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히브리스 - 인류, 그 거침없고 오만한 존재의 짧은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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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유럽인들이 17세기 남아프리카를 차지하기 전에 아프리카 외부에서 이곳에 이르는 유전자의 흔적이 오랫동안 있었다. 지구상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인간의 개체군의 흔적 말이다. (p.201)

 

인간이 단 한 번 이룬 성공의 역사가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는 한 기관, 우리의 양쪽 귀 사이에 있는 뇌 덕분이라면, 인간의 뇌와 이러한 존재의 생물학적 체계는 서로 대립할 것이다. 우리의 본성에는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낫게'라는 논리로 움직이는 우리 문화에 정의가 들어설 자리는 많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한 결과이자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p.296) 

 

 

얼마 전 읽었던 한 책에서 인간의 역사를 우주의 시간으로 본다면 14초가량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14초 동안 문명을 만들고, 살고, 전쟁하고, 죽고 등을 반복하며 오늘날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소한 것에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덧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시계는 우주의 그것과 다르기에 인류의 역사는 14초'가 아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과함께'의 『호모 히브리스』에서 역시 인류의 역사를 '짧은 역사'라고 표현하지만 '거침없고 오만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류의 승전보만을 전하지는 않지만, 파괴적인 속도로 진화해왔던 인류의 모습을, 더불어 전 세계가 멈추어버렸던 순간을, 그리고 그 시간들을 딛고 앞으로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하고 있기에 이 책은 분명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호모 히브리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멈추어버린 세상을 보며, 끝없는 진화를 해온 인류나 엄청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쌓아온 현대문명이 '왜' 무력한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책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오만과 과신'으로 바뀌어버린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호모사피엔스가 빙하기나 화산폭발, 식량의 고갈이나 맹수의 공격 등을 딛고서도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류가 급진적인 발전을 해나간 과정을 그린다. 오늘날에 가까워지며 인류를 공격하는 대상이 맹수 등의 일차원적 공포에서 바이러스 등으로 바뀌며 인류는 『호모 히브리스』로 변했다는 주장을 코로나팬터믹이나 흑사병 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호모 히브리스』의 이야기를 전부 수긍하는 처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과도한 발전과 과욕으로 인해 지구도 인류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저자가 말함은 새로운 진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리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다. 

 

솔직히 전혀 쉬운 책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호모 히브리스』는 어렵다. 학명도 계속 등장하고 과학용어도 계속 나온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 책은 읽어야 할 의미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끝없이 발전과 도약을 이뤄온 인류가 -인공으로 신체 기관을 만들어내고, DNA를 복제하는 등의 발전을 이루어온 인류가- 바이러스에 발을 묶여버린 것은 분명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쉼표 삼아 다시 발전을 이어가라는 것인지, 이제 적정선을 지키며 인류애를 키워나가라는 것인지 감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류를 『호모 히브리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적어도 내가 그런 오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극단적 단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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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
스텔라박 지음 / 부크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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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익숙한 것들도 너에겐 이렇게 신기하고 새로운 걸 보니

새롭다는 감정은 참 값진 감정인 것 같아.

살면서 처음 경험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잖아. 

그러니 숨기지 말고 그때에만 느껴지는 유일한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해도 좋아. (p.117)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라는 스텔라 박 작가님의 일러스트와 고운 문장이 모인 예쁜 책이다. 달콤한 간식과 과일, 귀여움이 가득한 동물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도 분명 좋지만, 이렇게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책도 좋다. 

 

(그리고 일단 너무 귀엽잖아, 일단 너무 예쁘잖아~)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라는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것이 첫 번째 포인트. 색연필로 부드럽게 그려진 동물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촘촘히 채워놓은 배경을 관찰하다 보면 그 안의 숨은 이야기들이 소곤소곤 드리는 기분이 든다. 아이는 이 책을 넘겨보며 무슨 상황일지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동물들이 무얼 먹는지, 기분이 어떤지 맞춰보며 즐거워했다. 혹시 일러스트를 연습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의 일러스트를 공부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동물들의 특징, 배경의 상세함, 표정이나 색감의 따뜻함 등 넘침도 치우침도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의 두 번째 매력은 편지처럼 적힌 문장들을 읽는 것. 많아도 20줄가량의 짤막한 글들이 소개되는데,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마음이 따뜻해졌다. 캘리그라피로 따라 쓰기 좋은 문구들이 가득해 내 손이 바빴다는 후문~

 

사실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의 한 페이지를 읽는데 문득 아이 생각이 나서 코가 시큰했다. 분명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하는 손짓하나 말 한마디를 다 대견하다 여기고, 기록하고 칭찬을 했는데 나이가 커가며 점점 칭찬해도 박해지고 대견하다는 감정도 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나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것도 아이에게는 다 낯설고 새로울 수 있음을 또 한 번 생각했다. 

