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튼튼한 나무 35
김흥식 지음, 고정순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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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읽고 몸에 '열매'를 품고 살아가는 친구를 알아채 주고, 그것을 엄마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많이 읽으시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귀를 기울여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의 김흥식 작가님은 몇 달 전 소개한 <무인도에서 보내요>를 포함, <아빠의 술친구>, <감옥에 갇히면> 등 그늘에 가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는 분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귀 기울이는 작가님이다. 이번 작품 역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는데, 특히나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앙갚음 같은 폭력의 대상이 친구에게서 자신의 아이로 번져가는 모습이 너무 힘겹고 아팠다. 

 

작가님은 폭력을 '나무를 심는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이 '열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겨야 하며, 이 열매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아빠랑 살 수 없다는 문장을 읽으며 지금 이순간에도 그런 협박으로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는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수없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또 한 번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나무'를 뽑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어른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 책 속의 '나'처럼 또 다른 '가해자'를, 깨달아도 돌이킬 수 없는 '괴물'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엄마 왜 안 와>로 나를 울리셨던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도 쉬이 넘길 수 없다. 김흥식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신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나무에 삼켜지기 직전의 아이 모습은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났다. 타인에게서도 나무가 자라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무를 심었다는 장면의 흑백의 사람들과 손 장면은 한동안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만 만큼 어둡고 슬퍼 보여서 온 마음이 묵직해졌다. 하얀 배경인데 이렇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님의 표현력이 놀랍기도 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겨워졌다. 

 

언제인가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를 담은 뉴스에서 읽은 댓글, “남의 가정에 껴들다가 봉변당한다”라는 말에 화가 나면서도 반박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사회에 노출된 아이들이 결국 다시 돌아가는 곳도 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흥식 작가님이나 고정순 작가님처럼 작게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이것을 세상으로 전파해줄 분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웃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에서 이 리뷰를 쓴다. 딱 한 명이라도 더 아동폭력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두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늘어나다 보면 큰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딱 한 명'이 돼주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가해자로부터 격리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의 여러 '한 명'이 한목소리로 지지해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돌아봐야 하고.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읽으신 분들이 소문을 많이 내주시고, 주변에 귀도 기울여주고, 손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다. 열매를 숨기고 사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을 때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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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자를 찾아서 신나는 새싹 192
김종혁 지음, 최소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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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으면 신나고 즐거운 요정들의 파티, 한줄 한줄 곱씹어 읽으면 엄마를 반성하게 하는 엄청난 반전의 책. 이 책을 딱 한 줄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종혁 작가님의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그렇게 반전이 가득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모든 그림책을 늘 일러스트부터 감상한다. 아이가 까막눈이었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어느새 글씨에 눈이 가는 나이가 된 후부터는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어떤 책은 일러스트와 내용이 너무나 찰떡이라 아이가 내용을 유추해서 신나기도 하고, 어떤 책은 그림과 너무나 다른 내용에 두 가지 책을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얻기도 하는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일러스트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빨간 머리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무에서 부스럭거리는 요정을 만나는 장면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척이나 쨍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요정들의 모습은 상상력을 키운다. 색감은 또 어찌나 예쁜지! 우리 집 꼬마는 아이의 머리카락 색이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변하는 장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색감 자체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소녀나 요정들의 표정 변화, 각각의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배경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상상을 펼치며 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아이는 요정들의 머리 위에 모자가 아닌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모자는 아니지만, 모자로 쓸 수 있는 여러 물건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책을 즐겼다. 다른 집에서도 이 책을 읽으실 때, '멋진 모자'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써보거나 일러스트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등 여러 활동이 가능하시리라 생각해본다. 

 

실컷 일러스트를 감상한 후에 본문을 읽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만 감상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가 가득했기 때문. 아이가 등장하는 배경이 까만 건물이었던 이유, 1학년 3반 시험지로 모자를 만들어준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우리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를 기쁘게 했던 무지개 머리카락 장면은 엄마는 눈물이 났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저마다 듣고 싶은 말이 다 다를 텐데 하는 묵직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우리 아이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대답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 등장인물처럼 '오늘은 놀아도 된다' 같은 말이 아니기를 다짐하기도 했고. 

