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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이지 않아요 ㅣ 신나는 새싹 77
안나 플라트 지음, 리 쇠데르베리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윤하의 <기도>라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 '학교 2015'의 OST였다고 하는데, 어느 퇴근길 라 디오에서 듣고 펑펑 울고, 마음이 꽤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작년 겨울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아이가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선생님께 혼날까 봐 울음을 꾹꾹 참고 돌아온 날, 정말 온 마음으로 아이의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아이와 함께 엉엉 울어서다. 다행히 아이도 나처럼 속이 시원해졌는지, 그날 이후 이 노래를 꽤 자주 듣는다.
씨드북의 <나는 보이지 않아요>라는 책을 만난 날, 나는 사하르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세상의 모든 사하르에게 이 노래로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나는 보이지 않아요>는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한 후 점점 '희미'해지는 아이 사하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일러스트만을 먼저 감상했을 때, 아이가 왜 점점 흐려지는지 어쩌다 보이지 않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며 설마 아이가 죽어버린 건가 가슴을 졸였다. 아이가 투명해짐에 따라 배경의 색도 더 어두워지고, 표정도 어두워졌기 때문. 그러다 다시 선명해진 일러스트를 보며 아이가 죽고, 추억으로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라는 상상을 했다.
포스트잇을 뜯어내고 내용을 읽는데 눈물이 울컥 났다. 친구들의 외면으로 투명해지는 아이가 너무 서글펐기 때문이다. 있어도 없는 아이 사하르는 새 친구 시리를 사귀며 다시 색을 찾고, 표정을 찾는다. 어쩌면 어른들은 쉬이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실제 많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외면을 당할 때 자신을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느낀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기에 이 책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더욱이 책의, 도입부에서 사하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했기에, 흐려지는 사하르의 모습이 더 아프게 느껴졌고, 시리를 만난 것이 착각이었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슬펐다. 시리로 인해 아픈 시간들을 잊어가는 모습, 점점 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사하르에게 시리가 나타나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책의 뒤표지에 “혼자서는 투명하지만 함께 있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문장을 읽으며, 어쩌면 이건 세상 모든 아이의 이야기고, 당장 우리아이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폭력이나 왕따에 대해 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관계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어쩌면 이 책은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에게도 시리처럼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나타날거라고, 그러니 혼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너는 투명한 아이가 아니라고, 우리는 너를 보고있다고- 너는 너만의 시리를 만날 수 있다고 손을 잡아주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먼 훗날 사하르는 투명하던 지난날을 까맣게 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대가 길을 잃었을 때, 빛으로 비춰주리. 바람에 마음 흔들릴 때 나 그대의 손 잡아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