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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평점 :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아들인 티누스조차 “분뇨에 세금을 매기다니 더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화장실세'로 처음 징수한 돈을 아들에게 건네고는 말했다.
“돈에서 냄새가 나느냐?” (p.99)
요즘 세금과 관련된 역사서를 많이 읽는 것 같다. 다른 리뷰에서도 한 말이지만, 그만큼 세금은 우리의 역사에 깊이 관여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할 만큼 대단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로 역사를 바꾼 70가지 세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도 짤막하고 쉬운 문체로 이어져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금세, 철세, 설탕세 등 '귀한 것'을 특수계층만 차지하려고 만들어진 세금에서부터, '초야세'나 '유방세', '수염세', '독신세' 등 기절초풍할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가슴을 가리고 다니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수염을 기르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난로가 많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세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세금들은 실제 존재했고,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악마'다.
과거의 세금이니 이렇게 황당한 것들이 있었겠지, 생각하다가 뒤통수도 맞는다.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과거에도 이발이나 파마를 하면 '특별행위세'를 내야 하고, 21세기에도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원룸에 살면 세금을 더 내야 했다니! 세금이란 놈이 이렇게 놀랍다. 그뿐인가. 비록 실패했지만, 포화지방산이 2.3% 이상 포함되는 식품에 붙은 '비만세'나 비만을 감지하는 '감자칩세'등 실질적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함이지만, 빠지지 않는 살을 생각하면 슬픈 세금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진짜 이런 세금도 있다고?”를 연발하고, 때때로는 이미 알고 있던 세금을 퀴즈 풀듯 맞추기도 하며 읽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세금이 역사에 자극을 주거나, 역사 자체를 바꾸며 함께 해왔다고 생각하니 알고 있던 사실이라도 또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세금의 역사를 만나고 그치는 것이 아닌 점도 너무 좋았다. '알아두면 약이 되는 위대한 세금'에 소개된 세금들은 현대를 살아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상식들을 실어두어, 역사가 현대와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한다.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지만, 낼 때마다 억울한 느낌이 드는 '재산세', 얼마 전 퇴직금에 매겨진 막대한 세금에 이중과세가 아닌가? 나를 분노하게 한 '원천징수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금의 역사를 배우고, 어제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역사와 세금이란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니, 독자로서 감사하고 즐겁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책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