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숲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이현영 지음 / 고래뱃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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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곰의 한줄평 - 이토록 귀여운 그림체에 반전의 감동 스토리!

아기곰의 한줄평 - .마음이 찌릿찌릿한데 슬프고도 감동적이야. 엄마, 천천히 하얀숲이 되세요. 

 

 

혹시 아기곰의 한줄평에서 『하얀숲』이 무엇인지 눈치챘을까? 너무나 귀여운 그림체때문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하얀숲』에 뒷통수를 맞고 콧물을 훌쩍이며 읽은 사람, 바로 나다. 처음 『하얀숲』, 심지어 작가님의 따끈따끈한 사인(찹쌀이가 진짜인지 문질러보는 바람에 살짝 번졌다. 힝~)이 그려진 『하얀숲』의 표지를 들고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아이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친구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결론지었는데! 그것보다 한층 진한 반전의 감동스토리가 들어있을 줄이야. 특히 엄마가 아이를 키워주시는 덕분에 3대가 일상을 채워가는 우리집에서는 완전한 “눈물의 그림책”이 되어버렸다. 

 

먼저 『하얀숲』의 일러스트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표지에서 살짝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하얀숲』은 흑백의 그림책이다. 우리는 흔히 컬러가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얀숲』을 보면서는 어쩌면 색은 그저 도울 뿐, 이야기가 가득 들어찬 그림은 색깔 그 이상의 강렬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검정과 하얀색, 그 두가지만으로도 이토록 풍성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음이 놀라울만큼 한 장 한 장, 감상할 포인트가 가득했다. 만약 어린 아이와 『하얀숲』를 읽느라 명암의 깊이를 느끼지 못할까 걱정하신다면, 그것은 기우다. 일러스트 군데 군데 아이들도 발견할 여러가지 재미와 요소들이 숨어있으니, 온 마음을 하얗게 비우고 『하얀숲』을 만나실 것. 그저 이 책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작가님께서 여러 이야기를 채워주실테니 말이다. 

 

우리 아이 역시, 여러 생명체의 엄마와 아이들을 감상하고, 우리의 경험을 일러스트에 빗대어 떠올리기도 하며 『하얀숲』을 완벽히 즐겼다.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반짝”이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이 책을 감상하는 내내 우리 아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귀여운 요소가 가득한 일러스트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하얀숲』의 정체를 만나야 할 차례. 어느날 숲에 자라난 “하얀잎”은 검정칠을 해봐도, 가위로 잘라보아도, 있는 힘껏 뽑아보아도 그 자리예 자라났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그대로 두어도 괜찮아.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란다”라고. 맞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뜻인 『하얀숲』은 바로 흰머리다. 우리에게는 함께 한 멋진 날이 많고, 시간이 부지런히 흐르는 것처럼- 사람에게 생기는 『하얀숲』은 어쩔 도리가 없다. 정말 시간이 흐른다는 뜻이니까. 어느새 아이는 엄마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듯 엄마의 속도는 점점 늦어진다. 하지만 함께 한 추억들은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것. 

 

책을 읽은 날-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는 지금 나보다 더 슬프겠다. 엄마와 할머니의 숲은 조금 더 하얗잖아. 그러니까 더 많이 함께 해야 해”라는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엉엉 눈물이 났다. 먹고사느라,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잊고 살지만 나도 여전히 우리엄마의 아이임을 잊고 살았다. 그러는 사이 엄마이 숲은 『하얀숲』이 되어간다. 이미 내 머리에도 하얀풀이 나기 시작했는데, 정작 우리 엄마의 『하얀숲』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우리 아이의 말처럼, 작가님의 말처럼- 나와 아이의 하루가, 나와 엄마의 하루가 더 반짝반짝한 이야기가 되도록 부지런히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우리의 『하얀숲』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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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완벽해! 제제의 그림책
론 케레스 지음, 아서 린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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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독서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밑줄도 긋고 형광펜도 칠하며 완벽히 즐기는 타입? 혹은 구겨지기라고 할까 조심조심 깨끗하게 읽는 스타일? 저는 완전한 후자입니다. 절대 줄은 긋지않고 메모는 상상도 할 수 없죠. 구겨질까 조심스럽게 얹어두고 읽는 편이고, 인덱스가 끈적히 남기라도 할까봐 손등에 두번쯤 찍은 다음 붙입니다. (물론 당연히 독서기록 후엔 떼내죠. 띠지가 찢어지는 것도 싫어 조심조심 벗겨두고 다시 씌우기도 하죠. 아! 책읽기 전에 손씻기는 당연한 일! 뭐, 각자의 취향이니 전자가 맞다 후자가 맞다 판단내릴 수 없으니 그저 “취향존중”하는 걸로 해두기로 해요. 『이 책은 완벽해』에 등장하는 개구리, 깨굴이도 후자인가봅니다. 

