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깊은별 지음 / 담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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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예전의 자네로 돌아가고 싶은가?”

의외로 대답은 금방 나왔다.

“아니요, 저에게 집중해야죠.” (p.100) 

 

별을 바라보는 뒷모습과 제목만 적힌 표지만으로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저 “표지 예쁘다”가 나의 첫인상이었을까. 수많은 별 중, 왜 하필 『별똥별』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책을 펼쳤다. 

 

『별똥별』은 주인공의 20대에서 30대까지를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첫 이미지는 “무엇이나 열심히 하지만 주인공이지 않은 삶”을 사는 느낌이었다. 선배의 선거운동을 열과 성을 다해 이어가지만, 당선 후에는 처음과 달리 의욕을 잃기도 하고, 권위의식에 찌든 부도덕함에 참을 수 없어 하기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딘가 찌그러진 현대인 같이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교수와 주고받는 대화들로 스스로의 삶에 질문과 답을 찾으며 성장해나간다. 성장의 과정에서는 뼈아픈 슬픔을 겪기도 하고 소외당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자신이 바라던 방향을 향해 걸어가게 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부족함, 그 두 가지 모두를 쥐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별똥별』의 주인공을 보며, 많은 이들은 동질감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별똥별』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을 발견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스스로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품게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소설의 끝자락에서 치솟았던 감정들이 다른 절차가 아닌 “별똥별이 쏟아지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불특정한 타인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깨닫고 해소되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던 힘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혹시 『별똥별』은 태섭이 형처럼 흔들리는 청춘들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어둠 속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빛으로 이어질 날을 응원하는 마음 말이다. 

 

사실 평생을 『별똥별』은 “지는 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선입견이 이 책의 내용을 가늠하지 못하는 장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봤다. 어쩌면 『별똥별』은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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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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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삶의 근육이다. 

사람은 느리게 사는 능력을 잃을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p.172) 

 

 

어쩌다 보니 9월은 내내 바빴다. 연휴가 길어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지 했는데, 아이가 아파 책에 집중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딱 한 권, 완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딱 한 권만 오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내내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했던 책,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노르웨이 국민의 인생책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소개한다. 

 

『인생의 의미』는 토마스 힐란드 에릭 센 작가의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작가님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수많은 학교의 “교과서”로 쓰일 만큼 사회인류학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고 한다. 굳이 이 책을 설명하자면, '플라톤과 몽테뉴, 다윈과 모차르트를 넘나드는 삶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창의적인 담론'이라 기록하겠지만, 사실 이 책은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라는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곱씹으며 읽어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등의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무척 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깊이 헤아리지 못한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요즘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부분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던 고민에 새로운 방향의 답을 제시하는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각 장을 읽으며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기록하다 보니, 꽤 많은 문장을 수집했더라. 그래서 다시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반드시 마음에 남겨둘 문장들을 선정했는데, 그 문장들끼리 긴밀함을 가지고 있어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한동안 고민하던 것들이 다 같은 선상에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 책이 더디 읽힌 것은,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꾸만 쉬어 읽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에 품었던 고민이 답을 찾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게 딱 필요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고민하느라 힘듦을 자처해왔던 삶이 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 과정에서도 나는 성장했어”하는 깨달음을, 늘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조바심에 “결핍이 없으면 바라는 것도 없어져”하고 위안을 주었다. 자꾸만 다시 조급해지는 내게 “겨우 한 박자 늦춰놓고 왜 이렇게 안달인 거야. 제대로 잘 느리게 가보는 거야” 하고 다스리기도 했다. 또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들여다보고 선택하라고 따끔히 충고하기도 하며, 『인생의 의미』는 내게 수많은 해답과 수많은 물음표를 안겨주었다. 

 

어느새 2024년도 저물어가는 지금, 『인생의 의미』는 내게 올해를 돌아보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도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볼 힘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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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나랑
린다 수 박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김겨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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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어린아이 대부분은 “애서가”다. 특히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책을 자주 접하고, 도서관도 동네마다 워낙 잘 되어있어서 (움직이는 도서관, 배달하는 도서관까지) 대부분 어린이는 책을 사랑한다. 안타깝게도 크면서도 애서가인 아이들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 슬프지만, 성인 애서가의 대부분도 “어린이 애서가” 출신들이 더 많지 않나 생각해본다. 우리 집에도 두 명의 애서가가 산다. (이런 집에서 여전히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정말 뚝심 있다.) 오늘은 우리 집 애서가들을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든 그림책, 『책이랑 나랑』을 소개해보려 한다. 

