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는 모두 공평하게 똑같은 이름으로 태어나죠. 인간이라는.
그런데 죽을 때는 제각각 다른 이름으로 죽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군인으로 죽고, 어떤 이는 화가로 죽고....
순이는 가즈오의 말에서 묘한 슬픔을 느낍니다.
"순이 씨는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습니까?" (p.129)
사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이미 유명한 책이다. 2024년 대한민국 3대 서점, 밀리의서재 등에서 종합 베스트셀러1위에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2024년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도서로 선정되어 15만 권이나 독자들과 만난 책이니.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도 소개되고, 해외판권 수출까지 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마침 광복 80주년기념, 15만부 기념으로 양장 스페셜에디션이 출간되어 읽을 기회가 생긴 것.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으며 진작 이 책을 읽었어야했다는 생각을 수십번 했다. 만약 나처럼 궁금하지만, 아직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을 시간을 못내고 있다면, 정말 단숨에 술술 읽히는 책이니 꼭 한번 만나볼 것.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백호를 잡아 복수를 하고자 호랑이마을을 찾아든 사냥꾼 용이와 황포수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백호를 잡고자 하는 황포수에게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를 생각하라고 말하는 촌장님의 말이 마음에 콕 박혀, 거의 첫장부터 마음을 빼앗긴 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호랑이사냥꾼의 아들 용이, 미술학도 출신의 일본학도 가즈오, 그리고 촌장 댁 손녀 순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수많은 젊은 이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백두산 마을의 풍경묘사나 다정히 이어지는 문장들은 문학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만, 고국을 떠나 필리핀의 작은 섬에서 살아야했던 쑤니할머니처럼 뜻하지 않게 슬픈 생을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도 섬세히 담고 있어 역사를 이해하고 치유되지 못한 민족사를 보듬기도 한다.
30년가량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감정짙은 연기를 보여준 차인표 배우. 하지만 어느새 차인표 작가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만큼 인간의 삶과 본질을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가 담아내는 이야기들에는 사람이 있고, 세상이 있고, 생명이 있다. 앞서 출간했던 『인어 사냥』과 『그들의 하루』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준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더욱 깊이 민족사의 상처를 안아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A4용지 20장 분량에서 시작하여 무려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집필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는 내내 후손들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더라. 부디 더 많은 이들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고, 아직 치유되지 못한 민족사를 조금 더 이해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아! 해결책 출판사 블로그에서 양장 스페셜 에디션 출간기념으로 독후활동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내용이 무척 알차게 구성되어 있으니 일반 독자들에게도 책을 정리하는데 유용하리라 생각하고, 한 권 읽기 수업이나 독서활동을 하시는 데는 더없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