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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내가 선택한 침묵이 오히려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다. 축하로부터 도망칠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우리는 언제쯤 진실한 문장으로 서로를 품어줄 수 있을까. (p.26)
쉽지 않은 오늘을 보낸 당신과 더 쉽지 않은 내일을 보낼 당신에게 어떤 마음이 가장 애틋할지, 그 마음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마음을 찾아 애틋하게 토닥여주면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럴듯한 말을 찾고 있다. (p.54)
인정하기에 슬픈 이야기지만, 사실 스스로가 비겁했던 순간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물론 그 순간에는 감정이나 상황에 가려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내가 스스로 변명할 수 없는 순간은 분명 안다. 타인에게는 그럴듯한 변명으로 넘길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한곳에 몰아넣고, 통째 모른 척하고 돌아서 버린 순간. 작가는 그런 순간을 '잠겨버린 마음'이라고 표현했는데 문득 내 마음을 내가 풀 수 없었구나, 라고 깨달아버린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을 달이 뜨지 않는 밤으로 묶어 표현한 것이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회복의 마음들은 초승달로, 어렴풋하지만 빛난 마음들은 상현달로, 굽히지 않는 단단한 마음은 보름달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 달이라면, 좋은 날도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나쁜 날도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고- 조금 더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싶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그날그날 나의 감정에 따라 적합한 달을 찾아 읽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
이 책은 매일 피고 지는 달을 우리가 모두 겪듯, 누구에게나 쉬이 읽히고 공감이 갈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다고 느껴진 문장이나 감정도 없었고, 잘 읽히지 않는 페이지도 없었다. 친한 친구와 둘이 마주 앉아 덤덤히 이야기를 나누듯 큰 기복 없이 잔잔한 책. 그래서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삽입된 일러스트도 꽤 예뻐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이들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가볍고 글은 무거웠다는 작가의 에필로그가 마음속에 둥둥 떠다닌다. 작가가 지나온 시간에도 달이 뜨지 않는 밤이 있었구나, 그러나 그 어둠을 지나 자신의 빛을 찾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와 격려를 동시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들었다. 나도 나의 달도 없는 밤을 잘 지나왔다고, 이제는 잘 빛날 차례라고 말이다.
누구에게라도 잔잔함을 전할 책이지만, 특히 오늘- 달도 뜨지 않는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도 빛날 수 있다고, 자신을 잃지 말고 자신을 응원하란 작가의 말도 함께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