 

보통 미끌미끌하고 꼬질꼬질한 게구리와 달리 깔끔한 우리의 깨굴이는 책도 무척이나 깨끗하게 본 덕분에 가장 아끼는 책은 『이 책은 완벽해』라는 칭찬을 종종 듣는다고 해요. 책이 어찌나 깨끗한지 감동을 받을 정도라고. 우리의 깨굴이는 이 완벽한 책을 볼 준비가 되었다면 따라오라고 자신만만합니다. 그런데 맙소사! 우리의 어린이 독자들은 깨굴이와 다른가봅니다. 치즈 맛 과자를 먹으며 책을 펼치기도 하고, 포도주스를 흘리기도 하죠. 맙소사, 풍선껌도 등장했네요. 어질어질해진 깨굴이는 소중한 책을 더럽힌 것들을 떼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더럽혀진 책은 오히려 흐물흐물, 엉망친창이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파리까지. 파리를 보고 기겁하는 우리의 깨굴이를 도와 어린이 독자가 팍! 쳐주려고 하지만 깨굴이는 책에 얼룩이 질까봐 반대하죠. 그러다 문득,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어린이 독자 덕분에 자신이 잡아먹으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더럽지만 개구리에게는 완벽한 식사가 파리라는 사실과 함께요. 그리고 책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과, 언제든 다음 장으로 넘겨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우게 됩니다. 

 

사실 엄마는 『이 책은 완벽해』를 처음 읽었을 때, “킥”한방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책을 사랑하는 깨굴이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지만, 기막힌 반전하나쯤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는 깔깔 웃으며 바로 첫장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꼭 나랑 이야기하는 책 같아”라고 하며. 그때 엄마는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완벽해』의 진짜 완벽한 비밀은, 아이들이 책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네, 맞습니다. 『이 책은 완벽해』의 화자는 계속 대화체를 사용합니다. 마치 아이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말투이기때문에 실제 아이는 보다 입체적으로 이 책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 우리 아이보다 훨씬 어린아이들도 개구리에게 척척 대답을 하며 『이 책은 완벽해』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완벽해』는 그렇게 입체적인 책이니까요. 깨굴이와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완벽한 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실컷 수다를 떨다보면 우리 아이가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고, 책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알게 되기도 하죠. 책에 낙서를 하면 안돼, 음식을 먹으며 책장을 넘기면 안돼, 빌려온 책을 찢으면 안돼- 백번 바르치는 것보다 『이 책은 완벽해』같은 책을 한번 읽는 것이 더욱 완벽한 교육이 된다는 것은 아마 모든 엄마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이 특별한 개구리를 이제 만났을 뿐. 

 

『이 책은 완벽해』의 일러스트 역시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게 충분합니다. 익살이 가득한 표정, 강조된 텍스트 등을 따라 즐기다보면 그저 깔깔 웃으며, 진짜 특별한 책이 무엇인지 절로 깨닫게 되죠. 『이 책은 완벽해』는 아이가 스스로 즐기는 책입니다. 정말, 완벽한 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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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초록색 병
아르투르 게브카 지음, 아가타 두덱 그림,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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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디, “초록색 병”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줄어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술. 나 역시 한두 잔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술이 약하다 보니 소주를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너무 슬픈 날은 술을 먹지 말 것.” 물론 20대에는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술을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고”는 슬픈 날에 마신 술에서 일어나더라. 그런데 이번에 읽은 그림책, 『아빠와 초록색 병』을 읽으며 더욱 술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만약 나처럼 가볍게 술을 즐겨온 사람들도 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어보시면 좋겠다. 서서히 우리를 중독시키는 악마에 대한 말이다. 더불어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신 분들은, 부디 제발 이 그림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아빠와 초록색 병』속의 아이 표정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초록색 병에 갇히기 전에 끊어낼 수 있기를, 당신의 아이가 그런 표정이지 않기를 말이다. 

