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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자를 찾아서 ㅣ 신나는 새싹 192
김종혁 지음, 최소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2월
평점 :

그냥 읽으면 신나고 즐거운 요정들의 파티, 한줄 한줄 곱씹어 읽으면 엄마를 반성하게 하는 엄청난 반전의 책. 이 책을 딱 한 줄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종혁 작가님의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그렇게 반전이 가득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모든 그림책을 늘 일러스트부터 감상한다. 아이가 까막눈이었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어느새 글씨에 눈이 가는 나이가 된 후부터는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어떤 책은 일러스트와 내용이 너무나 찰떡이라 아이가 내용을 유추해서 신나기도 하고, 어떤 책은 그림과 너무나 다른 내용에 두 가지 책을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얻기도 하는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일러스트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빨간 머리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무에서 부스럭거리는 요정을 만나는 장면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척이나 쨍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요정들의 모습은 상상력을 키운다. 색감은 또 어찌나 예쁜지! 우리 집 꼬마는 아이의 머리카락 색이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변하는 장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색감 자체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소녀나 요정들의 표정 변화, 각각의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배경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상상을 펼치며 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아이는 요정들의 머리 위에 모자가 아닌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모자는 아니지만, 모자로 쓸 수 있는 여러 물건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책을 즐겼다. 다른 집에서도 이 책을 읽으실 때, '멋진 모자'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써보거나 일러스트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등 여러 활동이 가능하시리라 생각해본다.
실컷 일러스트를 감상한 후에 본문을 읽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만 감상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가 가득했기 때문. 아이가 등장하는 배경이 까만 건물이었던 이유, 1학년 3반 시험지로 모자를 만들어준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우리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를 기쁘게 했던 무지개 머리카락 장면은 엄마는 눈물이 났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저마다 듣고 싶은 말이 다 다를 텐데 하는 묵직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우리 아이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대답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 등장인물처럼 '오늘은 놀아도 된다' 같은 말이 아니기를 다짐하기도 했고.
요정들이 갑자기 왜 화가 났을까 의문을 느꼈던 장면의 내용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어느 모자가 가장 멋진지를 정하지 못하자 공격적으로 변하는 요정의 모습은 아이들을 순위로 줄 세우기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인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고, 서로 다른 문화로 오해를 쌓는 모습은 여전히 다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같아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감상평을 물었더니 “서로 미워할 뻔했지만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런데 꼬마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혼자 앉아있는 요정이 너무 안쓰러워요.”라고 대답을 한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이 천국이라는 말이 문득 와닿는다. 우리 아이가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가는 지혜, 선입견 없이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을 잘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요정 파티에 갈 수 있는 주문, “오늘은 놀아도 돼!”라는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로 키워야지 하는 다짐도 했고.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감상과 생각을 숨겨놓다니, 참으로 대단한 책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상으로 읽힐지 더욱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서 수다를 떨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