 

아마 전국의 애서가들이 『책이랑 나랑』을 만난다면 분명 사랑에 풍덩 빠지게 될 것이니, 일단 장바구니부터 담고 리뷰를 읽으시면 좋겠다. 

 

『책이랑 나랑』은 아시아계 최초 뉴베리상을 받은 '린다 수 박' 작가와 칼데콧상을 3회나 수상한 '크리스 라쉬카' 작가님의 그림책으로, '책과 독서에 대한 가장 사랑스러운 찬가'라는 수식어가 찰떡같이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심지어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님의 번역에 '창비'가 만들었다니! 책 좋아하는 이들은 일단 귀가 쫑긋해질 조합 아닌가. 나 역시 이 조합만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이 책을 펼쳤고, 한장 한장 넘기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더라. 정말 한 줄 한 줄 공감되는 말이라서, 또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이건 내 책이에요”로 시작하는 『책이랑 나랑』은 책과 어디든 동행을 하고, 거의 모든 생활을 함께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책 좋아하는 꼬맹이들이 한번쯤은 그렇듯 강아지에게도, 금붕어에게도 책을 읽어준다. 그뿐인가. 소파에서도, 화장실에서도, 현관에서도, 벤치에서도,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는 말에 웃음이 피식 났다.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은 “나는 책과 함께 아주 먼 곳을 여행하고 있거든요”였는데, 아이도 이 말이 너무 멋지다고 공감을 해주더라. (역시 나의 단짝!) 그렇게 이 책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장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아이와 혹은 책 수업 등에서 여럿이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맞아”하는 공감의 소리로 가득해지리라. 그만큼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책이랑 나랑』의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크리스 라쉬카 작가님 특유의 색감과 표현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고, 각각 페이지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내용도 일러스트도 온전한 공감하고 행복해지는 책이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아 『책이랑 나랑』가 더욱 좋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반대로 아직 책의 재미를 배우지 못한 꼬마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책에 어떤 재미가 들어있길래, 이렇게 좋다는 거야?”하는 마음이 들도록 말이다. 

 

어느새 책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이번 가을은 부디 길어서 공원에서 책을 즐길 날들이 많기를 바라보며- 전국의 책 친구들에게 『책이랑 나랑』을 추천해 드린다. 여름 무더위에 살짝 느슨해졌던 책 사랑이 다시 쫀쫀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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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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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핫하면서도 냉철하고 까칠한데 따뜻하고, 꼰대같지만 털털한 글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즐거운 어른』을 읽으며 열댓번은 작가소개를 다시 읽었다. 1978년생이라고 해도 놀라울 판단력과 솔직함, 기상천외한 말들과 웃음이 빌빌 나올 것 같은 소재들이 무려 “1948년생”, 만 76세 쥐띠 할머니의 글이라니!! 어떤 수식어를 써도 부족한 에세이. 차가운데 안 차갑고(?), 까칠한데 안 까칠하며(?), 꼰대인데 안 꼰대인(?) 에세이, 『즐거운 어른』를 소개해본다. 

 

 

1. 분명 차가운데 핫해

나는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하고, 사촌들끼리 얼굴이라도 볼 작정이라면 설날은 참석하겠다고 그야말로 선언을 한 것이다. (...) 부산항대교를 지나면서 “나는 자유다”라고 크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렇게 했다. (p.23) 

유방암 검사하는 사진을 찍을 때 엄청 아프게 꽉 눌러서 찍는 바람에 비명이라고 지르고 싶었는데, 보형물을 넣은 사람은 어째야 하나 걱정이 다 되네. (p.57) 

 

『즐거운 어른』의 작가님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문장력을 가졌다. 얼마나 많이 읽고 쓰면 이런 노련함이 묻어나게 될까. 작가님은 매일 목욕탕에서, 목욕은 안하시고 필살기라도 연마하신 것처럼 문장 한 줄 한 줄 강력한 한방이 들어있다. 그래서 독자의 마음도 화가 식기도 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도 한다. “70살 되도 그림책 읽는 할머니”가 내 장래희망이었는데, 거기에 한 줄을 더하기로 했다. “70살 되도 글도 쓰는 그림책 읽는 할머니”말이다. 

 

2. 까칠하고 따뜻해. 