 

『아빠와 초록색 병』의 표지에서부터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볼 수 있겠다. 술과 “가정폭력”을 다룬 그림책을 몇 번 감상했던 터라 그런 상상을 했지만, 『아빠와 초록색 병』의 폭력은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그로 인해 가족들의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는 폭력.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더라도 가족을 멍들게 만드는 알코올중독, 혹은 알코올 의존증을 다루고 있다. 그림책치고는 꽤 텍스트가 많은 편인데, 문장이 섬세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호흡이 끊기지 않고 읽힌다. 총 26단계에 걸쳐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무척이나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스토리마다 초록색이 점점 짙어진다는 것. 2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생긴 초록 점은 점점 커지다가 23번째 이야기에서는 한 페이지 전체를 덮어버린다. 그 초록색이 무척 걱정스러웠던 까닭인지, 마지막 장에 새하얗게 돌아온 페이지를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초록색에 지배당한 이들이, 부디 다시 하얀 페이지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되기도 했고. 

 

또 하나 특징적이라 느낀 것은 아이의 블록. 처음에는 알록달록 페이지를 장식하던 아이의 블록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점차 그 빛과 숫자를 잃어간다. 커다란 초록 병이 거실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차지한 즈음에서부터는 블록이 보이지 않는데, 그것이 마치 아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무척이나 당연한 “집에서 편안히 놀 권리”를 빼앗긴 것 같아 슬프게 느껴졌다. 배경이 다시 하얗게 돌아온 후에야 아이 주변에 블록들이 다시 생겨있을 때,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부모의 상태에 완전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빠와 초록색 병』은 알코올 의존증의 심각성을 글로도 색으로도, 일러스트로도 심층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책이지만,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묵직해 더욱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분명 『아빠와 초록색 병』은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당사자에게도, 그 가족들에게 묵직한 응원을 전해줄 책이다. 부디 당신들의 삶이 아픔과 미움, 원망으로 물든 초록색이 아닌, 희망의 하얀 페이지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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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1 스토리콜렉터 11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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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선악이란 이미 오래전부터 기본법이나 형법과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제 행위를 변명하거나 상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싶지도 않고, 유혹에 빠져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제 도덕률이 보편적이라는 제 믿음을 강화했을 뿐입니다. 누군가 괴물 같은 제 행위를 멈추게 하지 않는 한 저는 죄를 짓고도 자신의 범죄를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을 죽일 것입니다.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여서 오늘 저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P.316) 

 

 

『몬스터』가 어떤 내용을 담은 소설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몬스터』를 한참이나 떨쳐내지 못했다. 선과 악, 절대적으로 취급되지만, 결코 절대적이지 않은 기준을 놓고 세상의 씁쓸한 맛을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반대로 『몬스터』가 던지는 메시지를 소화 시기키에 나는 여전히 세상에는 선과 악의 절대적 기준이 있다고 믿는 바보이기 때문일까.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 『몬스터』는 사회의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가장 짙게 드러나는 것은 사적 제재. 법의 한계로 인해, 혹은 법을 악용하는 무리로 인해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을 만큼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론되곤 하는 사적 제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종종 유튜버들이 가해자들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정의일까, 아닐까 고민하곤 했는데 이번 소설 『몬스터』를 읽으면서도 사적 제재는 어디까지 정의인지 고민했다. 누가 고민인지로 절규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읽으면서는 소중한 가족을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이들이 괴물이라고 비난받는 세상이 과연 옳은지, 또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 다시 가해하는 것이 정말 정당한 것인지 혼란스럽더라. 그렇게 『몬스터』는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며칠간 나를 마구 흔들어버릴 만큼 몰입감 높은 소설이었다. 