 

『오늘도 반짝이는 행복을 줄게』를 읽으며 눈과 마음을 환기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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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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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좀 그만해”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참 편할 것이다. (...) 좀처럼 떼어낼 수 없는 이 끈적거리는 생각들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떼어내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일뿐더러 오히려 더 들러붙는다. 그런데도 계속 떼어내려 애쓴다. 당신이 이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그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체로 생존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들이니까. (p.51~53)

 

 

솔직히 이 책,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다. 뭐야 누가 나 지켜보고 있나? 요즘은 많이 내려놓아 덜하지만, 한때의 나는 주변 사람들이 다 걱정을 한마디씩 할 만큼 뭐든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 일도 잘해야 하고, 애도 잘 키우고 싶고, 살림도 잘하고 싶고, 책도 더 많이, 잘 읽고 싶고. 그 결과? 나는 여러 군데가 아팠고 결론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게 막상 일을 그만뒀더니, 그렇게 잘하고 싶던 육아도 살림도 정말 내 능력 밖의 일이더라. 그래서 나는 그냥 아이랑 같이 책이나 읽고, 엄마 반찬을 얻어먹고 (혹은 사 먹고) 햇빛이나 쐬러 다니는 한량이 되기로 했다. 그랬더니 나는 거짓말처럼 행복해졌다. 

 

혹시 지금 자신이 제일 못난 것 같거나 너무 지쳐서 아무런 힘도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 책,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을 만나보시면 좋겠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이 책은 숨차게 살아낸다고 해서 완벽해지지 않음을, 오히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도 마음만 바꾸면 완벽하게 행복해짐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 교수와 불안장애 센터 연구원이 쓴 책이라 딱딱하고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과는 술술 읽히는 내용이 가득했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장에서 완벽주의는 늘 지는 게임이라고 독자들을 깨고(?)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그래서 책이 더욱 술술 읽히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지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지는 것도 (=완벽하지 못한 것도) 덜 억울할 기분이랄까. 두려움을 다루는 법, 불편한 감정을 관리하는 법,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법 등 당장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비법들이 줄줄 이어졌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의 순서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 게, '선택'이 가장 뒤에 배치된 점이었다. 마치, 자 이제 어쩔래? 아직도 불안해하고 힘들어할래? 라고 물어주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를 위한 선택, 조금 더 내 마음에 닿는 선택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중 '완벽하지 않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내용이 한 줄 한 줄 공감 가득해서 다이어리에 촘촘히 옮겨적었다. 느낌은 어차피 크기로 나타낼 수도 없고 타인이 내 느낌을 평가할 자격도 없기에 그저 내가 유효한지 하지 않은지를 선택하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또 '자기친절의 쓸모'를 읽으면서는 유달리 스스로 냉정한 우리나라의 정서가 떠올라 많은 이들이 이런 내용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한숨 쉬는 것도 습관이라는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불안함도 느끼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다 불안해졌었고, 어느 날 불안하던 것들을 다 내려놓고 나니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오히려 내 어깨가 가여워졌다. 그래서 그 마음대로 되지 않던 말을 내가 당신들께 하기로 했다.

 

“걱정 좀 그만해” 그러나 한마디 더. “당신은 지금 이대로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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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을 볼 때
릴리 베일리 지음, 천미나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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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빠는 알까? 엄마는 오늘 진단 결과를 아빠한테 알리려나? 직접 물어보려다가 계속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빠가 다 알면서도 아무 연락이 없는 거라면, 견딜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반짝이는 탁자 위로 손을 뻗으며 내 손을 잡았다. “엄마가 미안해, 베니”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실에서보다 훨씬 작은 목소리였다. 마치 긴 터널 끝에 숨어있는 사람처럼 작고도 멀게만 들렸다. “엄마가 전부 다 미안해” (p.170)

 

 

