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철학은 처음이야 - 흔들리는 10대, 철학에서 인생 멘토를 찾다 처음이야 5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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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행복에는 어떤 만족감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마음이 편안한 것이 행복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마음이 만족하고 편한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합니다. 모든 고민에서 벗어나 황홀한 상태에 있는 것이 마음이 만족하고 편한 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p.123)

 

 

한때는 나도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저명하신 분들의 사상이나 나와 관계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누가 나에게 철학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우리가 살며 생각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인생관이나 세계관 등이 담겨야 학문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일상의 생각이 없이는 그 어떤 인생관도 세계관도 무의미하지 않나. 

 

<이런 철학은 처음이야>는 그런 내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해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님은 10대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셨는데, , 10대는 물론 어른에게도 철학이 어렵고 낯선 학문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사유하고 경험하며 '나'라는 답을 찾아가는 학문임을 깨닫게 할 것이다. 

 

10대 학생들이 대상인 만큼, 책에 제시된 내용은 10대들이 매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불안한 현실에 대해, 인공지능 등 다가올 미래에 대해, 또 행복이나 친구 등에 대해, 나아가 자본주의와 종요, 지구와 성장 등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단 한 줄도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이 없다. 구어체로 구성되었기에 강의를 듣는 것처럼 물 흐르듯 이어지고, 쉽고 편안한 용어를 사용하신 덕분에 철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어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또 교수님의 이야기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철학에 눈뜨는 순간'과 '함께 생각하기' 등의 꼭지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제시된 내용으로 토론 등을 나누어 볼 수도 있도록 구성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시간을 내서 논술을 배우지 않더라도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한다면, 생각하는 힘은 저절로 길러질 듯하다. 

 

가장 인상 깊이 읽은 부분은 행복을 이야기하는 6장이었다. 행복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 낮다는 요즘 아이들이, 행복을 내면에서 찾는 연습을 한다면 삐뚤어진 세상도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몰입과 극복에서 오는 행복을 아이들이 머리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이들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철학이 가장 근본적인 학문이다”라는 말을 10대들에게 그냥 한다면, “개소리” 따위의 비난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네, 맞아요!”라고 느낄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철학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그 모든 학문에 철학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철학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알고 있듯, 철학은 정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이것이 선행된 아이라면 국·영·수의 늪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성적만 좋은 '괴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철학은 처음이야>는 누가 읽으면 좋을까?

1. 내가 누구인지 무얼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

2. '엄마가 시키니까' 공부하는 10대 

3. 사고력이나 논리력을 향상하고 싶은 사람

4. 철학이 뭔지 궁금하지만, 어려운 학문이라 느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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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이지 않아요 신나는 새싹 77
안나 플라트 지음, 리 쇠데르베리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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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의 <기도>라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 '학교 2015'의 OST였다고 하는데, 어느 퇴근길 라 디오에서 듣고 펑펑 울고, 마음이 꽤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작년 겨울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아이가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선생님께 혼날까 봐 울음을 꾹꾹 참고 돌아온 날, 정말 온 마음으로 아이의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아이와 함께 엉엉 울어서다. 다행히 아이도 나처럼 속이 시원해졌는지, 그날 이후 이 노래를 꽤 자주 듣는다. 

 

씨드북의 <나는 보이지 않아요>라는 책을 만난 날, 나는 사하르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세상의 모든 사하르에게 이 노래로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나는 보이지 않아요>는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한 후 점점 '희미'해지는 아이 사하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일러스트만을 먼저 감상했을 때, 아이가 왜 점점 흐려지는지 어쩌다 보이지 않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며 설마 아이가 죽어버린 건가 가슴을 졸였다. 아이가 투명해짐에 따라 배경의 색도 더 어두워지고, 표정도 어두워졌기 때문. 그러다 다시 선명해진 일러스트를 보며 아이가 죽고, 추억으로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라는 상상을 했다. 

 