 

요정들이 갑자기 왜 화가 났을까 의문을 느꼈던 장면의 내용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어느 모자가 가장 멋진지를 정하지 못하자 공격적으로 변하는 요정의 모습은 아이들을 순위로 줄 세우기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인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고, 서로 다른 문화로 오해를 쌓는 모습은 여전히 다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같아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감상평을 물었더니 “서로 미워할 뻔했지만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런데 꼬마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혼자 앉아있는 요정이 너무 안쓰러워요.”라고 대답을 한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이 천국이라는 말이 문득 와닿는다. 우리 아이가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가는 지혜, 선입견 없이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을 잘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요정 파티에 갈 수 있는 주문, “오늘은 놀아도 돼!”라는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로 키워야지 하는 다짐도 했고.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감상과 생각을 숨겨놓다니, 참으로 대단한 책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상으로 읽힐지 더욱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서 수다를 떨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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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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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풍성하게 축복받을 때 그 축복들은 우리의 가슴으로 흠뻑 스민다. 하지만 오직 우리가 그 축복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올바른 마음가짐이 있을 때만 그것이 가능하다. 가슴이 감사의 마음으로 흠뻑 젖었다면, 우리는 연민심과 봉사, 나눔, 보살핌, 베풂이 충만한 삶을 살게 된다. (p.67) 

 

100을 채우기 위해 하라는 쫓아다니느라 99를 사용하는 것을 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내 삶에서 한 가지를 배웠으며, 그것을 전적으로 믿는다. 목적지를 기다리지 말고, 여행하는 동안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P.87)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아 제목을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겁도 없이 한밤중에 이 책을 펼쳐 든 나는, 구구절절 맞는 말에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깨달았다. 왜 이 책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인지. 물론 이 책 자체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고 손닿는 곳에 늘 두고 싶은 '갓생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닫는 '나의 인생'만이 오직 나의 것이기에 내 인생은 누구에게 빌려 얻을 수 있음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기에 이 책은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인 것이다. 즉,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여러 면으로 바라보고, 나의 여정을 걷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어려운 책일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소설처럼 편안하게 이어지는 예화를 읽으며 천천히 떠오르는 깨우침을 있는 그대로 소화하면 되는 책이니 말이다. 사이사이 고대의 가르침이 등장하는데, 이것조차 저자가 좋아한다는 '삼바르'처럼 완벽하게 조화롭다. 더욱이 저자의 종교나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기에 편안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느린 속도로 정리하며 읽으면 종국에는 나와 마주하게 되는, 나라는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쉽고도 묘한 책이다. 

 

'행복의 열쇠를 잃어버리지 말 것', '마음의 일시 정지 버튼 누르기',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연습' 등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방법을 이야기하는 하는 장도 있고, '깨어있는 삶'이나 '확장해가는 존재'를 추구하는 자기 돌봄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도 있다. 이 부분들도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것보다 더 좋은 것', '사랑하는 일을 하면 일할 필요가 없다.' 등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만드는 부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노력을 쏟는다면 언젠가 하고 싶은 일과 보수를 받는 일이 같아질 거라는 말은 내 마음을 둥둥 울렸다. 적당히 타협하고, 남들만큼 벌고, 남들처럼 사는 삶을 살아가며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부족하지만 꿈꾸며 사는 삶이 얼마나 벅차게 행복한지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은 유명인들의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해야 잘 될 수 있어”라고 말하지도 않고, 다른 사상가나 종교인들의 책처럼 “내가 가진 신념 안에서 살아가고 행해야 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며 느낀 바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경험한 것들을 천천히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찾고, 나와 대화를 하게 된다. 나만 깨어있는 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몇 년 후의 나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꿈은 몇 년 후에도 그저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슴을 타인의 노래로 채우지 말라”(P.208)는 가 우르고 팔의 말은 잊지 않을 것이다. 이루지 못하는 꿈이라도, 꿈이 없는 것보다는 빛날 수 있음을 믿기에 아주 천천히라도 나를 확장해가는 아름다움을 향해 걷고 싶다. 어쩌면 나의 삶에서 가장 느리게 걷고 있는 지금, 누구에게도 빌릴 수 없는 인생책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써 내려갈 인생의 저자는 나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더 성실히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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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딱 좋은 곳 2
로라 키엔츨러 지음, 박재연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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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으로도 피식- 웃음부터 터지는 책, <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어딘가에서 크로와상에 베레모쓰고 커피 먹는 게 꿈인 나는 '아니 뭐라구? 그 볼 거 많은 파리에서 낮잠을 잔다고?'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심지어 택시에 타고 있는 건 예티아닌가! 우리 집 꼬마도 이 책을 보자마자 “에펠탑 앞에서 낮잠을 자는 예티라니!”하며 웃음부터 터트린다. 맞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웃으며 넘기는 '장꾸'스러운 책이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명소에 대한 지식과 아름다움도 뚝뚝 묻어나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니 일단 한번 펼쳐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200살이 넘은 에베레스트산 예티는 어울리지 않게 커피와 쇼핑을 좋아한다고 한다. 파리에 사는 마르셀은 파리지엥 답지 않게 빵 부스러기 쪼아먹는 것을 좋아하고. 주인공 설명에서부터 익살이 넘치는 이 책은 프랑스 명소들을 어찌나 재미있게 남아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예티가 스키를 타고 집에서 출발하는 장면이나 비둘기들이 종이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항, 커다란 예티가 택시 '위'에 타고 가는 장면들 모두 웃음을 유발한다. 페이지마다 꽉 채운 파리의 풍경들은 모두 구도가 다르게 그려져 있는데, 그래서 더욱 직접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각 명소를 사진으로도 찾아보며 책을 읽었는데, 사진보다 그림에서 한층 온기가 느껴져 작가가 얼마나 애정 담긴 눈으로 파리를 바라보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각 페이지를 넘기며 예티와 마르셀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명소들의 특징을 찾아보는 매력도 있다.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페이지는 노을이 지는 에펠탑 풍경. 유일한 세로 페이지이기도 했지만, 하늘의 색감이 어찌나 예쁜지 한참이나 바라보게 되더라.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주는 책이지만, 텍스트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본문은 재미있게, 뒤편의 설명은 진지하게 병행하여 읽으면 마치 파리로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이곳저곳이 친숙해지는 마법! 본문에는 글씨가 많지 않은데, 신기하게도 내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예티와 마르셀의 대화로 이어지는 책이기에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 특히 예티와 마르셀의 대화가 다른 색깔로 구분되어 있으니, 아이와 하나씩 맡아 번갈아 읽는다면 한층 생동감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아이가 마르셀을 맡았는데 어찌나 사실적으로 잔소리를 하던지, 정말 예티의 마음이 되어 한숨 자고 싶더라. ᄏᄏ)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와 빈티지한 콜라주, 장꾸미넘치는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기를 즐긴다는 예티와 함께, 파리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행기 표 대신 <낮잠자기 딱 좋은 곳, 파리>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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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거야 - 2024 읽어주기 좋은 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7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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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늦은 감의 눈이 와있다. 12월만 해도 하얀 눈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2월에 무슨 눈인가, 하며 초록색이 그리워진다. 아이도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2월 달력에는 4일이 입춘(절기 책을 읽고 난 후 달력에 관심이 많은 상태다)이었는데 눈이 왔어요” 한다. 그래서 상춘곡을 부르는 마음으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정주희 작가님의 <꽃이 필 거야>를 꺼내 들었다. 