그들이 아무리 대단한 것을 인류에게 남겼다 하더라도 잘못한 일에 대해서 욕 정도는 해줄 수 잇는 나이란 말이지. 에라이 이노무 자슥들아! (p.44) 

그런 날들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좋았던 날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p.174) 

 

사실 몇몇 문장들은 괜히 조금 울컥했다. 얼마전 아이에게 “행복한 날들을 많이 모아두어야, 힘들 때 야금야금 꺼내먹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마치 “그래, 잘 해내고 있어”하고 등을 토닥여주시는 것 같달까.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쟁이할머니의 국밥집에 왜 가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아 작가님이 욕쟁이란 말은 아니다. 겉이 까칠해도 속이 따뜻하다는 소리다) 

 

3. 쿨과 꼰대, 그 사이의 “할언니”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너 아무도 안 쳐다봐!”이다. 내가 다 퍼트렸다. (p.203) 

일반인들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돈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고 야단법석이다. 성형을 하고 피부관리를 하고 식스팩을 만든다. 우리는 지금 나로서 사는 일보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나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p.65) 

 

사실 나는 읽는 내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젊은이들보면 꼰대라고 하겠구나”하는 포인트도 만날 수 있었고, 나보다 더 쿨하시다는 생각이 든 문장도 많았다. 진짜 『즐거운 어른』를 읽는 내내 웃고 울고, 공감하고 속시원해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 나오더라. 아무 생각하지않고 풍덩 빠져 읽을 수 있는 책, “진짜 어른”이 빼곡하고 부지런히 살아온 삶의 통찰을 만날 수 있는 책, 『즐거운 어른』였다. 

 

정말 이 책은 만나봐야 매력을 아니, 『즐거운 어른』를 제발, 부디, 꼭 만나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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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 이지북 어린이
이철환 지음 / 이지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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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는 점으로 콕콕 찍어 색과 빛과 모양을 빚어낸 듯한 신비로운 그림책이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그림책이라 그런지, 당장이라도 모래처럼 흐를 것 같고, 당장이라도 손끝에 색이 묻어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일러스트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읽은 기분이 든다. 가만히 일러스트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의 시선, 고양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나도 바닷가 마을 어딘가에 앉아 그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작가의 경험담을 담은 『등대와 엄마고양이』는, 바닷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 가족의 생이별을 이야기한다. 죽어가면서도 자식들을 품었던 엄마 고양이를 “등대”라고 표현하며, 엄마는 영원히 자식들을 비추는 등불이라고 표현한 찡한 그림책이다. 

 

일러스트도 멋지지만, 『등대와 엄마고양이』의 진짜 매력은 담담하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주는 마음이다. 작가님은 스토리에 파도라도 심어두셨는지, 분명 담담히 경험담을 읊기만 하는데도, 여러 감정이 마음에 와서 부딪힌다. 파도의 크기가 다를 뿐 아이 역시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는지, 슬픔과 화가 동시에 느껴진다고 하더라. 길에 사는 동물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슬픔과 유기되는 동물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아이도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싶어졌다. 책임감 있게 길러줬더라면, 엄마고양이가 죽지도 않았을 것이고 새끼고양이들이 고아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마음이 아파서 책이라도 안아줘야겠다는 아이의 모습이 찡했다. 

 

그런 아이의 순수함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나도 아이를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겠다고, 늘 아이의 등 뒤에서 응원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아이가 슬플 때, 잘 이겨내도록 바라봐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아이가 잠든 후 『등대와 엄마고양이』의 일러스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 펼쳤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엄마의 시집살이가 너무 고돼서, 하느님이 우리들은 좋은 시댁에 시집가게 해주셨어. 그러고도 남아서 엄마 며느리도 좋은 시어머니 만났네”라는 딸들의 농담에 “엄마가 시집살이했어도 너희가 사랑받고 편하게 살아서 다행이네”하는 우리 엄마와 엄마고양이가 겹쳐 보이는 것은 지나친 감상일까. 『등대와 엄마고양이』는 그림책인데도, 나에게 이런 깊은 잔상을 남긴다. 엄마의 사랑은 원래 이렇게 코끝이 시린 것일까. 

 

풍부한 색을 만들고자 점을 수십만 개 찍어 색을 만든다는 점묘화. 어쩌면 『등대와 엄마고양이』는 그 점만큼이나 무수한 감정들의 조합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자아와 감정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주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한가지 감정만으론 올바른 나를 만들어갈 수 없듯, 슬픔과 이별에서도 분명 배우는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림책, 『등대와 엄마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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