포스트잇을 뜯어내고 내용을 읽는데 눈물이 울컥 났다. 친구들의 외면으로 투명해지는 아이가 너무 서글펐기 때문이다. 있어도 없는 아이 사하르는 새 친구 시리를 사귀며 다시 색을 찾고, 표정을 찾는다. 어쩌면 어른들은 쉬이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실제 많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외면을 당할 때 자신을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느낀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기에 이 책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더욱이 책의, 도입부에서 사하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했기에, 흐려지는 사하르의 모습이 더 아프게 느껴졌고, 시리를 만난 것이 착각이었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슬펐다. 시리로 인해 아픈 시간들을 잊어가는 모습, 점점 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사하르에게 시리가 나타나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책의 뒤표지에 “혼자서는 투명하지만 함께 있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문장을 읽으며, 어쩌면 이건 세상 모든 아이의 이야기고, 당장 우리아이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폭력이나 왕따에 대해 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관계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어쩌면 이 책은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에게도 시리처럼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나타날거라고, 그러니 혼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너는 투명한 아이가 아니라고, 우리는 너를 보고있다고- 너는 너만의 시리를 만날 수 있다고 손을 잡아주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먼 훗날 사하르는 투명하던 지난날을 까맣게 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대가 길을 잃었을 때, 빛으로 비춰주리. 바람에 마음 흔들릴 때 나 그대의 손 잡아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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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들다 우는 밤 - 홀로 글을 찾고, 다듬고, 엮습니다
홍지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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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쁨과 당신의 예쁨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애쓰지 말자고, 즐거운 마음으로 어서 마감하자고, 그리고 취향이 비슷한 이들이 알아봐 주기를 기다려보자고. 취향에 정답은 없다. 최선이라는 표현도 취향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취향은 당신과 나, 우리 각자의 마음이 흐르는 길이다. 이 세상이 다채로운 건 그 길이 여러 갈래이기 때문이고. 그러니 앞으로는 인기 있는 디자인과 글에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심각해지지 않을 생각이다. 미약하나마 세상의 다채로움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니. (p.119)

 

비가 오면 맞는다. 그 대신 흠뻑 젖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노력에 실패하는 날들이 길어지면 어느 때엔가 또다시 우기가 시작될 것을 예상하면서. 겪어 봤으니 다음엔 좀 더 격렬하게 지날 수 있을 테다. (p.145) 

 

 

사실 이 책은 읽기도 전부터 조금 눈물이 맺혔다. 책의 속표지에, 이 책의 저자이자 '꿈꾸는인생'출판사의 대표님이신 홍지애 작가님께서 “김진희 님의 꿈을 응원하며”라는 말을 적어주신 것. 나는 여전히 꿈을 꾸며 살지만, 20대가 넘어 꿈을 꾸고 사는 사람들을 몽상가 취급하는 닳고 닳은 어른들을 너무 많이 만난 탓인가, 꿈을 응원한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뭉클하더라. 그렇게 이 책은 처음부터 편애의 마음을 가득 담아, '온 마음'으로 읽었다. 

 

나는 작가님이 묘사한 H에도 해당하고, 일과 육아를 하면서도 매일 독서를 하는 '놀랍고 신기한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사람이기에 이 책을 여는 게 꼭 선물상자 같았다. 그래서 면지를 고르는 설렘도, 책을 먼저 읽는 기쁨도, 첫해를 꾸리며 느끼셨던 어려움이나 난관도 각기 다른 맛의 초콜릿처럼 느껴졌다. 평생 마음에 품어온 꿈을 살짝 엿보는 기분으로 작가님이 써 내려간 문장들을 천천히 꼼꼼하게 음미했다. 내 글이 휴지통에 버려질 게 두려워 투고한 번 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투고 메일이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글이 그렇게 힘이 되더라. 

 

사실 이 책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술술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게, 격동의 순간들을 종종 담았지만, 결코 부담되지 않게- 진짜 '완전히 적절하게 담긴' 이야기들이었다. 글 자체도 술술 읽히는 편안한 문체였는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만들어온 전문가답게 그 이야기들의 배치도 탁월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응원을 얻기도 했고, 막연히 꿈만 꾸던 세상의 현실을 만나기도 했다. 정말 '책 읽다 우는 밤'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몇몇 책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책을 만들어 온 시간의 기쁨과 슬픔, 간절함과 행복 같은 온갖 마음이 그대로 뚝뚝 묻어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맞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좋았다. 대표님으로서의 마음이, 첫 독자의 마음이 모조리 담겨있는 그런 책. 그래서 나는 앞으로 책을 읽을 때 책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라도 떠올려보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작가님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말을 곧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고를 투고하겠다고 말이다. 작가님이 지어둔 시리즈 이름에 잘 끼워 맞추어, “그래도, 엄마”, 혹은 “하여간, 육아” 등으로. 이런 마음이 든 것에는 작가님 탓도 있으니 정성껏 읽어달라는 '생떼'과 함께 말이다. '지금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이야기를 찾고 다듬어보겠다는 말을 고대로 믿을 거라고. 

 

작가님 덕분에 나는, 내가 여전히 '꿈꾸는영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덧. 

사실 한 '약국행님'의 책을 읽었을 때부터 '꿈꾸는인생' 책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사랑하는 빨강머리앤이 자신 이름을 소개할 때 'E가 붙은 앤이요'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 따라 하고 싶었지만 내 이름은 너무나 명료해 설명할 필요도 없던 탓에 하지 못했던 말을 이 출판사 덕분에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가운데가 붙은 '꿈꾸는인생'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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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신나는 새싹 194
크레센트 드래곤왜건 지음, 제시카 러브 그림, 김경연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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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널 좋아해. 어떤 사람은 널 사랑해. 

어떤 사람은 지금 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시 너를 좋아할 수 있어. 물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떻든, 넌 좋아할 만하고 사랑스러워. 그걸로 괜찮잖아.

