가 모두 겪듯, 누구에게나 쉬이 읽히고 공감이 갈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다고 느껴진 문장이나 감정도 없었고, 잘 읽히지 않는 페이지도 없었다. 친한 친구와 둘이 마주 앉아 덤덤히 이야기를 나누듯 큰 기복 없이 잔잔한 책. 그래서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삽입된 일러스트도 꽤 예뻐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이들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가볍고 글은 무거웠다는 작가의 에필로그가 마음속에 둥둥 떠다닌다. 작가가 지나온 시간에도 달이 뜨지 않는 밤이 있었구나, 그러나 그 어둠을 지나 자신의 빛을 찾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와 격려를 동시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들었다. 나도 나의 달도 없는 밤을 잘 지나왔다고, 이제는 잘 빛날 차례라고 말이다. 

 

누구에게라도 잔잔함을 전할 책이지만, 특히 오늘- 달도 뜨지 않는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도 빛날 수 있다고, 자신을 잃지 말고 자신을 응원하란 작가의 말도 함께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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