 

신기하게도 <꽃이 필 거야>의 표지를 보는 순간 이미 봄인 것처럼 설렌다. 그도 그럴 것이 표지 속의 연둣빛과 아이의 웃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주 조화롭다. 우리 집은 그림책을 볼 때 일러스트를 먼저 감상하는데 (아이의 눈이 텍스트에 먼저 간다면 포스트잇을 살짝 가리고 일러스트를 먼저 만나심을 추천해 드립니다.) 두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아이가 탄성을 지른다. 꽃들이 너무 싱그럽다고, 색깔도 너무 예쁘다며 정신없이 꽃들을 관찰한다. 아이의 말처럼 이 책에는 진짜 봄 색깔이 가득하다. 아직 짙어지지 않은 노랑과 분홍, 연보랏빛과 연두는 마치 우리 아이들처럼 갓 태어나 세상을 배워가는 푸릇푸릇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저 일러스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봄 풍경을 만나듯 마음에 설렘이 싹튼다. 꽃 사이에서 춤을 추고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를 바라보듯 온 마음이 따뜻해진다. 

 

텍스트를 읽으면 이 책의 특별함을 또 하나 눈치채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들이 아니었던 것! 어른도 아이도 '봄꽃'이라고 하면 그저 개나리, 진달래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쉬이 바라보지 않는 꽃들이 주인공이다. 무, 양파, 시금치, 고구마처럼 밥 먹듯 먹는 식자재들에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도 하는 것. 또 작가님의 말처럼 아직 꽃으로 피어나지 않은 '우리 집 새싹'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궁금한 마음이 한층 커지기도 하고. 

 

책을 읽은 후 북극곰출판사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책놀이' 자료로 책 속의 꽃들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참깨꽃, 돼지감자꽃들을 직접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활동들도 다 좋았지만, 특히나 좋았던 것은 아이와 나눈 대화였다. “내가 몰랐던 꽃이 이렇게 많구나, 친구들은 다 다르게 생겼어도 모두 다 꽃이라는 그 말이 진짜 맞았네”. 

 

맞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 아름다운 꽃인데 어쩌면 어른들이 어른들의 잣대로 장미가 되어라, 튤립이 되어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정주희 작가님처럼 그저 어떤 꽃이 피어날지 상상하며 아이가 가는 길을 있는 그대로 응원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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