 

『몬스터』를 통해 고민하게 된 사회적 문제들은 사적 제재가 다가 아니다. 난민수용에 대한 문제나 변호인 혹은 “높으신 분들”의 윤리성 등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고, 집단 여론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했다. 특히나 요즘 우리나라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수사의 중립”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어, 이것이 그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내 주변 누군가도 겪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집중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난민을 통해 이미 형성된 집단에 스며드는 '새 사람'들의 어려움, 일부의 문제로 전체가 오인하는 세상, 혼자로는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익명성과 집단성에 숨어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분명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어 마치 뉴스를 본 듯 마음이 먹먹해졌다. 

 

사실 『몬스터』는 책 자체도 두꺼울 뿐 아니라, 텍스트 크기도 작고, 다른 책보다 위아래 여백도 적은 “진짜 긴 소설”이었다. 책을 오래 읽어 나름 빠르게 읽는 편이지만, 이틀 밤을 꼬박 소진했다. 긴장감에 내내 책을 들고 읽느라 팔목이 아프기도 했지만, 잠시도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집중하여 읽었고, 읽고 난 후의 여운도 길어 한참이나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던 책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 오히려 한 권 분량 정도 더 길었어도 읽었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지만, 개인적으로는 『몬스터』가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보다 훨씬 몰입감 있고, 짜임새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점점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그 긴긴밤을 싹둑 잘라낼 만큼 흥미진진한 책, 『몬스터』를 추천해 드린다. 다만 일요일 밤에는 시작하지 말 것. 월요일 아침 빨간 눈으로 출근하는 자신을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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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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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
우연히 나의 환경이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것들을 모아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물론 100퍼센트 닮고 싶은 누군가를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장점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크나큰 장점도 나에게 맞아야 나의 일부로 이식된다. 장식이 아니라 이식.⁣
남들의 좋아 보이는 점을 억지로 가져다가 나를 꾸며봤자 남의 깃털로 덕지덕지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새가 될 뿐이니까. (p.29)⁣



처음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의 설명을 듣고 의아했다. 좋은 느낌? 한 20년가량 한달에 한번은 만나온 그 친구? 여기서 책을 만든다고?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랑? 그런 의아함으로 받아든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는 몹시 조그맣고 얇아 가방에 쏙 넣기 좋은 책이었다. 얇고 부피작아 주머니에 쏙 넣기 좋은 "좋은느낌"처럼.⁣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비로소 좋은느낌이 순한글말이며, 오래도록 여성들의 필수품으로서 여성의 일상을 지원하고, 여성작가들의 글로 한글날을 함께 하고자 이 책을 만들었음을 알게되었다. (내가 거의 초창기부터 친구였다는 사실도 함께)⁣

이렇게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에 동참한 작가들은 "하루의 취향"의 김민철작가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김하나작가님, "아무튼, 잠수"의 하미나작가님, "고르고 고른 말"의 루나(홍인혜 작가님), "멋있으면 다 언니"의 황선우 작가님까지 이름난 다섯 작가. 신기하게도 다섯분의 글을 다 읽은 적이 있어 더욱 술술 읽히는 기분이었다.⁣

실제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는 어느 글 하나 빠짐없이 술술 읽혔다. 흡입력도 장난아니고, 일상에서 만날 이야기들이라 더욱 마음에 닿고 좋았다. "좋은 느낌을 쓰고 좋은 느낌을 읽는다"는 카피처럼, 문장 하나하나에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소소한 행복, 소소한 배움, 소소한 깨달음 등 여러 "좋은 순간" 등을 고루 만날 수 있었다.⁣

전세사기나 회사의 어려움 등 힘든 순간들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무엇인가 배우고 느끼지않나. 그런 일상을 꼭꼭 눌러적은 기분이라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는 나의 이야기이자 친구의 이야기였다. 책의 ⁣
제목이 완벽히 어울리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

150페이지가 채되지않는,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는 사실 금방 읽었다. 그런데 혼자 가을공원에 앉아읽는 여유로움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오래오래 아껴읽으며ㅡ 진짜 좋은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너의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는 나에게 오래오래 가을의 호젓함으로 남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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