사람은 누구에게나 집착하는 포인트가 있다. 나같은 경우는 책에 절대 낙서를 하거나 모퉁이조차 구기지 않는다. 독서를 할 때 꼭 손을 씻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독서를 한다. 책을 섬기는(?) 나는 미친 사람일까, 아니다. 그저 살짝 심하게 소중히 하는 것일 뿐, 다른 누구에게라도 각자의 포인트들이 하나씩 있을 테다. 그것이 조금 더 심한 이들에게 우리는 “강박증”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한빛에듀의 신간 소설, 『파란색을 볼 때』는 강박증을 앓는 벤의 이야기다. 4분 동안 이를 닦고, 4번 씻고, 가방을 네 번 싸는 등 숫자 4에 강박을 보이며, 변화를 싫어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 

 

청소년들 대상으로 쓰인 소설임에도 『파란색을 볼 때』를 읽는 내내 강박이나 불안에 대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강박이나 불안은 왜 시작되며,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 또 강박이나 불안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그것들을 잘 조절하여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등의 생각이 오갔다. 그만큼 『파란색을 볼 때』는 감정의 변화나 심리상태를 매우 자세히 다루어 어른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10대는 자신만의 불안을 품고 산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일 때로 강박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파란색을 볼 때』가 많은 학생에게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벤처럼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다면, 언젠가 에이프릴같은 존재가 나타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반대로 누군가에게 에이프릴같은 존재가 되어주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부모도 마찬가지다. 만약 아이가 벤처럼 감정의 소용돌이안에 있다면,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부모가 아닌, 믿어주고 손 내밀어주는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서라도 부모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로부터 “난 아빠가 필요했어요. 난 아빠가 필요했다고요!”(p.358)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지 않나. 

 

사람이 살아가며,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하나만 있어도 행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그 행운은, 세상이 각박할수록 얻기도 힘들고 더 귀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파란색을 볼 때』를 읽으며 누군가의 선한 말 한마디가,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느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참 슬프다. 다시는 벤이 파란색에서 적막을 느끼지 않기를. 또 삶을 살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지만, 세사의 모든 벤 들이 천천히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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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 2023 볼로냐 아동 도서전 Beauty and the World 선정작
빅터 D.O. 산토스 지음, 안나 포를라티 그림, 김서정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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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여러분이 아는 그 무엇보다 오래 전이요. 

나는 어디에나 있어요.

모든 나라, 모든 도시, 모든 학교, 모든 집에. 

나는 누구일까요? 

 

 

당신은 '나'가 누구인지 눈치채셨나요? 사실 저는 단숨에 눈치채지는 못했어요. 처음엔 하나였으나 모양도 소리도 달라졌다는 말을 읽고서야 “아!”하고 무릎을 '탁' 쳤죠. 그런데 아이는 저보다 더 빠르게 이것이 '글씨' 혹은 '말'이라도 대답을 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했냐는 저의 질문에 아이는 부드럽거나 날카롭고, 사랑을 줄 수도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 '말'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의 주인공은 말입니다. 사랑을 보여줄 수도 있고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은 아마 처음 만날 때보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때 더욱 멋지다고 느끼실 책입니다. 평소에는 그림책을 읽을 때 글씨를 가리고 그림을 먼저 감상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림을 펼쳐주고 천천히 글씨를 읽어주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내용'에 더 깊이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언제 태어났고, 어떤 모습을 가지며,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갈 수 있는지 오롯이 받아들이길 바랐습니다. 

 

아이에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를 읽어주며 사실은 몇 번이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어와 함께 사라져가는 문화, 상처를 줄 수 있는 말 등이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어가 많아지면 세상이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닿았습니다. 남보다 잘나기 위해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먼저 배우는 이상한 나라, 더 빨리 간편히 말하기 위해 자꾸만 줄여지는 고운 한글 등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를 통해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우리의 말과 글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지고 지켜졌는지를 가르쳐줄 수 있어 기쁩니다. 이 책과 함께 위인전 '세종대왕'을 읽고, 조선어학회에 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한글을 더 예쁘게 쓰도록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나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언어를 더 아름답게 쓰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김이나 작사가의 첫 번째 추천도서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말을 붙이지 않아도 혼자서도 빛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어'라는 소재 자체로 충분한 가치와 감동, 생각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은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소비하고 당연하게 지나치고 있을까요? 우리의 말이, 우리의 한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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