 

 

그림책이 주는 위로를 완전히 믿는다. 역사서를 좋아하고, 인문학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역시나 그림책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도 늘 그림책을 읽어준다. 초등학생이 되며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던 우리 아이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되었던 그림책, <괜찮을까?>를 공유해본다. 

 

<괜찮을까?>는 크레센트 드래곤왜건 작가가 1977년에 출간했던 책인데, 새로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며 우리나라에 선보이게 된 그림책으로, 상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재치와 사랑이 가득한 내용을 담은 특별한 책이다. 선명하고 짙게 표현된 검정과 파스텔 계열로 표현된 옅은 컬러들이 시선을 모으고, 걱정과 불안, 분노 등의 표정을 다소 과장하게 표현함에 따라 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처음 이 책의 일러스트를 접했을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그림체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아이와 엄마의 표정에, 잔잔한 배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이도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안도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괜찮을까, 엄마?”, “그럼, 당연하지”로 시작하는 스토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천둥이 치거나 눈이 오면 어떡할지를 걱정하는 것에서부터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연극에서 대사를 까먹거나까지를 모조리 걱정하는 게 마치 입학을 앞두었을 때 우리 아이의 모습 같아 웃음이 피식 났다. 아이는 “3월에 눈이 왜 오겠어~”하면서 웃기도 하고, 자신이 했던 걱정들을 떠올리며 안도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보통의 경우는 아이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때 “에이, 그런 일이 왜 일어나” 혹은 “일어나지도 않은 거 미리 걱정하지마” 등의 말을 하곤 할 텐데, 아이의 수준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심지어 벌 쏘인 곳에 양파를 문지르라거나 개구리가 한 말(?)을 전해주기도 한다. 어른의 눈에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무겁지 않은 충고로 한결 편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페이지 곳곳에는 다른 폰트로 적힌 문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 내용이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따뜻했다. 신학기를 맞아 나름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을 아이를 위해 읽은 책인데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충분히 사랑스러우니 모두가 널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수하는 순간도 재치있게 이겨내면 된다고, 받았던 사랑은 영원히 머물러 다시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를 토닥이고, 아이도 토닥였다.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공간, 낯선 친구들에 적응하며 온 힘을 다하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를 전하는 책. <괜찮을까?>. 이 책은 분명 아이에게도,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에게도 “그럼 당연하지, 괜찮을 거야”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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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가지러 와! 신나는 새싹 44
길상효 글, 신현정 그림 / 씨드북(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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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고르라면 불고기나 비빔밥도 단연 최고지만, 뭐니 뭐니 해도 1위는 김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본에서 기무치, 중국에서 파오차이 등을 내밀지만, 정통성이란 것은 그런 얄팍한 수로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도가 우리나라 땅인 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정통성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김치를 사랑하고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서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김치를 매일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김치의 매력을 가득히 어필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큰 말 작은 말> 등 많은 저서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시는 길상효 작가님의 <김치 가지러 와>.

일단 제목부터 무척이나 정겹다. <김치 가지러 와>라니! 심지어 신현정 작가님이 그려놓으신 토끼는 마치 친정엄마가 김치 가지러 오라고 전화하시는 폼 같아 웃음부터 피식 난다. 아!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는 꿀팁! 첫 번째는 김치를 담는 과정을 배워보기. 두 번째는 김치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 다양하게 배워보고, 먹어보기. 세번째는 다양한 김치 배워보고. 우리 집에서는 김치 순서 말하기, 김치 이름 맞추기, 어떤 동물이 어떤 김치 요리를 먹었는지 맞추기 퀴즈까지 하며 이 책을 제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김치 가지러 와>는 토끼가 김치를 담그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무려 이틀이나 걸려 김치를 토끼는 온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김치 가지러 와”라며. 그래서 친구들이 돌아가며 칼국수도 해 먹고, 카레랑도 먹고, 쌀밥에 김치를 죽죽 찢어 먹고, 볶음밥도 먹고, 김치찌개도 먹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에게 김치를 한 포기씩 싸준다. 그 많던 김치가 똑 떨어져 맨밥을 먹으려는 순간! 친구들이 담아온 다양한 김치가 토끼를 행복하게 만든다. 

 

아기자기하고 익살 넘치는 그림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매우 다양한 배울 거리가 숨겨져 있어 더욱 좋다. 가장 먼저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담는 노력, 다양한 종류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 특히 인상적인 것은 김치가 익어가는 시간에 따라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김치라는 음식의 매력을 매우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장 멋진 점은 그것을 나눠 먹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것. 요즘처럼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세상에 점점 잊혀가는 정을 되새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또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긍정 효과를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책, <김치 가지러 와>. 아이들과 책을 읽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해 먹다 보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김치를 사랑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아! 한국에 살기 시작한 외국인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다! 한글 공부와 김치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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